소청도에서 만난 슴새류 Shearwaters of Socheong Island

소청도에서 만난 슴새류

Shearwaters of Socheong Island

 

Shearwaters. Socheong Island, Incheon. October 2016 ⓒ Larus Seeker

 

 

서해 먼바다에 위치한 소청도는 슴새의 몇 안되는 번식지여서 많은 슴새[Streaked Shearwater]들이 살고 있고, 소청도 주변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슴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이동하는 붉은발슴새와 쇠부리슴새들을 만날 수도 있다. 올 가을 소청 탐조에서도 많은 수의 슴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슴새들 무리 사이에서 붉은발슴새 2마리와 쇠부리슴새 1마리를 운좋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슴새류의 초간단 구별 방법

    

빠른 속도로 눈 앞을 스쳐 날아가는 슴새류를 동정하는 건 경험이 부족한 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 눈 앞으로 엄청난 녀석이 지나간다고 할 지라도 두 눈 껌벅이며 누구였는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포기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 경우 어떤 방법으로 동정해야 할까? 일단 눈 앞으로 지나가는 모든 녀석들을 사진으로 찍어 두고, 나중에 녀석들을 동정하는 방법도 있을게다.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귀한 종이나 눈 앞으로 다가온 순간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이럴 경우 확실히 탐조의 재미는 반감되고 만다. 내 취향도 아니고. 그래서 내 경우엔 일단 쌍안경으로 빠르게 전체적인 특징을 살펴보고, 녀석에 대한 대략적인 동정을 마친 후 촬영을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를 결정하는 편이다. 전혀 모르겠는 녀석이 지나갈 경우엔 예외다.


슴새류가 눈 앞을 스쳐 날아가는 시간은 길어야 2~3초. 빠른 시간 안에 종을 동정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는 달리 눈 앞을 스쳐가는 슴새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따라서 녀석들을 동정할 때는 무엇부터 살펴볼 것인지 우선 순위를 정해둘 필요가 있다. 아래에 기술하는 방법들은 동정을 위한 우선 순위들인데, 투박한 방식이라 다른 이들에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슴새 찾는 방법

  등판이 온전히 어두운 녀석(검은색이나 갈색 등판)을 찾는다. 괭이갈매기 유조는 등판의 허리 부분이 하얗게 보인다.

  배가 하얀지 살펴본다. 슴새는 배가 하얗다.

  날개가 비율적으로 긴지 짧은 지를 살펴본다(괭이갈매기 유조를 걸러내기 위함이다). 슴새는 날개가 비율적으로 긴 편이다.

  시간적으로 가능하다면 비행 패턴을 살펴본다. 슴새는 괭이갈매기와 달리 물 위에 바짝 붙어 비행하는 경향이 있다.


붉은발슴새 찾는 방법

  • 등판이 어두운 녀석(검은색이나 갈색 등판)을 찾는다.

  • 배가 하얀지 살펴보고 배가 하얗지 않다면 온전하게 어두운 색인지를 살펴본다. 붉은발슴새는 배가 어두운 색.

  부리의 색과 패턴을 살펴본다.

    - 멀리서 봤을 때 부리가 두가지 색으로 보이는지 살펴본다(부리가 두가지 색일 경우 대체로 붉은발슴새).

    - 붉은발슴새는 부리 기부가 밝은 핑크, 부리 끝은 검은색이고 부리가 두툼하다.

  꼬리의 형태를 보고, 꼬리 뒤로 발이 튀어 나왔는 지를 살펴 본다. 붉은발슴새는 발이 꼬리 뒤로 튀어 나오지 않는다.


쇠부리슴새 찾는 방법

  등판이 어두운 녀석(검은색이나 갈색 등판)을 찾는다.

  배가 하얀지 살펴보고 배가 하얗지 않다면 온전하게 어두운 색인지를 살펴본다.

  부리의 색과 패턴을 살펴본다

   - 쇠부리슴새의 부리는 매우 가늘게 보인다.

   - 쇠부리슴새는 부리 기부가 회색, 부리 끝은 검은색이지만 멀리서 보면 전체가 검게 보인다.

  꼬리 뒤로 발이 튀어 나왔는 지를 살펴 본다. 쇠부리슴새는 꼬리가 짧아서 꼬리 뒤로 발이 튀어 나와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슴새류를 온전히 구별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여러 번 반복을 통해 익숙해 진다면 꽤 빠른 시간 안에 3종을 대략적으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거리가 지나치게 멀거나 날씨로 인해 시야가 좋지 않을 경우 붉은발슴새와 쇠부리슴새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슴새 [Streaked Shearwater]

Streaked Shearwater[Calonectris leucomelas]. Socheong Island, Incheon. 3 October 2016 ⓒ Larus Seeker

녀석을 화면의 가운데 넣었어야 하는데, 막상 녀석이 화면의 가운데로 들어왔을 때는 초점이 다 나가버렸다. ^^;



마음에 드는 사진이긴 한데, 빛이 너무 밝아서 계조가 다 날아가버렸다. ^^;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 찍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Streaked Shearwater[Calonectris leucomelas]. Socheong Island, Incheon. 2 October 2016 ⓒ Larus Seeker

날이 흐려서 해가 가려진 덕분에 계조는 살렸지만 색이 예쁘지 않다. 아주 얇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녀석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충분히 느리게 날아줄 수는 없는걸까?  



슴새의 갈색 등판과 하얀 아랫면이 대조를 이룬다.



소청도 앞바다 주변에서 녀석들이 모여있는 곳을 몇 군데 찾을 수 있었는데, 녀석들이 모여있는 곳엔 어김없이 멸치떼가 있었다. 수면 근처로 올라오는 멸치들을 정말 잘 잡더라. 한 마리가 멸치를 잡으면 괭이갈매기 유조가 멸치를 뺏으려 그 녀석을 쫒고, 또 다른 슴새가 다시 그 뒤를 쫒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바다새들을 관찰하다 보면 도둑갈매기가 아니어도 먹이를 직접 잡기 보다는 먹이를 빼앗는 습성이 몸에 벤 녀석들이 꽤 많이 보인다.








붉은발슴새 [Flesh-footed Shearwater]

Flesh-footed Shearwater[Puffinus carneipes]. Socheong Island, Incheon. 2 October 2016 ⓒ Larus Seeker

어두운 등판과 어두운 아랫면, 부리의 핑크색 기부와 부리 끝의 검은색, 꼬리 뒤로 튀어나오지 않은 발. 붉은발슴새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 녀석을 쌍안경으로 찾고 동정하는 몇초의 시간동안 순식간에 배에서 멀어지는 바람에 사진이 이렇다. 좀 더 빨리 녀석을 동정했다면 더 괜찮은 사진을 찍었을 텐데.







날씨가 좋지 않아 사진이 어둡게 나온 덕분에 녀석의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없게된 건 정말 아쉽다.




이 녀석의 정체는 뭘까?

돌아오는 날 아주 멀리에서 잠깐 관찰했던 녀석. 이 녀석의 정체는 뭘까? 붉은발슴새 같기도 하고 쇠부리슴새같기도 한 녀석.

지금부터 녀석의 정체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Mystery Shearwater. Socheong Island, Incheon. 3 October 2016 ⓒ Larus Seeker

워낙에 먼 거리에서 날고 있던 녀석이라 현장에서 쌍안경만으론 쇠부리슴새인지 붉은발슴새인지 동정하지 못했다.



녀석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몸 길이에 비해 날개가 뾰족하고 길어 보여 전체적인 형태는 슴새류에 가까워 보인다.

  등판은 어두운 암갈색이며, 첫째날개 바깥쪽에 하얀 깃축이 나타나고 있다.

  몸 아랫면도 역시 어두운 암갈색. 하여 슴새는 후보에서 제외 가능하다.

  부리는 두 가지 색으로 보이며, 부리 기부는 회색기운이 있는 살색이며, 부리 끝은 검은색

  몸통은 꽤 육중하지만 길이가 길지 않다

  날개의 길이는 슴새류치고는 아주 길지 않으며, 폭이 넓은 편이다.

  꼬리 뒤로 다리가 튀어나온 것인지 꼬리가 뾰족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등판이 어둡고 몸 아랫면도 어둡다는 점을 고려하면 슴새는 후보에서 우선적으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남게 되는 것은 붉은발슴새와 쇠부리슴새. 꽤 육중해 보이는 몸통과 길지 않고 폭이 넓은 날개는 붉은발슴새에 가까운 특징이다. 두 가지 색으로 보이는 굵고 육중한 부리 또한 붉은발슴새의 특징에 가깝다. 쇠부리슴새의 날개는 매우 가늘고, 거의 직선에 가까우며, 부리는 매우 가늘고, 멀리서 봤을 때 대체로 한가지 색으로 보인다. 이 개체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쇠부리슴새는 후보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청에서 만난 이 개체의 형태와 특징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새로운 후보군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붉은발슴새처럼 육중하고 어두운 몸통을 가진 Procellaria속의 녀석들. 예를 들면 Black Petrel, Westland Petrel. 이 두 종은 어두운 몸통에 두 가지 색상의 부리(Black Petrel은 연한 청회색 기부에 검은 부리끝, Westland Petrel은 연한 노란색 부리 기부에 검은 부리끝)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적인 형태나 날개의 길이나 모양도 소청에서 만난 개체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두 종 모두 뉴질랜드 인근에서만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종(Endemic Species)이며,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취약종(VU)인 점을 감안하면 소청의 개체가 두 종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소청에서 만난 녀석의 대부분의 특징들이 붉은발슴새를 가리키고 있지만 한 가지 점이 마음에 걸린다. 첫 번째 사진에서 꼬리 뒤쪽으로 발가락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만일 꼬리 바깥으로 발이 튀어나온 거라면 이 녀석은 붉은발슴새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 사진의 암부를 극단적으로 밝게 하여 꼬리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래의 사진에서 꼬리 부분을 살펴보라! 첫 번째 사진에서 마치 꼬리 뒤로 튀어나온 발가락처럼 보였던 부분은 꼬리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소청의 이 녀석은 붉은발슴새로 보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사진이 어둡게 나오는 바람에 꼬리 뒤로 발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여서 암부를 많이 밝게 만들어 봤다. 그렇게 하고 나니 발가락이 아니라 꼬리깃이라는 걸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Flesh-footed Shearwater[Puffinus carneipes]. Socheong Island, Incheon. 3 October 2016 ⓒ Larus Seeker

슴새류를 관찰하다 보면, 녀석들이 비행할 때 날개 한쪽이 바다 표면을 스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날개를 물 속에 살짝이라도 집어 넣으면 저항이 무척 강할 텐데, 왜 이런 비행 방식을 택하는 걸까?

   

   

지금까지 소청 앞바다에서 관찰되는 슴새류들의 동정 방법을 간단하게 살펴 보았다. 육지에서 슴새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까닭에 슴새류의 동정은 아직까지도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자꾸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그들과 좀 더 친해지고, 좀 더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줄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의 댓글과 공감은 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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