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새사촌류 Big 4
- BIRDING STORY
- 2020. 6. 22.
새 이름에 '솔새사촌'이 붙은 새는 모두 4종 - 솔새사촌, 노랑배솔새사촌, 긴다리솔새사촌, 쇠긴다리솔새사촌. 올봄 노랑배솔새사촌을 관찰하면서 솔새사촌류 4종을 모두 관찰하였다. 그 기념으로~ ^^
솔새과의 계통 분류
솔새과(Family phylloscopidae)의 계통 분류는 지난 세기동안 끝없는 변화를 겪어 왔다. 최근에는 분자유전학을 이용한 계통 분류가 진행되면서, 외부 형태를 이용한 분류에서 생각치 못했던 다양한 사실들이 밝혀 지고 있다. 솔새과도 그 중 하나인데, 각 학자들이 일부 종들을 대상으로 분류를 하다 보니 과 전체적인 모습을 살피는 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가 Alström 등이 2018년 솔새과 전체를 정리하는 논문을 발표해 주었고, 이 논문을 통해 솔새과 각 종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 지, 종 분기는 언제 이루어졌는 지, 이웃하는 종은 누구인지 비교적 명확하게 살필 수 있었다.
• 솔새사촌류 4종은 유전적으로 가까운 계통수를 가진다.
• 솔새사촌과 나머지 3종의 분기는 약 900만년 전에 발생했다.
• 노랑배솔새사촌(P. occisinensis)과 Tickell's Leaf Warbler(P. affinis)는 약 400만년 전에 분기했으며, 2008년에 IOC 종 목록에 종의 분기가 반영되었다(Martens, Sun & Päckert, 2008).
• 긴다리솔새사촌과 쇠긴다리솔새사촌은 유전적으로 매우 밀접하며, 약 400만년 전에 분기되었다.
솔새사촌이라는 이름에 대하여
평소 새 이름에 붙는 '~사촌'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는 편이라서 솔새사촌이라는 말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엄연한 솔새과 녀석들에게 이렇게 죄다 솔새사촌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으면 어쩌란 거냐? ^^; 누군 솔새이고, 누군 솔새사촌? 좀 더 주체적인 이름을 붙일 순 없었을까? 솔새사촌이라는 이름 대신 '갈색솔새(경성대학교 조류관보지, 2009)', 긴다리솔새사촌 대신 '긴다리솔새'라 이름 붙이는 편이 훨씬 좋았으리라.
솔새사촌류의 얼굴 비교
비슷비슷하게 생긴 솔새과를 비교하여 동정을 할 때는 다양한 특징들을 종합하여 비교하고 소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새사촌류 4종은 얼굴에서 독특한 특징을 드러내기에 동정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2106년 쇠긴다리솔새사촌을 관찰하고 나서 글을 쓰던 당시에 이우만선생님께 부탁하여 그려 둔 그림이 있어 올려 본다. 물론 각 종들의 동정 특성을 다루려던 글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패스~!
• 머리와 얼굴의 전체적인 깃차림 색
• 부리의 길이(비율)와 뾰족한 정도
• 눈썹선의 형태(눈 앞과 눈 뒤), 특히 눈 뒤쪽 눈썹선이 끝나는 형태
• 눈 앞과 눈 뒤의 눈섭선의 색 변화
• 턱과 멱의 색 패턴
01. 솔새사촌 [Dusky Warbler Phylloscopus fuscatus]
봄철에 꽤 많은 개체들이 우리나라를 지나가고, 고산지대에서 일부 개체들이 번식하기도 하는 것 같다. 섬에서 그렇게 많이 만났는데, 왜 이렇게 쓸만한 사진 한 장이 없는 거냐! 내년 봄에는 사랑을 듬뿍 담아 제대로 찍어 주마 ^^;
눈썹과 몸 아랫면에 노란 기운이 유독 강했던 개체. 미성숙 개체가 아닐까 싶다. 봄에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개체는 아니다.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녀석. 눈썹 앞쪽은 하얗고 눈 뒤로 갈수록 담황색이 조금씩 섞여 나타나고 있다.
요염한 자태. 긴다리솔새사촌과는 다른 뾰족한 부리가 인상적이다.
작년 굴업에선 다리가 아파서 6일 내내 장할머니네 밭에 앉아 있었는데, 녀석들이 알아서 눈 앞에서 놀아줬다. 상추 위에 앉아 있는 솔새사촌은 처음 본다. ^^
첫 사진의 미성숙 개체. 이 사진만 보면 이 녀석이 누군지 도통 알 수 없었을 거다. 다 크지 않은 녀석들의 동정은 언제나 어렵다.
02. 노랑배솔새사촌 [Alpine Leaf Warbler Phylloscopus occisinensis]
최근 관찰 기록이 증가하고 있는 노랑배솔새사촌. 결국 만났다!
샛노란 색감 때문에 이 녀석을 동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동정하려니 비슷한 종들(Tickell's Leaf Warbler, Sulphur-bellied Warbler, Buff-throated Warbler)이 너무 많아서 결코 쉽지 않더라.
어쨌든 이 샛노란 눈썹과 몸 아랫면은 사랑이다!
유채꽃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녀석. 유채보다 훨씬 더 샛노랗더라.
분명 같은 녀석인데 이렇게 보니 전혀 다르게 보인다. 부리는 긴다리솔새사촌에 비해 가늘고 뾰족해 보인다.
고개를 약간 쳐들고 있는 이런 포즈, 좋다!
03. 긴다리솔새사촌 [Radde's Warbler Phylloscopus schwazi]
동정이 쉬운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래 첫 번째 사진에 보이는 녀석과 같은 타입만 나타난다면 부리의 모양과 얼굴의 특징들로 인해 사실 그닥 어렵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미성숙 개체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눈썹도 샛노랗고, 몸 아랫면도 온통 노랗다면? 2019년 굴업에서 이런 녀석들을 잔뜩 만났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미성숙 개체들(아마도 1회 겨울깃 또는 1회 여름깃)의 동정은 생각보다 어렵더라.
전형적인 긴다리솔새사촌. 부리도 두껍고, 눈썹선 색과 형태도 전형적이고. 긴다리솔새사촌이 이런 패턴만 보여 준다면 그닥 어렵지 않을 거다.
이 녀석만 해도 전형적이진 않다. 굵은 부리와 굵은 다리는 긴다리솔새사촌을 가리키지만, 노란 기운이 많은 눈썹과 하얀 멱, 노란 기운이 많이 나타나는 몸 아랫면까지. 아마도 1회 여름깃?
노란 기운이 훨씬 강한 개체. 아마도 1회 겨울깃.
부리가 가늘어 보이고 전체적인 체형은 긴다리솔새사촌과 조금 달라 보이지만, 전형적인 눈썹선 덕분에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녀석이다.
착하기도 하지! 비행깃을 거의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녀석. 녀석의 비행깃에 대한 설명은 여기에서!
두 번째 사진과 같은 개체. 노란색이 강한 점을 제외하면, 부리와 눈썹의 패턴은 긴다리솔새사촌에 일치한다.
노랑배솔새사촌만큼이나 강한 노란색이 나타나던 개체. 얼핏 보면 노랑배솔새사촌인 줄. ^^; 봄에 나타나는 노란색이 강한 미성숙 개체의 동정은 결코 쉽지 않다.
04. 쇠긴다리솔새사촌 [Yellow-streaked Warbler Phylloscopus armandii]
2016년 봄을 행복하게 해 주었던 녀석! 정말 착했는데 막상 집에 돌아와 확인하니 사진이 엉망이더라. 개복숭아나무 가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황홀해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중에 땅을 쳤더랬다. ^^;;
녀석의 첫 관찰기는 여기에서!
연한 노란 색감, 긴다리솔새사촌에 비해 가늘은 부리와 다리, 독특한 눈썹 패턴. 이렇게 전형적인 녀석을 만나면 동정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더라.
아~ 자세 정말 좋았는데, 핀이 나갔다 ㅠㅠ
이 사진도 정말 좋았는데, 덩굴이 사진을 망쳐 버렸다 ㅠㅠ 그래도 지우질 못하겠어서
녀석의 영어 이름(Yellow-streaked Warbler)처럼 멱에서 배로 이어지는 크림빛 세로 줄무늬가 아름답다. 이 사진도 너무 맘에 드는 데 핀이 살짝 나갔다는. ^^;
참고문헌
•Alström, P., F.E. Rheindt, R. Zhang, M. Zhao, J. Wang, X. Zhu, C.Y. Gwee, Y. Hao, J. Ohlson, C. Jia, D.M. Prawiradilaga, P.G.P. Ericson, F. Lei, and U. Olsson. Price. 2018. Complete species-level phylogeny of the leaf warbler (Aves: Phylloscopidae) radiation, Mol. Phylogenet. Evol. 126, 141-152.
•Martens J, Sun YH, Päckert M. 2008. Intraspecific differentiation of Sino-Himalayan bush-dwelling Phylloscopus leaf warblers, with description of two new taxa (P. fuscatus, P. fuligiventer, P. affinis, P. armandii, P. subaffinis). Vert Zool. 58(3):233–265. [Google Scholar]
이미지 출처
•이우만. 2016. 솔새사촌류(솔새사촌, 쇠긴다리솔새사촌, 긴다리솔새사촌) 얼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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