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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갈매기의 머리에 큰재갈매기의 등판을 가진 키메라 갈매기

Glaucous-winged × Slaty-backed Gull Adult winter at Sodol Port

 

Glaucous-winged × Slaty-backed Gull Adult winter. Sodol port, Gangwon. 12 January 2016. ⓒ Larus Seeker

 

제목이 너무 자극적인가? 어쨌든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팍팍 오던 녀석. 유전자가 이상하게 섞인 덕분에 키메라처럼 괴상한 모습을 하게 된 녀석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수리갈매기 × 큰재갈매기는 얼마나 될까?

소돌항 인근 해안에서 수리갈매기로 보이는 3개체를 만났다. 그 중 1개체(2회 겨울깃)는 수리갈매기였지만, 다른 두 개체는 자세히 살펴보니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세 마리 중 두 마리라니, 두 종의 잡종이 이렇게 많았었던가?

우리나라에서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잡종은 정식 기록이 없으며(내가 알기로는 없지만 혹시 있을 지도 모르겠다), '새와 생명의 터' 블로그에 몇 차례의 의심 기록(내가 알기로는 3번)이 올라와 있을 뿐이다. 이웃한 일본에는 두 종의 잡종 기록이 꽤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두 종간의 잡종이 발생하는 캄차카 반도(Kamchatka peninsula)와 코만도르스키예 제도(Commander Islands)의 번식 개체들은 일본 지역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번식지역과 월동 지역의 지리적 거리와 특성들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나라에도 두 종의 잡종들이 꽤 많은 수가 월동할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겨울에 엄청나게 많은 수의 큰재갈매기가 월동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보면, 어쩌면 일본보다 더 많은 개체들이 우리나라에서 월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들에 대해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의 월동 실태(규모, 도래지역)와 발생하는 잡종의 패턴 등에 대해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들을 찾아내는 게 먼저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두 종의 잡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으며, 이들의 동정을 위한 제대로 된 자료가 없는 실정이라 이들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종의 동정을 위한 보다 자세하고 명료한 자료를 자료를 만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동정 자료들과 정보를 탐조인들과 공유하고 협력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더 많은 개체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수리갈매기 × 큰재갈매기의 실태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소돌항에서 만난 성조 겨울깃 개체는 키메라(Chimera) 갈매기?

수리갈매기의 머리에 큰재갈매기의 등판을 가진 갈매기

전체 모습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수리갈매기의 머리와 부리에 큰재갈매기의 등판 회색과 날개. 큰재갈매기를 닮은 눈은 덤이다. 정말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를 서툴게 이리저리 조합해 놓은 키메라(Chimera: 서로 다른 종끼리의 결합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는 유전학적인 기술. 사자 머리에 염소 몸통, 뱀 꼬리를 가진 고대 그리스 전선 속의 괴물)같은 느낌. 참 독특하게 생긴 소돌항의 녀석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전체적인 크기와 체형

크기는 주변의 큰재갈매기들에 비해 확실히 커 보인다. 전체적인 체형은 수리갈매기처럼 보인다. 일단 머리가 매우 크고, 부리도 아주 굵고 크다. 멱 부분이 살찐 것처럼 늘어진 것도 수리갈매기를 닮았다.

 

머리의 형태

머리는 덩치에 비해서 상당히 커 보인다. 특히 정수리에서 부리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는 수리갈매기의 두상을 떠올리게 한다. 머리와 멱의 늘어진 형태까지 고려하면 주문진의 이 녀석은 수리갈매기와 머리 형태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다. 

  

부리의 크기와 형태

자칫 등판의 회색이 좀 연하고 덩치가 큰 큰재갈매기로 오동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녀석인데, 저 커다랗고 굵은 부리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부리는 기부에서부터 굵으며, 아랫부리각이 많이 발달해 있다. 부리만을 놓고 보자면 수리갈매기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진의 각도 때문에 부리의 길이가 조금 짧아 보인다.

 

눈테와 홍채

눈테는 연한 분홍색. 홍채는 어두워 보이긴 하는데,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론 확인이 힘들다. 그렇긴 해도 연한 분홍색의 눈테는 큰재갈매기와 많이 닮아 있다.

  

머리와 가슴의 줄무늬

머리와 가슴에 아주 약간의 갈색 반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깨끗한 순백의 여름깃에 가깝다. 여름깃으로 깃갈이가 매우 빨리 진행되는 수리갈매기의 특성이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등판의 회색

큰재갈매기의 등판 회색에 가까우며, 수리갈매기보다는 확실히 진하다. 주변에 있는 재갈매기보다 약간 진한 정도. 큰재갈매기의 등판 회색에 좀 더 가깝지만 큰재갈매기의 등판보다는 연한 회색. 그동안 만났던 수리갈매기 × 큰재갈매기 개체들이 수리갈매기에 가까운 연한 회색의 등판을 보여준 데 반해 이 녀석은 큰재갈매기에 가까운 진한 회색 등판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잡종 1세대(F1)이리라. Ujihara 도감에서 묘사하고 있던 등판의 색을 가진 녀석(Ujihara 갈매기 도감 48쪽 참조)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이 녀석이 시사하는 바는 두 종간의 잡종에서 등판 회색의 범위는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사이에서 참으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이리라. 아빠를 더 닮거나 엄마를 좀 더 닮거나. 또는 잡종 1세대이거나 잡종 2세대이거나. ㅎ 이러면 필드에서 발견이 어려워지고, 동정도 난해해지는데... 그러나 어쩌랴? 

  

다리의

다리의 색은 물 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물 속에서 살짝 비치는 걸로 분홍색이라는 정도만 확인 가능. 

 

첫째날개의 길이

접혀진 첫째날개는 꼬리 뒤로 짧게 돌출되어 있다.

 

바깥쪽 첫째날개의 색

바깥쪽 첫째날개의 색은 등판보다 어두우며, 회색기운이 묻어나는 검은색이다. 큰재갈매기의 첫째날개와 가깝지만 회색이 섞여 있어서 큰재갈매기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그동안 만났던 수리갈매기 × 큰재갈매기 개체들이 수리갈매기에 가까운 연한 등판과 흑회색의 첫째날개를 보여줬다면, 소돌항의 이 녀석은 큰재갈매기에 가까운 짙은 회색 등판과 회색이 살짝 섞인 검은색의 첫째날개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날개의 색 범위도 두 종 사이에서 폭넓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나마 다행인 건 어느 한 쪽의 색이 완벽하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두 종의 색이 조금이라도 섞여서 나타난다는 점이랄까?  

 

첫째날개 윙팁의 특징

접힌 첫째날개에서 드러나는 윙팁의 하얀 반점이 무척 크다. 수리갈매기는 날개끝 하얀 반점이 작은 편인데, 이 녀석은 날개끝 하얀 반점이 매우 크고, 얼핏얼핏 보이는 화이트 텅도 매우 발달해 있다. 첫째날개 윙팁의 패턴은 큰재갈매기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소돌항의 키메라 갈매기는 수리갈매기 × 큰재갈매기 성조 겨울깃

소돌항에서 만난 괴상한 녀석은 수리갈매기(커다란 머리와 굵은 부리)와 큰재갈매기(어두운 등판)의 특징들이 뒤섞인 잡종으로 보인다. 그동안 만났던 녀석들과는 다르게 큰재갈매기에 가까운 어두운 등판을 가지는 녀석이어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소돌항의 키메라 갈매기가 보여주는 수리갈매기 × 큰재갈매기의 잡종으로서의 특징

 머리의 형태 - 몸에 비해 머리가 크며, 정수리에서 부리로 이어지는 라인이 완만하여 수리갈매기와 유사함

 부리의 형태 - 부리 기부에서부터 부리가 굵고, 아랫부리각이 매우 발달하여 수리갈매기와 유사함

 등판의 회색 - 큰재갈매기와 비슷한 진한 회색이지만 큰재갈매기보다 좀 더 옅은 회색

 첫째날개의 특징 - 첫째날개 바깥쪽에 완전한 검은색이 아닌 회색이 섞인 검은색 띠가 나타남

 

 

1. 

Sodol port, Gangwon. 12 January 2016. ⓒ Larus Seeker

커다란 머리와 굵고 강력한 부리, 어두운 등판의 회색이 보이는가?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를 섞어놓은 듯한 참으로 어색한 조합. 특히 정수리에서 부리로 이어지는 완만한 라인은 수리갈매기와 상당히 유사하며, 머리의 크기도 상당히 크다. 부리의 굵기와 아랫부리각의 발달 정도는 수리갈매기의 특징으로 보인다. 아랫부리에 검은색 반점이 남아 있지만 아랫부리 붉은점이 크고, 부리의 색도 일정한 것으로 보아 4회겨울깃이라기 보다는 성조 겨울깃으로 보인다. 머리와 가슴에 반점과 줄무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모습으로 보아 여름깃으로 진행이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인다. 첫째날개의 깃갈이도 모두 완료되었다.

 

2. 

Sodol port, Gangwon. 12 January 2016. ⓒ Larus Seeker

오른쪽에 있는 큰재갈매기 2회 겨울깃 개체와 크기를 비교해보라. 수리갈매기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녀석답게 압도적인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멀리서 봐도 굵은 부리는 눈에 확 들어온다.

 

3. 

Sodol port, Gangwon. 12 January 2016. ⓒ Larus Seeker

등판의 회색보다 훨씬 진한 검은색의 첫째날개는 강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날개가 완전한 검은색이 아니라 회색이 조금 섞인 회흑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날개는 매우 짧아서 꼬리 뒤로 조금 돌출되어 있다. 첫째날개를 잘 살펴보면 P9과 P10의 미러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날개의 날개끝 반점은 꽤 큰데, 이는 큰재갈매기의 특성이다.

 

 

소돌항의 이 개체는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잡종의 특성을 꽤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만나서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보고 싶다. 특히 날 때 드러나는 첫째날개의 특성을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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