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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

Moult of Mongolian Gull

 

 

    갈매기류의 깃갈이에 대해 필드에서 세심하게 관찰한 경험이 부족하고, 깃갈이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어서 갈매기의 깃갈이에 대해 다루는 것이 적절한 지 모르겠다. 하여 이 글에서는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에 대해 문헌에서 다루고 있는 글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필드에서의 관찰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 시기와 전략에 대해서 자료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글을 진행하려 한다. 이 글을 읽다가 설명이 난해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깃갈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필자의 탓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두면서 글을 시작한다.

 

 

한국재갈매기 첫째날개

한국재갈매기 성조 왼쪽 날개. 굴업도, 옹진군. 2014. 4. 19. ⓒ Larus Seeker

4월 19일에 굴업의 모래사장에서 습득한 이 개체는 첫째날개의 깃갈이가 진행중이다. p1~p8까지 모두 새로운 깃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졌고, p9이 p8보다 크기가 작은 걸로 보아 p9은 새깃이 자라고 있으며 현재 4/5 정도 정도 자란 상태로 보인다. p10(맨바깥쪽 첫째날개깃)은 새깃이 1/2 정도 자라 있으며, 중간 정도 크기의 미러가 1개 보인다. 이 개체는 1개의 미러를 가지고 있으며, 8장의 날개끝 검은 띠를 보여준다. 날개끝 검은 띠는 특이하게도 p10~p4까지 보이다가 p3를 건너뛰고 p2에서 다시 작은 점무늬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날개덮깃의 바깥쪽에 검은 무늬는 보이지 않으며, 첫재날개의 검은색은 재갈매기에 비해 범위가 매우 넓게 나타난다.

 

 

    갈매기류는 성조가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령에 따른 깃갈이가 다른 종들에 비해 매우 복잡하며, 햇빛과 모래 바람의 영향으로 깃이 탈색되고 많이 닳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형태의 깃차림(feather coats)[각주:1]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갈매기 동정은 더더욱 어려워지곤 한다. 또한 갈매기류는 다른 종들에 비해서 개체별 편차가 매우 큰 종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깃갈이 패턴은 있지만 개체별 편차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깃갈이 특징을 이용한 동정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특징들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갈매기 깃차림이 다양한 패턴을 보이는 까닭

     

    성조가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령에 따른 깃갈이가 복잡하며 다양한 깃차림을 가진다.

    바닷가의 강렬한 햇빛에 의한 탈색(sun bleaching)이 진행되어 전체적으로 색이 옅어진다. 

 

    바닷가의 모래 바람에 의한 깃의 마모(sand blasting)가 심하여 깃이 많이 헤져 있다.

    갈매기류는 다른 종에 비해서 깃갈이 시기의 개체별 편차가 매우 큰 편이다.

 

 

 

    필드에서 갈매기들을 동정할 때 깃의 상태는 매우 중요한 동정 포인트가 되는데, 이 때 깃의 상태에 대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연령에 따른 깃 변화와 깃갈이 상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p9과 p10이 자라고 있는 한국재갈매기를 필드에서 관찰했을 경우 깃갈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마도 미러가 하나도 없는 형태에 매우 놀랍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 깃갈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갈매기의 연령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에 대한 개략적인 파악을 통해 조금이나마 동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재갈매기 깃갈이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 패턴과 시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다른 종들에 비해 많지 않으며 그 정확도도 떨어지는 것 같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자주 관찰되는 종에 대해서는 연구하는 연구자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 자료가 많지만 한국재갈매기처럼 주로 아시아에서 관찰되는 종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덜 되어 있고, 좋은 자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가 6월부터 시작되어 12월에 끝나게 되는데 6월부터 8월까지는 몽골이나 바이칼 지역의 연구자들에 의해 깃갈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9월부터 12월까지는 우리나라의 서해안에 월동을 위해 도래한 후에 깃갈이가 진행되며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현 상황에서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부족한 자료를 참고하고, 그 외에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고 하는 재갈매기(Larus vegae)의 깃갈이 패턴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 패턴은 얼마 전까지 같은 종으로 취급되었던 카스피해 갈매기(Caspian Gull L. cachinnans)와는 많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가 카스피안 갈매기보다 깃갈이가 1달 정도 늦는다고 한다.

 

 

 

첫깃갈이(Post-juvenile Moult)

  

    첫깃갈이는 유조에서 처음으로 깃갈이를 해서 1회 겨울깃으로 깃차림을 갈아입는 것을 말한다.

    8월 중순 무렵 번식지인 바이칼호에서 관찰되는 깃의 모습들은 머리, 몸, 윗부분의 깃들이 심하게 닳고 헤져있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그 해 태어난 유조들은 유조깃을 가진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온전한 깃 상태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유조들의 첫깃갈이는 번식지에서 월동지로 이동하기 직전이나 월동지로 이동한 직후, 그러니까 9월 초에 시작되며 보통 11월이면 깃갈이가 끝나게 된다. 월동지로 이동하기 전에 번식지에서 깃갈이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월동지로 이동 후 월동지에서 깃갈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조들이 1회 겨울깃으로 갈아입는 첫깃갈이는 주로 등과 어깨죽지 부분의 깃이 교체되는 부분 깃갈이(partial moult)로 진행된다. 이때 비행을 위한 날개깃과 날개덮깃의 깃갈이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부분 깃갈이를 통해 얻은 깃은 다음해 6월 중순에 완전 깃갈이가 이루어질 때까지 유지된다. 즉, 첫깃갈이를 마친 1회 겨울깃의 한국재갈매기는 등과 어깨깃은 깃갈이가 된 새깃을 가지며, 날개와 날개덮깃은 유조깃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첫깃갈이를 마친 후 다음 깃갈이가 진행될 때까지 햇빛에 의한 탈색과 모래 바람에 의한 깃의 마모가 진행되기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태어난 다음해부터 완전 깃갈이가 진행되는 6월까지 이 개체들의 깃 상태는 매우 좋지 않게 된다. 날개와 날개덮깃의 유조깃은 성조깃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고 밀도도 낮기 때문에 성조에 비해 깃의 상태가 특히 나쁘게 된다.

  

    한국재갈매기는 9월 초부터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찾아온다. 이 시기에 관찰되는 유조들은 첫깃갈이가 진행중에 있으며, 9월과 11월 사이에 부분 깃갈이가 진행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유조에서 1회 겨울깃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지는 상황에 대한 자료가 많이 부족한 점을 생각하면, 올 가을엔 이에 대한 좀 더 세심한 관찰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첫깃갈이의 특징

 

     첫깃갈이는 9월초에 시작되며 11월에 끝난다.

     첫깃갈이는 등과 어깨 부분의 깃이 교체되는 부분 깃갈이로 진행되며 날개와 날개 덮깃은 유조깃을 유지한다.

 

 

 

미성조(immature)의 깃갈이

   

    첫깃갈이가 끝난 후 성조가 되기까지 몇 번의 부분 깃갈이와 완전 깃갈이가 더 진행된다. 첫깃갈이를 마친 후 완전한 성조깃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질 때까지의 새들을 미성조(immature)라고 하는데, 이러한 미성조들의 깃갈이 진행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는 특히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한 가지 알려진 점은 미성조들의 깃갈이는 성조들의 깃갈이보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성조의 경우 6월 중순에 p1과 p2의 깃갈이가 이루어지지만 미성조의 경우에는 이 시기에 이미 p3와 p4의 깃갈이가 이루어진다.

 

미성조 깃갈이의 특징

 

     미성조의 깃갈이는 성조에 비해 조금 빠른 시기에 진행된다.

     6월 중순 성조는 p1~2가 깃갈이되고 있을 때 미성조는 p3~4의 깃갈이가 이루어진다.  

 

 

 

 

성조의 깃갈이

   

    한국재갈매기 성조의 깃갈이는 번식지인 몽골 지역과 바이칼호 지역에서 시작되며 월동지에서 깃갈이가 마무리된다. 성조의 깃갈이는 번식이 끝나는 시기인 6월에 완전깃갈이(complete moult)가 진행되며, 월동지에서 겨울기 끝나갈 무렵 번식깃으로 갈아입는 부분깃갈이(partial moult)가 진행된다.

   

    재갈매기들에 대한 가장 훌륭한 연구자들 중 하나인 P. Yésou의 출간되지 않은 문헌(편지들)에 근거한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 패턴을 살펴 보기로 하자. 번식이 끝나는 6월 중순에 깃갈이가 시작되며, 첫째날개의 p1과 p2의 깃갈이가 이루어진다. 이 후 순차적으로 깃갈이가 진행되는데 p5와 p6는 8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깃갈이가 진행된다. 마지막 첫째날개인 p9과 p10의 깃은 10월부터 11월까지 깃갈이가 진행된다. 깃갈이를 늦게 시작하는 경우 깃갈이는 12월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재갈매기의 완전깃갈이가 이루어지는 시기에 머리깃도 깃갈이가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한국재갈매기는 10월 하순 경 머리부분이 겨울깃으로 깃갈이되어 뒷머리와 뒷목에 가늘고 날카로운 줄무늬가 생긴다. 이 시기에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머리깃은 여름깃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뒷머리와 뒷목이 하얗게 보인다. 이렇게 형성된 머리의 겨울깃은 겨울 중반이 지나갈 무렵 다른 재갈매기류보다 일찍 여름깃으로 깃갈이가 시작된다. 따라서 2월 무렵 관찰되는 재갈매기들 중 한국재갈매기의 하얗게 보이는 머리깃은 도드라진 특징이 된다.

   

    한국재갈매기가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시기는 대략 9월부터이다. 위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이 시기에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관찰되는 성조들은 깃갈이가 어떤 상태를 보일 지 예상해 보도록 하자. 제일 먼저 깃갈이가 이루어지는 몸깃과 등, 어깨의 깃은 깃갈이가 이루어져 새로운 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첫째날개의 p1-6는 새 깃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져 있을 것이며, p7과 p8은 낡은 깃이 빠지고 새깃이 조그맣게 자라고 있는 중일 것이다. 맨바깥쪽 깃인 p9과 p10은 낡은깃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깃갈이는 모든 개체에서 일괄적으로 같은 시기에 같은 패턴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며 개체간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깃갈이의 개체간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크게 2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번식집단 간 차이, 두 번째는 개체의 먹이와 건강 상태에 따른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 중 눈여겨 살펴야 할 것은 번식지가 다른 집단 간에 이동거리가 달라서 다른 깃갈이 전략을 보이는 경우이다. 바이칼호 주변에서 번식하는 집단과 몽골 북부나 북동부에서 번식하는 집단의 월동을 위한 이동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깃갈이 전략과 시기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서해안 비무장지대 무인도서에서 번식하는 집단의 경우 이동거리가 상당히 짧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개체들과는 깃갈이 시기와 패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추후 열정적인 연구자들에 의해 번식집단에 따른 깃갈이 전략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 시기에 대한 궁금증들이 풀리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의 경우 특히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개체들이 어떤 깃갈이 전략을 택할 지가 매우 궁금하고 또한 기대된다.

 

성조 깃갈이의 특징

 

     성조의 깃갈이는 번식이 끝난 6월 중순에 시작된다.

     p1-p2는 6월 중순에 깃갈이 된다. 

     p5-p6는 8월 중순-하순 사이에 깃갈이가 진행된다.

     p9-p10의 깃갈이는 10월-11월 사이에 진행되며 늦을 경우 12월에 마무리된다.

     머리깃은 10월 하순에 겨울깃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져서 가늘고 날카로운 줄무늬를 가진다.

 

 

 

여름깃 깃갈이

   

    일반적으로 갈매기류는 화려한 여름깃을 가지는 종들과 달리 여름깃(번식깃)과 겨울깃(비번식깃)의 차이가 많지 않다. 갈매기류에서 여름깃과 겨울깃의 차이는 대개의 경우 뒷머리와 뒷목의 줄무늬 존재 여부이다. 겨울깃에서는 뒷머리와 뒷목에 줄무늬를 가지며, 이 줄무늬가 여름깃에서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의 색이 진해지고 넓어지는 정도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깃 변화보다는 부리와 홍채, 다리색 등에서 그 변화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한국재갈매기는 가을과 겨울에 걸쳐 진행되는 완전깃갈이 시기가 다른 재갈매기류보다 빠르며, 여름깃으로의 전환도 좀 더 일찍 시작된다. 우지하라 갈매기 도감의 정보에 따르면 한국재갈매기는 겨울 중반부터 여름깃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따라서 1월 하순경에 이미 여름깃으로 깃갈이가 진행되는 개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한국재갈매기의 뒷머리와 뒷목의 줄무늬는 여름깃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지면서 줄무늬가 없어지고 하얗게 된다. 다른 재갈매기들이 봄에 줄무늬가 없어지는 것과는 달리 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깃갈이로 인해 한국재갈매기의 머리는 좀 더 이른 시기부터 하얗게 보인다. 3월에 필드에서 재갈매기류를 관찰했을 때 재갈매기나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뒷목의 줄무늬는 겨울깃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한국재갈매기는 여름깃을 하고 있어서 머리가 유독 하얗게 보이는 특징을 볼 수 있었다.

 

                           겨울깃(2014. 1. 6. 강릉)                                                                 여름깃(2014. 4. 5. 궁평항)

한국재갈매기 뒷머리와 뒷목의 줄무늬 변화 ⓒ Larus Seeker

 

  

    1회 겨울깃 개체와 미성조의 여름깃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겨울깃 개체에 비해 좀 더 밝고 하얗게 보이는 깃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회 겨울깃 개체와 미성조가 여름깃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깃갈이에 의한 효과가 아니며, 햇빛에 의한 탈색과 깃의 마모 때문에 겨울깃보다 좀 더 밝고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한국재갈매기 성조의 경우 여름깃에서 첫째날개의 검은색이 좀 더 넓어지는 사진과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어떠한 매커니즘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지를 아직 잘 모르겠다. 또한 필드에서 관찰했을 때 첫째날개의 검은색이 겨울깃과 여름깃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 지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자료를 모아보고 추후에 이에 대해 다시 글을 보강하도록 하겠다.

 

 

 

첫째날개의 깃갈이 진행 정도가 다른 사례

   

한국재갈매기 날개

굴업도 해변 모래사장에서 주운 한국재갈매기 사체의 양쪽 날개. 굴업도, 옹진군. 2014. 4. 19. ⓒ Larus Seeker

이 사체의 양쪽날개는 완전히 손상되어 뼈 밖에 남지 않은 몸통과 달리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사체의 첫째날개는 양쪽 모두에서 8장이 보이며, p9과 p10은 보이지 않는다. 날개를 펼쳐서 관찰한 결과 이 사체는 첫째날개의 깃갈이 중이었으며, 양쪽날개의 깃갈이 진행 정도가 서로 달랐다.

 

    올해 4월 19일 옹진군 굴업도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갈매기류 사체를 하나 주웠다. 몸통은 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두개골과 척추 등 뼈 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나 희안하게도 골격과 연결된 양쪽 날개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으며 상태가 무척 좋았다. 그 후 남아 있는 골격과 양쪽 날개를 단서로 한 동정 과정을 거쳐 이 개체가 한국재갈매기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사체를 한국재갈매기로 동정해 나가는 상세한 과정은 "굴업도 해변에서 주운 갈매기 사체의 동정"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동정 과정에서 양쪽날개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두 가지 발견했다. 첫번째는 이 개체 양쪽 날개의 첫째날개 갯수가 10장이 아닌 8장만 보인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의문을 가지고 양쪽 날개를 보다 세밀하게 살핀 결과 이 개체의 첫째날개가 단순히 빠진 것이 아니라 깃갈이가 진행중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번째 재미있는 사실은 깃갈이 중인 양쪽날개의 진행 속도가 꽤 다르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양쪽 날개의 깃갈이는 대칭적으로 진행되지만 일부 개체에서는 이처럼 깃갈이 진행 속도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꽤 재미있는 사례가 될 것 같아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재갈매기 사체의 오른쪽 날개. 굴업도, 옹진군. 2014. 4. 19. ⓒ Larus Seeker

 

    이 개체의 오른쪽 날개가 접힌 상태에서 첫째날개의 깃수를 세어보면 10장이 아닌 8장이며, 날개끝 검은띠도 5장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p2에 아주 작은 검은 반점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재갈매기의 평균적인 검은띠의 갯수인 7장 보다는 부족해 보인다. 또한 한국재갈매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미러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사진처럼 첫째날개의 깃을 펼쳐 보면 맨바깥쪽에 절반 정도 크기로 자라고 있는 깃이 하나 더 보인다. 첫째날개가 8장이고, 중간에 빠진 깃이 하나도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날개깃이 맨바깥쪽에서 두번째 날개깃인 p9일 것이다. p9 깃은 바로 안쪽의 p8의 깃과 비교해 볼 때 현재 절반 정도 자라 있으며, 미러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 개체의 경우 미러는 p10에 하나만 형성되어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 사진에서 보이진 않지만 p9이 이 정도 자라 있다면 p10 또한 깃이 빠지고 새로운 깃이 자라고 있을 것이며, 깃이 깃집에서 막 빠져나온 상태일 것이다. 실제로 확인해 본 결과 p10이 아주 조금 자라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재갈매기 사체의 왼쪽 날개. 굴업도, 옹진군. 2014. 4. 19. ⓒ Larus Seeker

 

    위 사진은 이 개체의 왼쪽 날개 사진이다. 왼쪽 날개 역시 접힌 상태에서 첫째날개 깃 수를 세어보면 모두 8장으로 보이며, 날개끝 검은띠는 5장 있으며, p2에 작고 검은 반점이 있다. 첫째날개를 편 상태에서 살펴 보면 맨바깥쪽 날개깃에 가려져 있는 2장의 날개 깃이 더 있어서 모두 10장이 있다. 숨겨져 있는 2장은  p9과 p10일 것이다. 오른쪽 날개의 p9이 절반 정도 자라있는 것과 달리 왼쪽 날개의 p9은 4/5 정도 자라 있으며 p8보다 약간 더 작을 뿐이다. 한국재갈매기는 p9이 완전히 자랄 경우 p8보다 조금 더 길게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맨바깥쪽으로 중간 정도 크기의 미러를 가진 깃이 하나 보이는 데 이 깃이 바로 p10. p10은 절반 정도 자라 있다. 

   

    양쪽 날개 모두 p1부터 p8까지 새로운 깃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졌으며, p8까지 모두 완전하게 자란 상태임을 날개들의 길이와 비율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p9과 p10의 깃갈이에서 양쪽 날개의 진행 정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왼쪽 날개의 p10이 절반 정도 자라 있고 미러까지 보이는 데 반해 오른쪽 날개의 p10은 깃집에서 겨우 빠져나온 상태. 따라서 이 개체의 경우 왼쪽날개의 깃갈이가 오른쪽 날개보다 2주 정도 깃갈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재갈매기 성조의 경우 p9-10의 깃갈이가 이루어지는 것은 10월-11월이며 늦을 경우 12월에 마무리된다. 따라서 이 사체의 경우 p9-10의 깃갈이가 절반 이상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개체가 죽은 시기는 11월 초부터 11월 말 사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체의 날개 상태가 너무 양호한 점은 죽은 시기에 대한 이와 같은 추론에 의심을 하게 만든다. 현재로서는 이 개체가 죽은 시기에 대해 추측해 볼 수 있는 다른 단서들을 찾지 못한 상태.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재갈매기류 3종의 깃갈이 시기 비교

   

    겨울철에 우리나라 서해안과 동해안에서 월동하는 3종의 재갈매기류(한국재갈매기, 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깃갈이 패턴은 비슷하지만 그 시기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타난다. 번식 후 진행되는 완전깃갈이의 경우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가 제일 먼저 시작되며 재갈매기가 다음 순서로 시작되고,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깃갈이가 제일 나중에 시작된다. 이 3종의 깃갈이는 대략 1달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시작되며, 이것은 이 시기에 3종의 식별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갈매기를 관찰하신 우지하라선생님(氏原 巨雄)의 갈매기 도감을 보면 이 3종에 대한 비교가 그림과 함께 자세히 기술되어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재갈매기                                                    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10월 하순의 재갈매기류 첫째날개의 깃갈이(출처: カモメ識別ハンドブック)

 

한국재갈매기(Larus vegae mongolicus)

한국재갈매기는 깃갈이 진행 정도가 가장 빠르다. p1부터 p8까지 새깃으로 깃갈이를 마쳤으며, p9은 3/5 정도 자라고 있다. p10은 1/3 정도 자라고 있다. 뒷머리와 뒷목에 줄무늬를 가지는 겨울깃이 된다.

 

재갈매기(Larus vegae vegae)

재갈매기는 p1부터 p6까지 새깃으로 깃갈이를 마쳤으며, p7은 2/3 정도 자라고 있으며, p8이 빠진 후 아주 조금 자라고 있다. (위 그림에서 p8이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p9과 p10은 낡은깃을 유지하고 있다.

 

줄무늬노랑발갈매기(Larus heuglini taimyrensis)

줄무늬노랑발갈매기는 깃갈이 진행 정도가 가장 느리다. p1부터 p3까지 새깃으로 깃갈이를 마쳤으며, p4는 2/3 정도 자라고 있고, p5는 빠진 후 보이진 않지만 아주 조금 자라고 있다. p6-p10은 낡은깃을 유지하고 있다. 뒷머리와 뒷목에 줄무늬가 없는 여름깃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재갈매기                                                    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1월 하순의 재갈매기류 첫째날개의 깃갈이(출처: カモメ識別ハンドブック)

 

한국재갈매기(Larus vegae mongolicus)

이 시기의 한국재갈매기는 첫째날개의 깃갈이를 모두 마친 상태이며 모두 새깃을 가지고 있다. 보통 한국재갈매기는 11월에서 12월 사이에 깃갈이가 모두 끝난다. 여름깃 깃갈이(머리의 줄무늬)가 시작된다. 

 

재갈매기(Larus vegae vegae)

첫째날개의 깃갈이를 모두 마친 상태이며 새깃을 가지고 있다.

 

줄무늬노랑발갈매기(Larus heuglini taimyrensis)

줄무늬노랑발갈매기는 이 시기까지 첫째날개의 깃갈이가 진행 중이다. p1부터 p8까지 새깃으로 깃갈이를 마쳤으며, p9은 2/3 정도 자라고 있고, p10은 1/3 정도 자라고 있다. 

 

 

 

자료 추가 및 수정

 

 

2014년 5월 23일

 

5월에 첫째날개 p1의 깃갈이가 진행중인 개체

   

    2014년 5월 18일 굴업도 해변에 한국재갈매기 몇 개체(성조 2개체, 미성조 1개체)가 여전히 관찰되고 있었다. 한국재갈매기는 우리나라에서 4월 하순까지 월동하며, 이 시기가 되면 번식지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까지 이 곳에 남아 있는 개체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추론은 첫째, 번식지(몽골, 바이칼호)로의 이동이 매우 늦은 개체, 둘째, 번식지가 매우 가까운 곳(서해안 비무장지대 무인도서)이어서 이동이 늦은 개체, 셋째, 번식을 포기하고 번식지로 이동하지 않은 개체. 느낌상으론 서해안 무인도서에서 번식하는 개체여서 이동이 늦은 게 아닌가 생각되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서해안 무인도서에서 번식하는 개체라고 해도 이 시기까지 이동하지 않는 건 너무 늦는 건 아닐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은 날 덕적도와 소야도에서도 해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재갈매기들을 몇 개체 관찰할 수 있었다. 한국재갈매기들이 어느 시기까지 이 지역에서 머물게 될까? 머무는 시기와 행동 패턴을 관찰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날개 p1(맨안쪽 첫째날개)을 깃갈이 중인 한국재갈매기. 굴업도, 옹진군. 2014. 5. 18. ⓒ Larus Seeker

 

    5월에 굴업 해안에서 만난 이 개체는 줄무늬가 없는 깨끗한 뒷머리와 뒷목, 진한 노란색의 부리들로 볼 때 여름깃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날개의 검은 띠는 p3부터 p10까지 모두 8장. p2에도 아주 작은 검은 점이 보인다. 미러는 p10과 p9에 2개가 있는데, p9의 미러는 매우 작게 형성되어 있다. 첫째날개덮깃 바깥쪽에 검은 무늬는 보이지 않는다. 이 개체의 특이한 점은 첫째날개 맨안쪽깃인 p1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쪽 날개 모두에서 p1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빠진 것이 아닌 깃갈이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펼친 날개에서 p1이 전혀 보이지 않고 p2가 옛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p1이 빠진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후면 p1이 빠진 자리에서 새로운 깃이 자라나고 p2가 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 자란 성조의 첫째날개 깃갈이는 번식이 끝나는 6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이 개체처럼 5월 중순에 깃갈이가 일찍 시작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번식이 끝나지 않은 이렇게 이른 시기에 깃갈이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때문인 걸까? 이 개체는 번식에 참여하지 않는 개체여서 좀 더 이른 시기에 깃갈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모든 것들이 추측일 뿐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지만... 점점 재미있어 진다. 6월에 서해안에서 한국재갈매기의 깃갈이를 관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실들과 또다른 멋진 의문들이 생겨날 것이다.

 

 

 

 

참고 문헌

Malling Olsen, K. & Larsson, H. 2004. Gulls of Europe, Asia and North America. London: Christopher Helm.

Yésou, P. 2001. Phenotypic variation and systematics of Mongolian Gull. Dutch Birding 23: 65-82.

氏原巨雄・氏原道昭,2004.シギ・チドリ類ハンドブック.文一総合出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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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류가 가지게 되는 어떤 상태의 깃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깃차림(feather coats)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 글에서 깃차림이란 깃(feather)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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