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해변에서 주운 갈매기 사체의 동정

굴업도 해변에서 주운 갈매기 사체의 동정

Identification of the putrid Body of a dead Gull at Gureop Island

 

 

 

    올해 4월 19일 옹진군 굴업도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갈매기류 사체를 하나 주웠다. 몸통은 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두개골과 척추 등 뼈 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나 희안하게도 골격과 연결된 양쪽 날개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으며 상태가 무척 좋았다. 이 갈매기가 누구인지를 말해 줄 수 있는 남아있는 단서라고는 살점이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 골격과 상태가 아주 양호한 양쪽 날개 뿐이었다.

   

    봄 이동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동하는 새들이 거의 없어 적막하던 봄섬에서 갑자기 찾아 온 팽팽한 긴장과 즐거움. 이 갈매기 사체는 누구인지 어떤 연유로 이 곳에 이렇게 누워 있게 된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들이 밀려 들었다. 하지만 부족한 능력과 빈약한 추리력으로 그 의문들을 모두 풀어낼 수는 없을 터. 일단 이 사체가 어느 종인지를 동정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제부터 이 사체에 대한 어설픈 동정 시도를 단계적으로 따라가 보도록 하자.

 

 

갈매기 날개

굴업도 해변에서 주운 갈매기류 사체의 양쪽 날개. 굴업도, 옹진군. 2014. 4. 19.(사체 습득일) ⓒ Larus Seeker

 뼈 밖에 남지 않은 몸통과 달리 날개는 전혀 손상이 없었으며, 동정을 위한 정말 풍부한 단서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이 사체를 습득할 당시 골격과 날개가 연결되어 있는 전체적 형태 사진을 찍어 두지 못했다. ㅠㅠ

 

 

 

굴업도 갈매기 사체 동정의 제한점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개체를 동정한다면 서식 환경, 먹이 습성, 특징적인 형태와 자세 등을 동정의 단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경우에서처럼 사체를 이용한 동정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동정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동정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하겠다. 또한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이 시기에 잘 관찰되지 않는 재갈매기류(예를 들면 Steppe Gull(Larus cachinnans barabensis))를 동정 후보군에 넣지 못한 점은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골격의 크기를 이용한 동정

   

    갈매기류를 동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서는 개체의 크기, 머리의 모양, 뒷머리와 뒷목의 줄무늬, 부리의 색과 모양, 홍채의 색, 등판의 색, 첫째날개의 패턴, 다리의 색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하고 많은 단서들은 이 사체를 동정하는데 있어서는 대부분 이용할 수 없으며, 사용할 수 있는 단서라곤 골격과 날개의 크기, 등판 회색의 정도, 첫째날개의 패턴 정도일 것이다.

 

    이 사체를 동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것은 골격의 크기일 것이다. 살점이 붙어 있지 않은 두개골과 척추, 용골돌기 등으로 추리해 볼 수 있는 골격의 크기는 이 섬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괭이갈매기보다 많이 커보였다. 대략 괭이갈매기 골격의 1.5배 정도. (필자는 다행히도 지난 겨울 동해 갈매기 탐조에서 괭이갈매기 사체와 골격을 다룰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따라서 골격의 크기로 볼 때 섬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괭이갈매기와 괭이갈매기보다 작은 갈매기들(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 등)은 후보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사체 전부를 수거하기엔 부피가 너무 커서 날개만 급하게 수거하는 바람에 골격을 수거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사진이라도 찍어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

 

 

 

등판의 회색 정도를 이용한 동정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등판 회색 측정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등판 회색 측정. 2014. 4. 24. ⓒ Larus Seeker

 코닥 그레이 스케일을 이용하여 측정한 이 사체 등판 회색의 측정값은 8~9사이. 평균적인 재갈매기류의 등판 회색보다 조금 어둡고, 가장 어두운 개체들의 값과 비슷하게 측정되었다.

 

 

    이 사체가 보여주는 등판(등+어깨)의 회색은 사체를 주운 현장에서 봤을 때 괭이갈매기, 갈매기, 큰재갈매기 등판의 회색보다 옅은 색으로 보였다. 현장에서 보기에 등판의 회색 정도가 가장 비슷한 것은 재갈매기와 한국재갈매기 정도. 범위를 좀 더 확장하면 줄무늬노랑발갈매기도 포함될 수 있는 정도로 판단하였다. 이 사체의 등판 회색은 집으로 돌아와 필자가 가지고 있는 괭이갈매기, 갈매기의 날개와 비교해 본 결과 두 종보다는 조금 더 밝은 회색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의 대략적인 등판 회색에 대한 판단 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집으로 돌아온 며칠 뒤 이 사체의 등판 회색에 대한 보다 구체적 측정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보다 명확한 등판 회색의 측정을 위해 동원된 것은 그레이 스케일 카드(Kodak Grey Scale).(그레이 스케일 카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고: 한국재갈매기 등판 회색의 미스터리) 물론 문헌마다 각 종의 갈매기 등판 회색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 측정값이 다르고, 문헌에서 기술하고 있는 측정값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등판의 회색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료 축적과 나중의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도 측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레이 스케일 카드를 이용해 측정한 이 사체의 그레이 스케일 측정값은 약 8-9 정도로 판단되었다.  

 

    Olsen & Larsson(2004)의 'Gulls of Europe, Asia and North America '에서는 재갈매기의 그레이 스케일 값을 (5)6~7(8), 한국재갈매기의 값을 5~6,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값을 6~8로 기술하고 있다. 굴업도 사체의 그레이 스케일 측정값을 이 자료와 비교해 보면 재갈매기의 가장 어두운 개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둡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고려할 수 있는 후보들은 등판이 어두운 재갈매기 또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한국재갈매기의 등판 회색에 대해 이 문헌에서 제시하고 있는 값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는 한국재갈매기가 재갈매기보다 더 어두운 등판색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이 사체의 등판 회색의 정도를 이용한 판단은 그레이 스케일의 단순한 비교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몇 가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감에서 명시하고 있는 수치들과 사체의 그레이 스케일 측정값의 차이에 대한 것이 있는데, 도감의 자료들은 번식지에서 살아 있는 개체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값인데 반해 굴업도에서 주운 이 갈매기 사체는 죽은 지 한참이나 지난 사체의 값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갈매기가 죽은 후 시간이 흐르면 등판의 회색이 환경에 따라 어떤 패턴으로 변하는 지에 대해 현재로선 알 수 없기 때문에 판단을 내림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재갈매기류를 동정하는 데 등판 회색의 값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재갈매기 등판 회색의 미스터리'의 결론을 참고하기 바란다.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을 조합하여 볼 때 현재까지의 정보만으로 이 사체의 등판의 회색 정도를 통해 판단하는 것은 자칫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판단을 잠시 유보하기로 결정하였다. 재갈매기류 등판 회색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값을 얻게 되는 시점이 되면 이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첫째날개 패턴을 이용한 동정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왼쪽날개. 2014. 4. 24. ⓒ Larus Seeker

 등판의 회색과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는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흰갈매기나 수리갈매기에서는 이러한 대비가 나타나지 않는다. 첫째날개에서 보이는 날개끝 흰점은 매우 크고 잘 발달되어 있으며, 둘째날개의 날개끝 흰선도 폭이 꽤 넓어 보인다. 셋째날개의 흰점 또한 매우 잘 발달되어 있는데 이것은 큰재갈매기와 한국재갈매기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왼쪽 첫째날개. 2014. 4. 24. ⓒ Larus Seeker

 첫째날개 검은무늬는 매우 잘 발달되어 있으며 폭이 넓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p10(맨바깥쪽 첫째날개깃)에 중간 크기의 미러가 하나 보이며, p9에는 미러가 보이지 않는다. p9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해 p8 보다 다소 작아 보인다. 완전히 자란 첫째날개에서는 일반적으로 p9 > p10 > p8 순으로 날개가 길다. 날개끝 검은띠는 p4까지 7장 형성되어 있으며, p2에 작고 검은 반점이 보인다. p2의 검은 반점을 포함할 경우 이 사체의 날개끝 검은띠의 갯수는 8장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사체의 첫째날개는 전체적으로 회색을 띄고 있으며, 날개의 중간부터 끝부분까지 커다란 삼각형 형태의 검은 무늬를 형성하여 회색과 검은색의 선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갈매기류 중 이런 형태의 첫째날개를 가지고 있는 종은 갈매기,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한국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큰재갈매기 정도이다. 수리갈매기와 흰갈매기는 첫째날개의 색상 대비가 크지 않으므로 이 사체의 후보군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체의 첫째날개에서 보이는 날개끝 흰점은 동정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사체의 첫째날개 날개끝에는 흰점이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는데 위에서 언급된 후보군 중 첫째날개에 날개끝 흰점이 크게 형성되는 종은 갈매기, 재갈매기, 한국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큰재갈매기 이렇게 5종이다. 이 5종과는 다르게 괭이갈매기는 아래의 사진처럼 날개끝 흰점이 매우 작거나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후보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괭이갈매기 날개

괭이갈매기의 양쪽 날개. 남애항, 강원도. 2014. 3. 16.(사체 습득일) ⓒ Larus Seeker

 괭이갈매기의 첫째날개를 보면, p10과 p9에 미러가 보이지 않는다. 날개끝 흰점은 p9-p10에서는 보이지 않으며, p8부터 아주 작은 흰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며 안쪽날개로 갈수록 점차 커지고 있다. 굴업도의 갈매기 사체의 첫째날개는 이 괭이갈매기와는 달리 날개끝에 흰점이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어 대조를 이룬다.

 

 

    굴업도 사체의 첫째날개를 확대한 사진을 보면 이 갈매기의 첫째날개는 깃갈이 중이며 p10에 미러가 1개 형성되어 있고, p9에 미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10의 미러는 중간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아래에 제시된 갈매기 첫째날개의 경우 p10과 p9에 미러가 2장 있으며, p10의 미러는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다. 또한 갈매기의 첫째날개에서는 p7~8에 그레이텅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 반면 굴업도의 사체는 그레이텅이 보이지만 그렇게 발달되어 있지 않다. 미러의 갯수와 형태, p7~8의 그레이텅의 발달 정도로 미루어 볼 때 갈매기 또한 후보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이다.

 

갈매기의 왼쪽 첫째날개. 후포항, 울진군, 경상북도. 2014. 3. 2.(사체 습득일) ⓒ Larus Seeker

 갈매기의 첫째날개는 날개끝 흰점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p10에도 날개끝 흰점이 아주 작은 형태로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p9에서부터 날개끝 흰점이 보이며, p5까지 흰점이 형성되어 있다. 흰점의 크기는 첫째날개 안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점차로 커진다. 이 갈매기의 경우 미러가 p10과 p9에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갈매기의 특징처럼 p8의 그레이텅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이에 비해 굴업도 갈매기 사체는 미러가 1개 형성되어 있으며, 그 크기와 형태도 갈매기와는 매우 다르다. 또한 갈매기는 위 사진처럼 p8과 p7에 그레이텅이 매우 크게 발달되어 있는 반면 굴업도의 갈매기 사체는 갈매기만큼 그레이텅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되면 후보로서 남는 종은 재갈매기류 4인방(재갈매기, 한국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큰재갈매기). 4종 모두 등판의 회색과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가 이 정도의 대비를 보이며, 미러는 p10과 p9에 이 정도의 크기로 1~2개 형성된다. 하지만 큰재갈매기는 등판의 회색이 매우 짙기 때문에 굴업도 사체처럼 회색과 검은색의 선명한 대비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번식깃을 가진 큰재갈매기 등판의 회색이 매우 밝은 경우도 관찰되지만(큰재갈매기 여름깃으로의 변화 글 참고), 일반적인 경우라고는 할 수가 없으므로 후보에서 제외한다. 다른 재갈매기들의 날개를 살펴볼 때 다시 언급하겠지만 큰재갈매기의 첫째날개 검은 무늬의 형태나 미러의 형태도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그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점도 후보 제외 사유에서 고려되었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남는 건 살아 있을 경우에도 동정이 매우 까다로운 재갈매기류 3종(재갈매기, 한국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굴업도 사체가 재갈매기류 3종 중 누구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의 형태, 검은띠의 갯수와 형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자. 굴업고 사체의 첫째날개에서 우선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검은 무늬의 넓이인데, 첫째날개에서 검은 무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매우 넓은 것을 볼 수 있다.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는 개체간 차이를 많이 보이지만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가 이렇게 발달되어 있고 넓게 형성되는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종은 한국재갈매기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글은 한국재갈매기의 첫째날개 패턴 글 중에서 '한국재갈매기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는 왜 어둡게 보이는가?' 문단을 참고하기 바란다.) 재갈매기의 경우 개체에 따라 굴업도 사체만큼 검은 무늬가 넓게 형성되는 경우도 간혹 있으므로 후보에서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체의 첫째날개 검은 무늬는 한국재갈매기에 좀 더 가까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갈매기류 동정에 있어서 첫째날개의 날개끝 검은띠의 갯수와 형태는 매우 중요한 동정 단서가 된다. 굴업도 사체의 첫째날개에서 보이는 검은띠는 p10에서 p4까지 모두 7장이며, p2에 작은 검은 반점이 보인다. 이를 포함할 경우 이 사체의 날개끝 검은띠는 8장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특징들을 재갈매기류 첫째날개의 특징들과 비교해 보도록 하자. 'Gulls of Europe, Asia and North America'에서 제시하고 있는 3종의 날개끝 검은띠의 평균과 최대 최소 범위는 다음과 같다.

 

 

재갈매기

Larus vegae vegae

한국재갈매기

Larus vegae mongolicus

줄무늬노랑발갈매기

Larus heuglini taimyrensis

 날개끝 검은띠 평균 6장

최소 5장, 최대 7장

 날개끝 검은띠 평균 7장

최소 6장, 최대 9장

 날개끝 검은띠 평균 7장

최소 ?장, 최대 ?장

재갈매기류 3종의 첫째날개 날개끝 검은띠의 수와 형태(자료 출처: Gulls of Europe, Asia and North America)

▲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날개끝 검은띠에 대한 정보는 현재로서는 충분하지가 않으며, 추후 이에 대한 보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재갈매기의 경우 날개끝 검은띠의 수는 평균 6장이며 많을 경우에도 7장을 넘지는 않는다. 한국재갈매기는 날개끝 검은띠가 가장 많은데 평균 7장이며, 8장을 넘는 경우도 꽤 많이 관찰된다.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날개끝 검은띠는 평균 7장이며, 최대와 최소 갯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필드에서 줄무늬노랑발갈매기를 필드에서 관찰해 보면 날개끝 검은띠가 많은 경우는 그닥 많지 않은 것 같다. 굴업도 사체의 날개끝 검은띠는 p2의 검은 반점을 포함해 8장으로 보이며, 이러한 정보들을 비교해 볼 때 날개끝 검은띠가 최대 7장인 재갈매기는 후보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경우에는 날개끝 검은띠의 최대 갯수를 알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굴업도 사체의 p4에 형성된 검은띠의 형태를 살펴 보기로 하자. 이 사체의 p4에서 보이는 검은띠는 안쪽우면과 바깥우면에 걸쳐 완전한 띠 형태를 이루고 있다. 재갈매기와 줄무늬노랑발갈매기는 p4에 검은띠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검은띠가 있을 경우에도 이처럼 완전한 띠 형태로 형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작은 반점이나 바깥우면에 한정되어 형성된다. p4의 검은띠가 이렇게 완전한 띠 형태로 형성되는 종은 한국재갈매기인데, 한국재갈매기는 일반적으로 p4의 검은띠가 매우 폭넓게 보인다. 또한 p2에 보이는 검은 반점은 검은띠의 갯수가 최대 9장까지 형성되는 한국재갈매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태이며, 재갈매기나 줄무늬노랑발갈매기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패턴이다.

 

    따라서 첫째날개의 검은 무늬의 형태와 날개끝 검은띠의 갯수와 형태로 볼 때 이 사체는 한국재갈매기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다. 첫째날개의 패턴이 비슷한 것 외에도 굴업도 사체는 둘째날개의 날개끝 흰선이 폭넓은 점, 셋째날개의 흰점이 매우 발달해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재갈매기의 특징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재갈매기의 경우 첫째날개의 날개끝 검은띠가 7장 이상 보이는 개체에서 약 30%의 비율로 첫째날개덮깃에 검은 무늬가 형성되는데 이 개체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보여지지 않는 점이다. 만일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첫째날개덮깃의 바깥쪽에 검은무늬가 형성되어 있었다면 굴업도 사체가 한국재갈매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굴업도 갈매기 사체 동정의 결론

 

    골격의 크기, 등판의 회색 정도, 첫째날개의 패턴 등 다양한 단서들을 종합하여 추측해 볼 때 이 사체는 깃갈이가 거의 끝나가는 한국재갈매기 성조로 판단된다. 판단의 근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굴업도 갈매기 사체의 동정을 위한 근거

 

• 괭이갈매기보다 1.5배 정도 큰 골격으로 볼 때 재갈매기류가 주요 후보가 될 것이다.

• 등판의 회색은 재갈매기류보다 조금 더 어두운 회색(코닥 그레이 스케일8~9)이며, 괭이갈매기보다 조금 더 밝다.

• 재갈매기류 등판 회색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현재로선 사체의 등판 회색은 동정의 단서로 활용할 수 없다.

• 등판과 첫째날개 검은 무늬가 이루는 선명한 대비로 볼 때 흰갈매기와 수리재갈매기, 큰재갈매기는 후보에서 제외된다.

• 날개끝 흰점이 매우 큰 점으로 볼 때 갈매기, 재갈매기, 한국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가 주요 후보가 된다.

• 미러가 p10에 1장인 점과 미러의 크기가 중간 정도인 것으로 볼 때 갈매기는 후보에서 제외된다.

• 첫째날개의 검은무늬가 잘 발달되어 있고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점은 한국재갈매기의 특징과 일치한다.

• 날개끝 검은띠는 p4까지 7장이며, p2에 검은 반점이 있는데 이것은 한국재갈매기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 p4의 검은띠는 완전한 띠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재갈매기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검증되지 않은 추론

 

위에서 다룬 갈매기 사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작업들은 DNA 분석과 같은 보다 직접적인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또는 거칠 수 없는 단지 추론일 뿐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검증되지 않은 추론은 과학적으로는 그다지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몇몇 추론들은 제한적이고, 어떤 단계에선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 이뤄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추론은 과학적으로는 여전히 검증되어 있지 않으며 추후 보다 직접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체의 골격과 날개의 상태에서 얻어낼 수 있는 단서들을 조합하고 그것들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에서 분명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 부족한 지식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도전을 시도해 보았다. 좌충우돌 어수선한 동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띌 지라도 아마추어의 객기려니 생각하고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참고 문헌

• Olsen, K. M. & Larsson, H. 2004. Gulls of Europe, Asia and North America.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 Yésou, P. 2001. Phenotypic variation and systematics of Mongolian Gull. Dutch Birding 23: 6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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