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aysian Pied Fantail

[Birds of Borneo]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의 첫 번째 숙소였던 Sepilok Forest Edge Resort에서 새끼를 키우고 있는 Malaysian Pied Fantail을 만날 수 있었다. 리조트 안쪽의 정원에서 Sunbird들을 관찰하다가 작은 관목 가운데에 있는 둥지를 우연히 발견했다. 둥지 높이(아마도 지면에서 1m 정도)가 낮았고, 아직은 잎이 많이 자라지 않은 관목에 둥지가 위치하고 있었기에 새끼를 품는 모습이나 먹이를 주는 모습들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Borneo에서 8월은 번식철이 아니었기에 새끼를 키우는 장면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어서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Malaysian Pied Fantail(Rhipidura javanica).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풀과 거미줄로 지은 둥지

Malaysian Pied Fantail의 둥지는 관목의 나뭇가지 위에 얹혀져 있고, 속이 깊숙한 사발 모양이었다. 가지 위에 얹어 놓았음에도 꽤 탄탄해 보였다. 둥지는 풀로 엉성하게 엮어 놓은 Munia의 둥지와는 달리 풀과 거미줄을 이용하여 꽤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거미줄로 꼼꼼하게 마무리가 되어 있는 점은 몇 년 전 굴업도에서 관찰했던 물레새의 둥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 둥지 하나 짓자면 꽤 많은 거미줄을 걷어 와야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쌍한 거미들~ 


Nest of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관목 가운데쯤 조그마한 둥지가 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탄탄하고 이쁘게 지어진 둥지. 처음엔 Sunbird의 둥지가 아닐까 했는데, 조금 기다리니 둥지의 주인이 돌아와서 누구의 둥지인지를 알려 주었다. 


Nest of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둥지 바깥을 거미줄로 촘촘히 엮어서 마무리를 해 놓았다. 이렇게 깊은 사발 모양으로 둥지를 지어 놓으면 적어도 알이나 새끼들이 둥지 바깥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겠다.  



Borneo의 Fantail

Fantail은 꼬리를 활짝 펴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는데 그 모습이 부채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몇 년 전 캄보디아의 어느 들판에선가 이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활짝 편 꼬리의 모습에 반해 아무 생각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참 매력적인 종. 이 종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적이 없어서 우리말 이름이 없는데, 만일 이름을  붙이게 된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당연히 녀석의 이름은 '부채꼬리딱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전세계적으로 47종의 Fantail이 살고 있고, Borneo에는 3종류의 Fantail이 살고 있다.

  ▶ White-throated Fantail [Rhipidura albicollis]

  ▶ Malaysian Pied Fantail [Rhipidura javanica longicauda]

  ▶ Spotted Fantail [Rhipidura perlata]

   

세 종 모두 Borneo에선 흔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사는 곳은 다르다. White-throated Fantail은 주로 높은 산이나 산악 숲(Mountain Forest)의 가장자리에 살고, Spotted Fantail은 낮은 산(Submontane Forest)이나 저지(Lowland)에서 살고, Malaysian Pied Fantail은 저지나 들판, 정원 등에서 주로 살아 간다. 즉, White-throated Fantail이 제일 높은 곳에서 살고, Spotted Fantail이 중간 정도, Malaysian Pied Fantail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Spotted Fantail은 중간 지점에서 다른 두 종과 서식지가 겹치게 된다. 식물의 이행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식물에서 환경 변화로 인해 이행대(Ecotone)가 나타나는 것처럼 새들에게서도 비슷한 습성을 가진 종이 이렇게 지역을 나누어 살아가는 건 꽤 재미있다.


White-throated Fantail

White-throated Fantail은 Malaysian Pied Fantail과 비슷하게 생겨서 자주 헷갈리곤 한다. 사실 생김을 구분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이름을 자꾸 헷갈린다. ^^; Malaysian Pied Fantail이 가슴부터 배까지 하얀색인 반면 White-throated Fantail은 멱의 하얀 줄무늬를 제외하면 가슴부터 배까지 온통 검은 회색이다. 

White-throated Fantail. Mt. Kinabalu, Borneo. 11 August 2016 ⓒ Larus Seeker


관련 글: 2016/08/28 - White-throated Fantail



Malaysian Pied Fantail과 White-throated Fantail의 지역 분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Malaysian Pied Fantail과 White-throated Fantail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지만 사는 곳(보다 정확히 말하면 해발고도)이 다르다. Malaysian Pied Fantail이 주로 저지와 들판, 정원에서 살아가는 반면, White-throated Fantail은 키나발루산 같은 높은 곳에서 살아간다. 두 종의 Borneo 분포 지도를 보면 이러한 상황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아래의 분포 지역을 살펴 보면 Malaysian Pied Fantail과 White-throated Fantail의 분포 지역이 전혀 겹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Malaysian Pied Fantail은 Borneo의 중앙 산악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살고 있고, White-throated Fantail은 Borneo의 중앙 산악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정확한 이유는 뭘까?


Distribution Map of Malaysian Pied Fantail ⓒ BirdLife International 2016

Malaysian Pied Fantail은 Borneo의 중앙부 고산지대를 제외한 저지에서 살고 있다.


Distribution Map of White-throated Fantail ⓒ BirdLife International 2016

White-throated Fantail은 Borneo의 중앙부 고산지대에 살고 있다. Malaysian Pied Fantail이 살지 않는 지역에 녀석이 살고 있는 것이다.    


    

Pied Fantail의 종 분리

Pied Fantail(Rhipidura javanica)은 2011년 Malaysian Pied Fantail과 Philippine Pied Fantail로 종이 분리되었다. Pied Fantail에서 필리핀 지역에 서식하던 개체들이 별개의 종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Philippine Pied Fantail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원래의 Pied Fantail은 Malaysian Pied Fantail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2014년 발행된 Phillipps' Field Guide에 이 부분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새들은 종 분리가 자주 일어나는 편인데 도감 저자들의 입장과 판단에 따라 이를 반영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서 도감만 믿고 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꽤 발생하는 것 같다. 조류목록도 여러 종류가 있고 저자들의 판단에 따라 리스트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결국은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나같은 경우 종의 변경에 대한 반영이 빠르게 이루어 지는 IOC World Bird List를 기반으로 종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 BirdLife International에서는 이 종에 대해서 Malaysian Pied Fantail라는 이름 대신 Sunda Pied Fantail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둥지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서 꼬리는 당연히 바깥으로 나오고, 몸통도 다 들어가지 않는다. 햇살이 강해서인지 녀석의 등판은 검은색이라기 보다는 밤갈색을 보여주고 있다. 새끼를 키우는 와중이라 깃이 많이 닳아 있고, 깃 손질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서 몰골이 초췌하다. 어린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이 외모에 신경쓸 시간이 없는 것처럼 새들도 새끼를 키울 때는 대체로 이렇다.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둥지가 워낙 깊게 파인 형태라서 둥지 안쪽에 알이 있는지 새끼가 있는 지 처음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둥지에 앉아 있는 걸 봤을 땐 알을 품고 있겠거니 했었다.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그러다가 녀석이 먹이를 물고 왔을 때 둥지 바깥으로 입을 내미는 새끼들을 보고 그제서야 둥지 안에 새끼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새끼들은 얼마나 작던지.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먹이를 다 먹이고 나면 이렇게 새끼들의 똥(어미가 입에 물고 있는 하얀 덩어리가 새끼가 방금 싼 똥이다)을 물고 밖으로 나가곤 했다. 이 시기에 새끼들은 젤라틴 형태의 막에 둘러 쌓인 똥(쉽게 말하면 주머니에 담긴 똥)을 싸기 때문에 어미가 똥을 물어다가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다 버리게 된다. 그래야 똥 냄새로 천적을 끌어 들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어미가 새끼들을 키우느라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 이 똥은 어미새의 먹이로도 이용된다. 새들의 경우 소화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새끼들이 싼 똥에도 아직 영양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새끼의 똥을 먹는 것잉 어미에게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다.


Malaysian Pied Fantail. Sepilok Forest Edge Resort, Borneo. 15 August 2017 ⓒ Larus Seeker

이 녀석을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흘렀으니 지금쯤이면 새끼들도 건강하게 자라서 이소(둥지 떠나기)를 했겠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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