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s of Borneo]
Chestnut Munia
Borneo 들판과 시골마을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참새보다 흔한 녀석이다. 11~12cm 정도의 크기인데 주로 식물의 씨앗을 먹고 살며, 다른 납부리새류처럼 집단을 이루어 생활한다. Tri-colored Munia와 종이 분리되기 전에는 뭉뚱그려서 Black-headed Munia로 불리기도 했었는데, 현재는 별개의 종이다. 웹 상의 자료들에는 이러한 종 분리와 영명의 변경으로 인한 혼동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Chestnut Munia의 어린 개체는 성조와는 달리 연한 갈색을 나타내는 데 얼룩무늬납부리새 어린 개체와 매우 비슷하게 생겨서 동정이 쉽지 않다. 나도 작년 여름 이 녀석들을 만났을 때 무지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 유조들을 제대로 찍어서 두 종의 유조를 비교해 보려 했는데 도통 거리를 허락하지 않아서 ^^;
Chestnut Munia(Lonchura atricapilla). Penampang Paddyfiel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Distribution Map of Chestnut Munia ⓒ BirdLife International 2016
동남아시아의 꽤 넓은 지역에 적응해 살고 있다. 중남미쪽에도 도입된 개체들이 야생에 적응하여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지도의 왼쪽 스리랑카와 인도 지역에는 Tri-colored Munia가 살고 있는데, 두 종의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너무나 평범해서 국조(National Bird)에서 쫒겨나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너무나 슬픈 이야기! Chestnut Munia는 1995년 이전까지는 필리핀의 국조였었다. 그런데 필리핀 사람들이 무려 국조이기까지 한 이 녀석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거다. 너무 작고 평범하게 생겨서 다른 작은 새들(다른 납부리새류와 참새들)과 늘상 헷갈려 했다(만일 박새가 우리나라의 국조로 정해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박새와 쇠박새, 진박새를 헷갈려 해서 국조를 제대로 알아봐 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 ^^;). 그 나라의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국조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하여 1995년 이 녀석이 국조의 자리에서 끌어 내려지고, 그 자리를 Philippine Eagle이 대신 차지하게 되었다. Philippine Eagle이야 필리핀의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며 워낙 강렬하게 생겨서(이렇게 말하고 보니 오히려 이 녀석이 국조로서의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니까 자격이 충분하긴 하지만 필리핀의 국조였다가 하루아침에 동네의 흔하디 흔한 작은 새로 격하된 Chestnut Munia의 처지도 참 기구하다. 오호 통재라!
Chestnut Munia. Penampang Paddyfiel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들판 어디에나 녀석들은 이렇게 떼로 몰려 다니며 사초과 식물들의 씨앗을 먹고 있었다. 진한 붉은색 개체들이 성조, 연한 갈색을 가진 녀석들이 유조. 이 집단에선 유조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Chestnut Munia. Penampang Paddyfiel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얼굴 크기의 반만큼이나 크고 굵은 부리는 식물의 씨앗을 먹기에 제격이다. 저 굵은 부리와 민감하고 날렵한 혀를 사용하여 식물의 씨앗을 뜯어서 껍질을 순식간에 벗겨 내고 속알맹이만 먹는다.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고 있으면 놀라울 정도다.
덧붙이는 글
2017년 9월 13일 덧붙임
이 글을 올리고 얼마 후 지인에게 질문을 받았다.
그럼 우리나라의 국조는 까치인 건가요? |
음...꽤 까다로운 질문. 우리나라의 국조(National Bird)는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꽤 많은 사람들이 까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새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기도 한데,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라면 당연히 국조 정도는 정해 놓았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이런 일들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사실 까치는 유해조수(환경부장관이 지정하게 되는데 유해조수로 지정되면 알과 새끼, 둥지를 채취하거나 새를 포획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로 등록되어 해마다 수백개의 둥지가 허물어지고 사냥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고양시처럼 까치를 시조(City Bird)로 정한 지자체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녀석의 둥지는 해마다 허물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까치를 우리나라의 국조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위키백과의 국조 항목을 보면 우리나라의 까치는 비공식적으로 국조인 것으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38개의 지자체에서 까치를 도조, 시조, 군조로 정해두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아마도 지자체의 공식적인 새로 등록된 새들 중에는 최다가 아닐까 싶다(위키백과의 '까치' 하단의 항목 참조). 까치는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다곤 해도 위키백과의 까치에 관한 항목은 누가 어떤 근거로 까치를 비공식적인 국조로 등록해 놓았는 지에 대한 근거(각각의 나라새 목록의 오른쪽에 근거가 돠는 문헌이 명시되어 있다)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믿음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로 된 Wikipedia의 List of National Birds 항목에는 우리나라의 국조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이렇게 표시해 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의 국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새를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국조가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의 국조를 정한다면 아마도 대국민 투표로 정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우리나라의 국조로 정했으면 하는 새는 무엇인지?
지인의 질문을 받은 김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적어봤다.
관련 글: 2017/02/20 - [BIRDS OF THE WORLD/TAIWAN] - 대만의 국조 Taiwan Blue Mag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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