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s of Borneo]
Sunda Frogmouth
Sunda Frogmouth(Batrachostomus cornutus).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이번에 보르네오에 가면서 꼭 만나고 싶었던 녀석. Frogmouth는 외계인같은 그 독특한 생김으로 인해 평소에도 내 관심을 많이 끌던 종이었는데 Kota Kinabalu에서 녀석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이야길 듣고 기대에 부풀었었다. ebird에서 녀석의 출몰 장소와 출몰시각 등을 알아내고, 혹시 놓칠까 싶어 녀석의 출몰 장소(Taman Tun Fuad)에 두 번이나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을 짜두었었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며 두 번의 도전 끝에 어렵사리 만난 녀석,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진정한 야간 탐조
녀석을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세필록 정글에서 코타 키나발루로 돌아온 저녁, 녀석을 만나러 갈 계획을 세우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 하면서 기다리는 데 비가 점점 거세졌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ㅠㅠ 올해는 코나 키나발루의 우기가 일찍 시작되어서 밤만 되면 매일 비가 내렸다고, 지난 일주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고 한다. 내일 보르네오를 떠나야 하는데 오늘밤에 비가 내리면 어쩌라는 거냐! 나의 Sunda Frogmouth는 그렇게 비와 함께 날아가 버리는 듯했다. 숙소로 돌아와 아쉬운 마음에 잠들지도 못하고 뒤척이던 밤, 담배를 피우러 밖으러 나갔다가 갑자기 어떤 깨달음?이 머리를 때렸다. 비가 거의 그쳐 가고 있었던 거다. 세차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잦아 들었고, 하늘의 구름도 조금 옅어진 듯하고. 시계를 보니 밤 11시. 이건 출발해야 하는 각인거다. 혹시 자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행들에게 조심스레 야간 탐조 의향을 물었다. 세상에나~! 하루종일 진행된 탐조와 비행으로 피곤해서 쉬고 싶을 법도 하건만 일행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콜을 외쳤다. 그렇게 예정과는 달리 갑작스레 시작된 야간 탐조는 늦은 밤 커다란 렌즈와 후레쉬를 들고 떼로 몰려 다니는 수상한 사람들 때문에 출동한 현지 경찰들과의 오붓한 대화를 시작으로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녀석을 만나는 건 실패!! 눈물을 머금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쇼핑을 포기하고 재도전!
다음날은 보르네오를 떠나는 날이었다. 마지막 날 밤에는 공항에 가기 전 가족들을 위한 쇼핑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만나지 못한 Sunda Frogmouth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고, 도대체 쇼핑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에 대한 이유를 100가지도 더 말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우리 중 일부는 재도전을 결심했다. 하여 뜻하지 않게 차를 두 대로 나눠 일부는 쇼핑몰로, 일부는 어제 갔던 Taman Tun Fuad로 다시 향했다. 비행 시각에 늦지 않게 제 시간에 꼭 돌아 오자는 약속을 남기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녀석은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공항으로 갈 시각은 다가오고 녀석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그렇게 반쯤 포기하고 있을 무렵 녀석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그것도 바로 코 앞에!!! 놀라워라~ 이래서 새를 보나 보다. 이런 맛에.
Large-tailed Nightjar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Kim Eunju
Sunda Frogmouth가 찍힌 날짜와 이 사진이 찍힌 날짜는 17일로 같지만 이 사진은 첫 번째 도전한 날 새벽의 17일, Sunda Frogmouth가 찍힌 건 두 번째 도전한 한밤중의 17일. 같은 듯 다른 17일이다.
Taman Tun Fuad
코타 키나발루 동남쪽에 위치한 수상테마파크가 있는 공원. 주변에 조깅을 위한 코스가 있는데 이 조깅로를 따라 걷다 보면 Sunda Scops Owl, Large-tailed Nightjar, Sunda Frogmouth를 만날 수 있다. 코타 키나발루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들러볼 만한 장소. 코타 시내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데 우버나 그랩을 이용하면 7RM(우리 돈 1850원 정도)이면 갈 수 있다. 택시를 타면 아마 15RM(4,000원) 정도 나올거다. 공원이 의외로 넓어서 간다고 무조건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드시 소리를 익히고 가야 하고, 소리 파일과 휴대용 스피커도 준비해서 가야 한다.
출처: Xeno-canto. Accessible at www.xeno-canto.org/species/Batrachostomus-cornutus
현장에서 이 녀석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제대로 된 소리 파일이 없어서였다. Xeno-canto에도 제대로 된 녀석의 소리 파일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제대로 된 소리파일도 없이 녀석을 만난 건 운이 좋아서였을 지도.
출처: Arjan Brenkman, XC382576. Accessible at www.xeno-canto.org/382576
Sunda Frogmouth.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입과 부리부리한 눈매, 납작한 머리가 녀석의 기괴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Sunda Frogmouth.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정말 정말 커다란 얼굴과 뭉뚝한 몸통, 개구리처럼 커다란 입을 가진 녀석의 모습은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머리 양쪽으로 삐죽 솟아 있는 깃들은 외계와의 통신을 위한 안테나처럼 보인다. 넌 어느 별에서 온 거냐?
Sunda Frogmouth male?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Sunda Frogmouth는 암수가 깃색에서 다른 형태(성적 이형성 Sexual Dimorphism) 를 보여준다. 수컷은 주로 암갈색(또는 검은색과 회색 구성), 암컷은 적색형. 그렇다면 검은색과 회색의 깃을 보여주는 이 녀석은 수컷일까? 정답은 슬프게도 잘 모르겠다가 되겠다. 왜냐하면 Sunda Frogmouth 수컷이 주로 이런 깃색을 가지는 것은 맞지만 암수 모두 암갈색과 적색형을 가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깃색을 제외한 다른 외부적 특징들로 암수를 구별해야 하는데....내게 그런 재주는 없다! ^^; 따라서 이 녀석은 수컷이 아닐까 짐작만 하고 넘어가는 걸로~
Sunda Frogmouth.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다른 각도에서 본 녀석의 모습은 정말 달라 보였다. 꼬리가 워낙 길어서 이런 각도에서 보니 몸통이 그닥 뭉뚝해 보이지 않기 때문일 지도. 어쨌든 이 각도는 녀석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각도는 아닌 것 같다.
Sunda Frogmouth.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Sunda Frogmouth. Taman Tun Fuad, Borneo. 17 August 2017 ⓒ Larus Seeker
부리가 개구리처럼 옆으로 넓지만 많이 튀어나와 있지는 않아서 이 각도에선 입이 잘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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