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s of Borneo]
Kinabatangan Jungle Camp의 터줏대감 Buffy Fish Owl
Buffy Fish Owl(Ketupa ketupu).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작년 여행에서 보지 못했던 종들을 보기 위해 올해는 Kinabatangan 강에서 사흘을 머물렀다.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버더들에게 제일 잘 알려진 Kinabatangan Jungle Camp였는데, 강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이 지역의 새들에 대한 정보가 제일 정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숙소를 예약할 때는 가격(하룻밤에 1인당 11만원정도)이 너무 비싼 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닥 비싼 것도 아니었다. 하루에 세끼(부페식인데 꽤 잘 나오는 편)가 전부 제공되는 데다가 커피와 차를 하루종일 마실 수 있었다. 원할 때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좋았다. 또 우리팀을 전담하는 생태가이드(우리의 가이드는 활달하고 매력적인 성격의 Linda라는 여성이었다)가 있어서 이러저러한 탐사들을 챙겨 주었는데, 하루에 두 번의 (보트를 이용한)리버 트립과 정글 워킹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애초의 기대와 달리 많은 새들을 만날 순 없었지만 원시의 자연이 살아 있는 Kinabatangan 강에서 보낸 사흘은 충분히 좋았다.
Kinabatangan Jungle Camp의 터줏대감 프랭키(Franky)
우리가 머물던 Kinabatangan Jungle Camp 근처에는 멋진 녀석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멋졌던 건 프랭키(Franky)였다. 녀석은 내가 그렇게 보고 싶던 Fish Owl이었는데 해질 무렵이 되면 Kinabatangan Jungle Camp의 선착장 부근에 언제나 나타난다고 했다. 오후 내내 비가 내려 탐조를 포기하고 있던 저녁, 선착장에 나타났던 관수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녀석을 만났다. 비에 홀딱 젖어 있는 녀석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위풍당당한 Fish Owl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멋졌다. 우리나라의 수리부엉이(Eurasian Eagle-Owl)랑 많이 닮아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오가도 그닥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을 구경하는 듯한 모습.
Buffy Fish Owl의 찢어지는 듯한 소리(call)
부엉이류의 소리가 그닥 정겹다고 말할 순 없지만 비단을 찢는 듯한 고음의 Buffy Fish Owl의 소리는 그 중에서도 특히 괴롭다. 일종의 스크리밍.
출처: Patrik Aberg, XC166579. Accessible at www.xeno-canto.org/166579.
Fish Owl
올빼미목에 속하며 아시아에 살고 있는 4종의 대형 Owl로서 주로 물고기를 먹고 산다.
● Blakiston's Fish Owl(Bubo blakistoni) 일본 북부 호카이도와 극동지방에 사는데 일본에서는 '섬부엉이'라 불린다.
● Brown Fish Owl(Ketupa zeylonensis)
● Tawny Fish Owl(Ketupa flavipes)
● Buffy Fish Owl(Ketupa ketupu)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4종의 Fish Owl은 그동안 Ketupa속으로 별도로 취급되어 왔지만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로 보면 Eagle-Owl(Bubo속)로 분류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한다. 그러니 Fish Owl은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수리부엉이(Bubo bubo)와 사촌지간이 되는 셈이다. Fish Owl의 주식은 이름처럼 물고기인데 쥐나 파충류를 잡아 먹기도 한다고 한다.
Franky(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프랭키를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흥분이 되었었는데, 흥분된 나와 달리 녀석은 심드렁해 보였다. ^^; 오후 내내 내린 비를 많이 맞아서 그런 지 물의 제왕다운 포스를 느낄 순 없었다. 비에 쫄딱 젖은 생쥐같은 모습.
Franky(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해가 지고 어두워 지자 프랭키는 선착장에 있는 깃대의 꼭대기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저녁 사냥거리를 찾고 있는 걸지도.
Franky(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Franky(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녀석은 수리부엉이랑 많이 닮아 있었는데, 주황색 홍채를 가진 수리부엉이와 달리 짙은 노란색 홍채를 가지고 있었다. Kinabatangan Jungle Camp의 터줏대감 프랭키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야간 리버트립에서 다시 만난 Buffy Fish Owl
프랭키를 만나던 저녁, 야간에 보트를 타고 Kinabatangan 강을 둘러보는 리버트립을 다녀왔다. 강가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새들(특히 Large Frogmouth와 Oriental Bay Owl)을 관찰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는데, 이 리버트립에서 Buffy Fish Owl을 두 마리나 더 만날 수 있었다. 녀석들은 강가 쪽으로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에 앉아서 먹이가 될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로 보였는데, 비에 잔뜩 젖어 있던 프랭키와는 다르게 뾰족 튀어나온 귀깃과 붉은색의 깃이 있어서 좀 더 아생의 느낌이 물씬 났다.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생태가이드인 Linda의 안내로 KJC 주변의 강을 오르내리며 강가에서 쉬고 있는 새들과 동물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Buffy Fish Owl, Ashy Tailorbird, Blue-eared Kingfisher 같은 새들과 원숭이들, 그리고 바다악어를 만날 수 있었다.
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강 가에 늘어진 나뭇가지 위에 앉아 먹이를 찾고 있던 녀석. 불빛 때문이었는 지 몰라도 깃이 매우 붉게 보였다.
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이렇게 앉아 있으니 맹수다운 포스가 느껴진다. 물고기들에겐 이 녀석이 생사여탈권을 쥔 사신처럼 보이지 않을까?
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목을 쭉 빼어들고 있으니 얼굴이 훨씬 더 커다랗게 보인다.
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Buffy Fish Owl.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야간 리버트립에서 바다악어를 만나다
강가에서 쉬고 있던 악어도 한 마리 봤는데, Linda 말로는 바다악어(Saltwater Crocodile)라고 한다. 바다악어는 현존하는 파충류 중 제일 큰 종인데 주로 다 자란 수컷의 크기는 6~7m 정도, 암컷은 3m 정도. 수컷의 몸무게는 1톤이 넘는데 이런 개체들은 아시아 코끼리, 들소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나 뱅골호랑이 같은 포식자도 거침없이 사냥하는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란다. 또 성질이 사나워서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호주에서는 바다악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해마다 1~2건씩 보고되고 있다고 하니 확실히 무시무시한 녀석. 칠흙같이 어두운 밤, 우리를 발견하자 마자 깊은 물 속으로 유유히 잠수해 들어가는 거대한 바다악어를 보는 일은 꽤 기이한 느낌이었다. 지구상 최강 파충류를 보고 있다는 묘한 흥분감과 함께 조금 떨리기도 하고.
바다악어(Saltwater Crocodile). Kinabatangan River, Borneo. 12 August 2017 ⓒ Larus Seeker
바다악어(Saltwater Crocodile). Kinabatangan River, Borneo. 14 August 2017 ⓒ Larus Seeker
셋째날 오전에 만난 다시 만난 바다악어. 밝은 대낮에 만나는 녀석은 한밤중에 만났을 때와 다르게 그리 무서워 보이진 않았다. 바다악어는 주로 강이나 호수에서 살지만 혀에 농축된 소금을 배출하는 소금샘이 있어서 바다에서 살아가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바다악어는 지능이 매우 높아서 소리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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