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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Borneo]

Bornean Endemic Subspecies

Black-capped Babbler


지난 번 썼던 글(Fluffy-backed Tit-Babbler)에서 이미 한 번 언급했었지만 이번 탐조 여행에서는 일행이 많은 장점을 살려서 각자 파트를 나눠 새 소리를 맡아 외우기로 했었다. 내가 소리를 맡았던 파트는 종 수도 많고 소리도 비슷비슷한 Babbler였다. 망할 기억력을 탓하며 외워지지 않는 소리들을 외우느라 힘이 들었었는데, 그나마 외우기 쉬운 소리들이 몇 개 있어서 위안이 되곤 했다. 그 중에 하나가 Striped Wren-Babbler의 소리. 아래에서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만 Striped Wren-Babbler가 내는 삼음절의 소리는 내겐 '이리와~, 이리와~'로 들렸다. 덕분에 녀석의 소리는 쉽게 외울 수 있었다. 녀석을 반드시 보고야 말리라는 다짐을 여러 번.

  

Sepilok RDC의 숲 속을 거닐던 중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녀석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리와아~ 이리와~" 그래 내가 달려 가주마!! 급하게 달려간 곳에는 짙은 갈색의 새 한 마리가 숲바닥을 헤집고 있었다. 오오~ 그 보기 어렵다는 Striped Wren-Babbler구나!! 급한 마음에 녀석을 자세히 살필 겨를도 없이 사진부터 찍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고, 완벽하게 흔들려 버린 두 장의 사진을 남기고 녀석은 정글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그 보기 어렵다는 Wren Babbler 아니냐며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카메라 LCD창을 통해 보인 건 Striped Wren-Babbler가 아니었다. 헐 이건 뭐지? 카메라에 찍힌 건 Striped Wren-Babbler가 아니라 Black-capped Babbler. 이 무슨 귀신의 장난인지. ㅠㅠ 


Black-capped Babbler(Pellorneum capistratum morrelli). Sepilok RDC., Borneo. 16 August 2017 ⓒ Larus Seeker

▲ 급한 마음에 ISO 조절을 생각도 못하고 찍었더니 셔터 스피드가 1/6초. ^^; 흔적만 남아 버린 이 사진을 첨엔 지우려 했으나 억울해서 뭔가 억울해서 지우질 못했다.

   


   이름의 유래  Black-capped Babbler [APellorneum capistratum]

   Black-capped : 검은 모자를 쓴. 새 이름에서 -capped는 머리에 특별한 색이 있을 경우 붙인다. 비슷한 경우가 -hooded. 

   Babbler : 꼬리치레과.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열대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참새목에 속하는 중소형의 새. 

   Pellorneum : pellos는 어두운 색깔의, orneon은 새. Pellorneum은 어두운 색의 새. 칙칙한 Babbler들의 색을 표현한 듯.

   capistratum : capistratus는 고삐(halter)를 가진. 아마도 Black-capped Babbler의 눈에서부터 목 뒤로 이어지는 하얀색 라인이 고삐처럼 보여서 지어진 이름인 듯. 



Striped Wren-Babbler VS Black-capped Babbler의 소리 비교

Striped Wren-Babbler와 Black-capped Babbler의 소리는 분명 다르다. Striped Wren-Babbler의 소리는 삼음절로 끝이 위로 올라가는 비교적 가벼운 느낌의 소리, '이리와'. Black-capped Babbler의 소리는 '쮸우잇~'하는 강한 느낌의 소리. 새들의 소리에 그닥 강하지 않은 나로서도 이 정도 소리는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에서 두 종의 소리를 비교해 보라.


01. Striped Wren-Babbler의 소리

출처: Pritam Baruah, XC282481. Accessible at www.xeno-canto.org/282481.


02. Black-capped Babbler의 소리

출처: Fabian Ducry & David Marques, XC90691. Accessible at www.xeno-canto.org/90691.


어떤가? 두 종의 소리가 비슷하게 들리는가? '이리와~'와 '쮸우잇~'은 분명 다르게 들리지 않는가? 그런데 왜!!! Striped Wren-Babbler의 소리를 듣고 달려간 곳에 Black-capped Babbler가 떡 하니 있었던 걸까? 내가 욕심에 귀가 어두워 두 종의 소리를 잘못 들은걸까? 아니면 Striped Wren-Babbler가 근처에 있었는데 보지 못하고 엉뚱한 녀석만 찍어댄 걸까? 어떤 쪽이라고 하더라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 다급하게 ISO를 6400까지 올려 봤지만 셔터 스피드는 1/30초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도 정글 안쪽으로 황급히 이동하는 녀석의 얼굴만 겨우 잡았다. ㅠㅠ



여러분의 댓글과 공감은 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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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anderers.tistory.com BlogIcon plover at 2017.10.09 20:20 신고 [edit/del]

    나에게는 striped...는 끝이 여운이 있고
    black...은 여운 없이 마무리가 되는 것이 뚜렷한 차이로 느껴지는군요.
    그나저나 참 재밌습니다.
    현장감, 긴장,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Reply
    • Favicon of https://gulls.tistory.com BlogIcon Larus Seeker at 2017.10.09 21:14 신고 [edit/del]

      사람마다 듣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차이는 뚜렷한 것 같습니다.
      만일 제가 이들의 소리를 혼동한 거라면...귀를 깨끗하게 씻어야 할 지도. ^^;

  2. Favicon of https://ddamddon.tistory.com BlogIcon 땀똔 at 2017.10.10 00:06 신고 [edit/del]

    소리가 완전히 다르게 들립니다~
    감도를 자동으로 설정하고 Max 12800~51200 정도로 놓고 쓰시면 급박한 상황에서 대처가 빠르실겁니다.. ^^;

    Reply
  3. Favicon of https://wju777.tistory.com BlogIcon cuwon at 2017.10.22 09:38 신고 [edit/del]

    김샘의 새에 대한 열정은 항상 저에게 자극이 됩니다.^-^

    Reply
    • Favicon of https://gulls.tistory.com BlogIcon Larus Seeker at 2017.10.23 00:29 신고 [edit/del]

      이런 일들이 더해져 탐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건 언제나 멋지죠.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는 건 또다른 즐거움.

  4. MIN REA at 2017.11.21 15:19 [edit/del]

    다큐멘터리 사진을 좋아해서 들어 왔습니다
    새사진도 멋지고요 ...충주에서 운동할때 새를 많이 보는데 사진으로 못남겨서 아쉬웠어요
    이번에 여행관련 풍경 여러가지를 블로그로 남기고 싶은데요
    블로그 할려면 초대권이 필요 하네요..초대장 나눠 주실수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urbanflac@daum.net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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