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샛노란 재갈매기[Birula's Gull]를 아세요?

다리가 샛노란 재갈매기[Birula's Gull]를 아세요?

Birula's Gull(Larus vegae birulai) in South Korea

 

 

포항신항 옆에 있는 자그마한 임곡항 옆 해변에서 다리가 샛노란 재갈매기(Birula's Gull) 무리를 만났다. 나는 이 녀석들을 '노랑발재갈매기'라 부르곤 했는데, 아직까지 적절한 이름을 찾지 못하겠다. 해변에선 Birula's Gull 6마리 정도가 재갈매기류 무리에서 놀고 있었는데, 날이 너무 추웠고 바람이 강하다 보니 제대로 된 관찰이 어려웠다. 그래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고, 3 개체만 겨우겨우 찍고 말았다. 겨울에 동해에서 Birula's Gull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데 말이지. ^^;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또 만나겠지 하며 돌아섰는데, 갈매기 여행을 하는 오일 내내 비슷한 녀석도 만나지 못했다. 딱 거기에만 있었던 거다 Birula's Gull이. ㅠㅠ

 

Birula's Gull은 재갈매기(Vega Gull)의 아종으로, 재갈매기 번식 범위의 서쪽에 사는 노란색 다리를 가진 무리를 말한다. 최근 IOC에서는 Birula's Gull을 재갈매기와 Heuglin's Gull의 교잡종으로 잠정적으로 분류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분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교잡종으로 분류한다는 내용보다는 '잠정적으로(목록에서는 'tentatively'라 표현)'라는 표현이다. 아직 연구 결과가 부족하므로 일단 비슷한 어딘가에 넣어두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분류 결과는 추가적인 연구와 DNA 분석이 이루어지면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Birula's Gull을 재갈매기의 아종으로 다루려고 한다.

 

Birula's Gull은 얼마나 귀한 녀석일까?

새와생명의터에서 발간한 'The Birds Korea Checklist'(2022)를 보면, Birula's Gull을 재갈매기의 아종으로 유지하고 있다. Birula's Gull의 도래현황과 풍부도를 보면, 'W5'로 표시하고 있는데, 이는 Birula's Gull이 겨울에 우리나라에 도래하며, 5등급의 풍부도(연간 10~99개체 정도가 발생한다는 뜻)를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Birula's Gull은 어떻게 생겼는데?

Birula's Gull은 재갈매기의 아종으로서 다리의 색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동쪽 지역의 재갈매기(Larus vegae vegae)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아래 글에서 Birula's Gull과 구분하여 '재갈매기'라고 하면 동쪽 지역의 재갈매기를 가리킨다.

Birula's Gull의 특징
• 재갈매기 번식 지역의 서쪽(Taimyr 반도 서쪽과 Yakutia 북서쪽)에서 번식하는 집단
• 다리색은 밝은 노란색부터 살색까지 다양하다. 재갈매기의 다리는 주로 분홍색이며 때때로 살색과 장미색.
• 등판 회색이 재갈매기와 비슷한 정도이며, 줄무늬노랑발갈매기보다 밝음. 북쪽 집단보다 더 어둡다. 
• 첫째날개의 검은색이 재갈매기에 비해 더 어둡다.
• P10의 미러가 더 작고, 날개끝 검은띠는 P4까지 확장되어 평균 7장을 보여준다. 재갈매기는 P10의 미러가 크고, 날개끝 검은띠가 평균 6장.
• 겨울에 뒷목의 줄무늬가 재갈매기에 비해 제한적이고 더 하얗게 보인다.
• 깃갈이는 재갈매기(vegae)와 줄무늬노랑발갈매기(taimyrensis)의 중간 정도.
• 재갈매기와 비슷한 형태로 인해 줄무늬노랑발갈매기와 구분 가능하다.
• 겨울에 주로 일본 지역에서 월동하는 것 같다(Del Hoyo et al. 1996, filchagov et al. 2001).
[Source: Gulls of Europe, Asia and North America. 2003]

 

2015년 가을에 만났던 Birula's Gull에 대한 아래 글도 읽어 보면 좋을 듯하여 링크 걸어둔다.

 

[10월 초순의 갈매기] 02. 노랑발재갈매기 Birula's Gull

'10월 초순의 갈매기' Series 02. 10월 초순에 만난 노랑발재갈매기 Birula's Gull(Larus vegae birulai), which met in early October 노랑발재갈매기 Birula's Gull(Larus vegae birulai) Adult summer→winter. Daecheon, Chungnam. 9 October

gulls.tistory.com

 


 

Birula's Gull 개별 개체 분석

임곡 해변에서 다른 재갈매기류 무리에 섞여 있던 Birula's Gull. 이 사진에서 Birula's Gull은 한국재갈매기와 비슷한 정도의 덩치를 보여준다. 왼쪽 앞쪽에 위치한 재갈매기는 이마가 둥글고 덩치가 작은 걸로 볼 때 재갈매기 암컷형. 이 사진에서 Birula's Gull의 등판 회색은 재갈매기, 한국재갈매기와 비슷한 정도의 어둡기를 보여주고 있다. 

 

널따란 해변이라 재갈매기류 무리와 꽤 거리가 있어서 제대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해줬던 고마운 녀석. 그런데 자세나 방향에 따라 인상이 너무 달라 보여서 아래 사진들 중 일부를 다른 개체로 착각할 정도였다. 갈매기 여행에 함께 했던 동료들과 어젯밤까지 갑론을박하며 개체 판별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녀석.

 

전형적인 재갈매기의 몸매에 샛노란 다리를 가진 녀석. 눈 앞에서 보이기만 한다면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다만 줄무늬노랑발갈매기와 분리해 내는 일이 관건! 

 

Birula's Gull과 줄무늬노랑발갈매기는 어떻게 다를까?

 

 • 등판 회색

   근처의 재갈매기류와 비교할 때 비슷한 어둡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보다 확실히 밝다 이 녀석은.

 • 몸매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다소 작고 날씬한 몸매가 아닌 덩치가 크고 다소 육중해 보이는 몸매

 • 머리와 목의 줄무늬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머리와 뒷목에 나타나는 줄무늬에 비해 재갈매기의 거친 줄무늬. 이 녀석의 줄무늬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와 재갈매기의 중간 정도로 보인다. 다만, 문헌에서 제한적이고 더 하얗게 보이는 줄무늬라고 기술하고 있는 부분과는 차이가 있어 보여서 마음에 걸린다. 이건 일본 월동 개체들과 자료를 비교해 보아야 할 것 같다.

 • 홍채의 색

  재갈매기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에 비해 평균적으로 훨씬 어두운 홍채를 보여준다. 1번 개체의 홍채는 어두운 반점이 많아서 멀리서 보면 까맣게 보인다. 이건 아무래도 재갈매기 패턴!

 • 깃갈이

  이 시기에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첫째날개는 P8까지 완전히 자라 있는 정도이고, 재갈매기는 첫째날개 깃갈이가 완료된 개체가 대부분이다. 물론 개체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임곡항 해변의 1번 개체는 8번까지 깃갈이를 완료했고, P9이 P8을 벗어나 거의 자라 있어서 재갈매기보다 느리고, 줄무늬노랑발갈매기보다 빨라 보인다.

 • 다리의 색

  다리는 밝고 진한 노란색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시기의 재갈매기가 보여주는 연한 분홍이나 진한 분홍색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다리 색과 차이가 없다.

 • 부리

  1번 개체의 부리는 기부가 제법 두껍고, 아랫부리 각은 크지 않다. 이 시기에 벌써 부리가 진한 노란색으로 변해 있고, 윗부리에도 붉은색이 번져서 나타나고 있다. 1번 개체의 부리는 재갈매기의 부리로 보기에 문제가 없지만,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수컷형에서도 보일 수 있는 모양과 패턴이라서 부리에서 차별점은 보이지 않는다.

 

왼쪽에 서 있는 재갈매기(아마도 4주기)와 비교해 보자. 전체적인 몸 구조는 매우 유사해 보인다. 등판 회색은 1번 개체가 재갈매기에 비해 살짝 밝아 보인다. 재갈매기의 첫째날개는 P9까지 거의 자라고 있어서 1번 개체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어쨌든 1번 개체의 샛노란 다리를 제외하면, 두 개체에서 커다란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1번 개체의 부리가 번식 상태로 더 빨리 진행되어, 더 진하고 샛노란색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차이.

 

양 쪽에 재갈매기를 두고 한 가운데 서 있는 1번 개체. 샛노란 다리를 제외하면 몸의 구조도 비슷하고 차이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랫 부리의 붉은 반점은 제법 크게 나타나고 있고, 윗부리에 붉은색이 연하게 스며들듯이 나타나고 있다. 아랫부리의 붉은 반점이 윗부리까지 번지는 이런 패턴은 재갈매기보다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에서 주로 나타나는 패턴인데.

 

믿어지지 않지만 4번과 5번이 같은 개체의 사진이다. 사진들 정리하면서 다른 개체인 줄 알았는데, 깃갈이 진행 상태, 부리 패턴, 뒷목의 줄무늬 패턴을 분석한 결과 같은 개체로 결론 내렸다. 갈매기들은 목을 구부린 자세(주로 쉬는 자세)와 목을 편 자세(주로 경계 자세 또는 날기 전 자세)에서 머리의 모양이 극적으로 변하고, 인상도 너무나 달라 보이곤 한다. 5번과 6번 사진에서 보이는 앞이마는 4번 사진과 비교할 때 경사가 매우 가파르게 보인다. 4번 사진과 비교할 때 5번과 6번 사진에서 목의 줄무늬(내가 이 녀석을 다른 개체라고 착각했던 포인트!)가 더 빽빽하고 많은 것처럼 보인다. 

 

재갈매기가 목을 쭉 펴서 머리가 둥글고 홍채가 어두워서 까맣게 보이면 사납던 인상이 모두 사라지고, 정말 귀여워 보이게 되는데 이 녀석도 그렇다. 동글동글한 머리와 귀엽게 반짝이는 까만 눈! 두상이 이렇게까지 변하면 반칙인데!! ^^;

 

그랬던 둥근 머리가 쉬는 자세에서 목을 구부리게 되면 이렇게 극적으로 다르게 보인다. 평평한 정수리와 다소 완만한 경사의 앞이마. 오히려 7번 사진에서 보이는 이 정도의 앞이마 경사가 가파른 경사를 보이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앞이마, 아주 완만한 경사를 보이는 한국재갈매기의 앞이마와 차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각도에선 눈이 아주 작아 보여서 멍뭉미까지 느껴진다. 이 녀석 뒤로 흰갈매기(4주기, 아마도 쇠흰갈매기)가 막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이 녀석은 확실히 1번과는 다른 개체. 늦은 첫째날개 깃갈이 정도와 부리의 패턴으로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이 각도에서는 머리도 상당히 크고, 부리도 굵어 보인다. 2번 개체 역시 부리의 노란색이 진하고, 윗부리에 붉은색이 번지듯이 나타나고 있다. 머리와 뒷목의 줄무늬는 1번 개체에 비해서는 좀 더 적어 보이고. 다리는 오렌지색이 섞인 노란색. 첫째날개의 깃갈이는 꽤 느린데, P7까지 완전히 자라 있고, P8이 P7을 벗어나 자라고 있는 중이다. 1번 개체 역시 홍채가 매우 어둡다.

 

왼쪽 재갈매기와 비교할 때 등판 회색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살짝 어두워 보이는 정도. 이 정도로 커다랗고 머리와 뒷목의 줄무늬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면 한국재갈매기를 의심해 볼 수도 있는데, 첫째날개 깃갈이가 많이 느린 점(한재갈은 진작에 깃갈이를 마쳤다), 등판 회색이 재갈과 비슷하거나 살짝 어두워 보이는 점, 다리의 색이 한국재갈매기보다 조금 더 노랗게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Birula's Gull로 동정하였다.

 

앞쪽 재갈매기와 비교할 때 다리 색 차이가 제일 먼저 보인다. 첫째날개의 깃갈이는 앞쪽 개체(재갈매기?)는 P8까지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2번 개체의 머리는 정말 커 보인다. 첫째날개의 깃갈이는 너무 느리고. 그래서 아주 깡똥한 인상을 완성!

 

 

3번 개체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가 아닐까 고민했던 개체. 그래도 머리와 뒷목에서 나타나는 줄무늬가 재갈매기 패턴인 점과 첫째날개의 깃갈이가 줄무늬노랑발갈매기 평균에 비해 빠른 점(P10까지 깃갈이를 모두 마침)을 근거로 Birula's Gull로 동정하였다. 다만 크기가 작고, 덜 육중한 몸매를 보이는 점과 매우 연한 홍채, 아랫부리 각이 크지 않은 평행한 부리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를 떠오르게 한다. Birula's Gull과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하이브리드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3번 개체 오른쪽에도 Birula's Gull이 한 마리 더 보이는데, 이 녀석은 1번 개체와 동일한 녀석으로 보인다. 

 

 

포항 임곡 해변에서 만난 Birula's Gull 관찰 내용
• 2023년 1월 16일(화)오전 10시경 6 개체 관찰
• 크기와 몸매: 재갈매기와 비슷한 크기와 몸매를 보여줌.
• 등판 회색: 재갈매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밝은 정도
• 다리 색: 밝고 진한 노란색
• 머리와 뒷목 줄무늬: 재갈매기에 비해 양이 적고, 줄무늬노랑발갈매기에 비해 많음.
• 부리: 번식 상태의 진한 노란색. 아랫부리 각이 크지 않음. 2 개체의 윗부리에 붉은색 번지듯 나타남.
• 홍채: 재갈매기처럼 매우 어두운 홍채를 보여주는 개체와 연한 홍채 모두 보임.
• 첫째날개 깃갈이: 줄무늬노랑발갈매기보다 조금 빠르거나 비슷한 정도. 재갈매기에 비해서 조금 느림.

 

 

참고문헌  

• Collinson, J.M., Parkin, D.T., Knox, A.G., Sangster, G. & Svensson, L. 2008. Species boundaries in the Herring and Lesser Black-backed Gull complex. Brit. Birds 101(7): 340–363.

Gill F, D Donsker & P Rasmussen  (Eds). 2023. IOC World Bird List (v13.1). doi :  10.14344/IOC.ML.13.1. [Accessed February 11, 2023].

• Moores, N. & Ha, J. M. 2022. The Birds Korea Checklist (2022). Published by Birds Korea, Busan, Republic of Korea.  [Accessed February 11, 2023].

• Olsen, K.M., and H. Larsson. 2003. Gulls of North America, Europe, and Asia. Princeton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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