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04: Heuglin's Gull [Larus fuscus heuglini]
Identification of Heuglin's Gull(Larus fuscus heuglini) in South Korea
1월에 동해로 떠난 갈매기 여행에서 만났던 줄무늬노랑발갈매기들 사진을 정리하고 분석하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 현장에서도 인상이 조금 특이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아주 막 이상하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이 녀석은.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던 중에, 이 녀석 보면서 생각했더랬다.
'거 참 이상하게 생겼네! 하이브리드인가? 나중에 분석해 봐야지.'
그리고 나중이 찾아왔다.
'재갈매기랑 하이브리드인가? 어? 아닌데? 하이브리드 증거들이 하나도 없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생겼어! 그럼 다른 종이려나? 누구지?
어? 어어? 맞나??
그렇다. 포항에서 만났던 이 녀석은 시베리아 북서쪽에서 살고 있는 heuglini(Heuglin's Gull)의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간의 숱한 실패들이 눈앞을 스쳤다. 그동안 heuglini와 닮은 개체들(등판의 회색이 매우 진하고 부리가 길쭉한 개체들)을 여럿 만나 봤지만, 확신을 가지기엔 정보들이 부족했고, 분석을 위한 사진도 부족해서 결국에는 포기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어쨌든 분석을 위한 사진은 충분하고, heuglini에 대한 식별 정보도 전보다 많이 모아둔 터. 가능하려나 이번엔?
아마도 긴 글이 될 예정이니 결론부터 보고 싶으신 분들은 맨 아래로 내려가서 확인하세요!
※ 이후 Larus fuscus heuglini(Heuglin's Gull)은 'heuglini', Larus fuscus taimyrensis(Taimyr Gull, 줄무늬노랑발갈매기)는 'taimyrensis', Larus vegae vegae(Vega Gull, 재갈매기)는 'vegae'로 줄여서 사용한다.
Heuglin's Gull (heuglini)은 어떤 녀석인데?
heuglini는 시베리아의 북서쪽에서 번식하는 등이 어둡고 노란 다리를 가진 갈매기이다. 우리나라에 주로 도래하는 taimyrensis의 서쪽에 살고 있는데, taimyrensis와 많이 닮았지만 크기가 더 작고 등판 회색이 더 어두운 종이다.
예전에는 Heuglin's Gull(Larus heuglini / 줄무늬노랑발갈매기)라는 별도의 종으로 분류되었고, 그 아래에 2 아종이 있었다. 시베리아의 서쪽에 사는 종을 기아종 heuglini로, 동쪽(타이미르 반도)에 사는 종을 아종 taimyrensis라 분류했었다. 현재 heuglini는 Lesser Black-backed Gull[Larus fuscus]의 아종으로 들어가 있고, taimyrensis는 heuglini와 vegae의 교잡종으로 잠정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 분류학적으로 논쟁이 많은데, 아시아 종들에 대한 추가 연구들이 진행되면 분류가 변경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heuglini는 시베리아의 서북부 콜라 반도와 중북부 야말 반도에서 번식한다. 그래서 번식 지역의 지명을 따라 'West Siberian Gull(또는 Siberian Gull)'이라 부르기도 한다. 번식을 마친 개체들은 중동의 아라비아만, 홍해, 아프리카 동쪽(탄자니아), 인도양 서쪽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난다.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도 방랑자로서 월동 기록이 보고되어 있다.
Heuglin's Gull [Larus fuscus heulini]의 번식과 월동 지역
• Breeding Area: arctic tundra from Kola Pen. (nw Russia) to Yamal Pen. (nc Siberia)
• Wintering Area: to Red Sea, w Indian Ocean to Tanzania and w, n, e Arabian Gulf
[Souece: IOC World Bird List v13.1.]
※ 줄무늬노랑발갈매기(taimyrensis)에 관한 글을 읽어 두면, 이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에 얼마나 많은 heuglini가 찾아올까?
겨울에 우리나라에 시베리아 북부 타이미르 반도에서 번식하는 taimyrensis가 제법 많은 수가 도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웃 지역(taimyrensis 번식지역의 서쪽)에서 번식하는 heuglini가 찾아올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런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heuglini에 관한 기록은 불분명해 보인다. heuglini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고, 겨울에 우리나라에 꽤 많은 수가 도래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아직까진 명확하게 제시된 heuglini의 기록을 찾지 못했다. heuglini가 taimyrensis와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동정이 꽤 까다롭다는 점 때문에 기록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나마 heuglini 개체에 대한 동정을 시도한 기록이 Nial Moores 선생님이 쓴 2003년의 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갈매기들에 애정을 가지고 멋진 글들을 쓰시는 Nial Moores 선생님은 이 글에서 heuglini로 의심되는(suspected) 2 개체(성조 1 개체, 1주기 어린새 1 개체)의 사진과 함께 식별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식별을 위한 결정적인 사진들(첫째날개, 옆모습)이 부족하고, 글에 제시된 사진 만으로는 명확한 식별이 어려워 보인다. 이 2 개체의 사진 이외에 heuglini의 명확한 기록이나 식별이 가능한 사진을 현재로선 찾지 못하겠다. 어쩌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심헌섭 선생님의 갈매기 블로그(먼발치에서) 어딘가에 이 녀석 사진이 숨어 있을 지도 ^^ 언제 마음 먹고 심헌섭 선생님 블로그를 뒤져 봐야겠다.
새와생명의터에서 발간한 'The Birds Korea Checklist'(2022)를 보면, heuglini는 도래 현황과 풍부도가 'V2'로 되어 있다. 체크리스트의 설명을 보면, V2 범주는 '총 10건 미만의 관찰기록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명확한 사진 자료를 찾지 못한 점과 체크리스트에서 제시하는 풍부도를 고려하면, heuglini는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기록이 많지 않은, 어쩌면 명확한 사진 기록이 부족한(?) 종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갈매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heuglini의 도래에 관한 명확한 기록이 존재하고, 최근 관찰 기록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heuglini는 일본에 도래하는 개체들과 마찬가지로 heuglini 번식 지역의 가장 동쪽 그룹에 속하는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heuglini는 겨울에 아라비아만에 도래하는 개체들(번식 지역의 서쪽 그룹과 중앙 그룹)과 형태 면에서 차이가 있고, 일본 도래 개체들과 비슷한 형태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일본 사이트 자료들을 뒤져야 하는데, 내가 일본어를 거의 모른다는 점. ㅠㅠ
포항 갈매기(Pohang Gull)의 동정
포항 지역에서 관찰된 heuglini 타입의 갈매기는 누구일까? 문헌과 도감들에 제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heuglini가 taimyrensis와 어떤 점에서 다른 지 먼저 알아보고 난 후에, 포항 갈매기와 하나씩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taimyrensis는 heuglini와 vegae의 중간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heuglini와 taimyrensis의 차이점
heuglini | taimyrensis | |
크기와 몸매 | • 작고 길쭉하고 날렵한 몸매 | • 상대적으로 큰 덩치(vegae보다 작음) |
머리 | • 작은 두상 • 앞이마 경사가 작아서 부리와 연결되는 느낌 |
• 작고 동그란 두상 • 앞이마 경사가 큼 |
머리와 뒷목 줄무늬 | • 머리에 줄무늬가 적고, 뒷목에 집중 • 서쪽 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줄무늬 |
• 머리에 줄무늬가 적고, 뒷목에 집중 |
부리 | • 가늘고 평행하며(아랫부리 각 작음) 김 • 완만한 앞이마와 연결되어 더 길어 보이는 인상 |
• 가늘고 평행하며(아랫부리 각 작음) 짧음 |
등판 회색 | • Kodak Grey Scale 8~11 • taimyrensis보다 어두운 회색 |
• Kodak Grey Scale 6~8 / vegae 6~7 • heuglini와 vegae의 중간 정도 |
다리 | • 노란색(진한 노랑, 연한 노랑), 회색-노란색, 살색-노란색 | • 노란색(진한 노랑, 연한 노랑), 회색-노란색, 살색-노란색, 분홍-노란색 |
앉아 있을 때 첫째날개 |
• 첫째날개가 더 길고 뾰족함 • 첫째날개 흰반점이 작음 |
• 첫째날개가 상대적으로 짧음 • 첫째날개 흰반점이 큼(vegae보다 작음) |
첫째날개 | • 첫째날개에 검은색이 많음 • P10에 1개의 미러, 간혹 P9에 매우 작은 미러 • P10 서브 터미널 폭이 넓음 • P10 날개끝 흰반점이 매우 작음 • P8~P10의 기부까지 검은색이 더 많음 • P8 바깥 우면 기부 검은색 • P5~P7에 매우 얇은 화이트 문 • 날개끝 검은띠 7~8장 |
• 첫째날개에 검은색이 더 적음 • P10과 P9에 2개의 미러, 간혹 P10에 1개 • P10 서브 터미널 폭이 좁음 • P10 날개끝 흰반점이 작음 • P8~P10의 기부 검은색이 상대적으로 적음 • P8 바깥 우면 기부가 회색일 수 있음 • P5~P7에 매우 조금 더 넓은 화이트 문(vegae는넓음) • 날개끝 검은띠 6~7장 |
깃갈이 | • taimyrensis보다 한 달 정도 빠름 • P9~P10 1월~3월 초순 • 1월 중순에 P9까지 깃갈이? |
• heuglini보다 한 달 정도 느림 • P9~P10 1월 하순~3월 초순 • 1월 중순에 P7~P8까지 깃갈이 |
[Source: Olsen, K.M., and H. Larsson. 2003 / Peter Adriaens et al. 2022]
heuglini와 taimyrensis의 깃갈이 펼쳐보기
heuglini의 깃갈이
• P1~P4: 6월 중순~8월 / 6월 중순에 2~5%의 개체는 P1 깃갈이
• P1: 6월 하순~7월 하순에 빠짐(Buzun 2002)
• 장거리 남하 이동 전에 깃갈이가 중단됨
• P4: 9월 초순
• P6: 경유지(루마니아)에서 10월 중순
• P5~P7: 11월 / 11월 중순 소규모 첫째날개 깃갈이(아마도 번식 실패 개체들)
• P4~P8 (P4 7%, P5 18%, P6 30%, P7 33%, P8 12%) ← 월동지 Oman에서
• P9~P10: 1월~3월 초순
• 둘째날개: P4~P6 깃갈이할 때 시작하거나 그 후에 시작 / 때때로 4월까지 완료되지 않음
• 꼬리깃: 11월
• 머리깃: 10월 중순~12월 / 오만에서 11월 중순에 50% 개체가 머리 줄무늬 있음
• 여름깃 부분 깃갈이: 2월~4월. 머리, 몸깃, 셋째날개, 덮깃 일부
• 머리의 여름 깃갈이는 1월 시작(대부분의 advanced 개체는 여름 머리를 보여줌)
• 3월에 개체의 85%가 여전히 겨울 머리(줄무늬)
taimyrensis의 깃갈이
• heuglini보다 평균적으로 1달~2달 느림
• P1: 6월~6월 하순
• P2~P4: 9월 (장거리 이동 중에는 깃갈이 중단)
• P3~P6: 11월
• P8: 12월 초순
• P9~P10: 1월 하순~3월 초순
• P10(대부분): 2월 하순~3월
• 일부 개체는 2월에도 P5~P8
• 3월에도 겨울 머리(줄무늬) 존재
[Source: Olsen, K.M., and H. Larsson. 2003]
포항 갈매기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길쭉한 몸매. taimyrensis보다 조금 더 작고 날렵한 느낌? ←heuglini 특성
• 머리는 작고 동그란 형태. 정수리에서 이어지는 앞이마의 경사가 완만하여 부리까지 쭉 이어짐. 머리가 동그란 형태여서 앞이마 경사가 가파르고, 부리와 각이 많이 지는 taimyrensis와 다르게 보인다. ←heuglini 특성
• 부리는 길고 평행하며, 아랫부리 각이 작다. 부리의 모양은 taimyrensis와 비슷하지만 길이가 더 길고, 완만한 앞이마 경사 덕분에 길고 평행한 부리가 더 길어 보이는 인상을 준다. 이는 heuglini 동정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 ←heuglini 특성
• 머리에 약한 반점이 나타나고, 뒷목에 뭉개지지 않은 반점이 일부 나타난다. 이는 vegae와 구별되는 특징이지만 taimyrensis와 공유하는 특성 중 하나이다. 머리와 뒷목의 줄무늬로 보면 vegae의 유전자는 보이지 않는다.
• 등판 회색은 taimyrensis보다 살짝 어두워 보이지만, 직접적인 비교가 이루어지질 않아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vegae보다는 확실히 어두운 등판색.
• 다리는 분홍 기운이 섞인 노란색. 부척 위쪽(특히 다리 뒤쪽)에 노란 기운이 많이 나타나고, 발가락과 물갈퀴 부분에는 분홍 기운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진한 노란색이 아니지만, 다리의 색은 변이가 존재하고, 겨울에 이 정도의 다리 색은 일본의 개체들을 살펴보아도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 같다. 하단의 Buzun 2002 자료 참조
• 첫째날개는 꽤 길어 보이는데, 이 사진으로 taimyrensis에 비해 길어 보이는지 판단하긴 어렵다.
• 첫째날개는 P8까지 완전히 자랐고, P9이 P8을 넘어서서 거의 자라 있다. 이 시기 taimyrensis의 평균적인 깃갈이 상태(P7~P8 깃갈이)에 비해 1달 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heuglini 특성
• 첫째날개 끝의 흰반점은 크기가 작아 보이는데, vegae에 비해서는 크기가 확실히 작지만 taimyrensis에 비해 확연히 작거나 하지는 않아서 판단이 쉽지 않다.
• P8까지 완전히 자라 있고, P9도 다 자라기 직전으로 보이고, P10은 5/6 정도 자라 있다. 포항 갈매기의 첫째날개 깃갈이는 확실히 이 시기의 taimyrensis 깃갈이에 비해 한 달 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heuglini 깃갈이 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heuglini 특성
• P8~P10의 기부에 검은색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P8의 바깥 우면은 기부까지 검은색을 보이고 있고, 그레이 텅이 꽤 작아 보인다. heuglini는 첫째날개가 제일 어둡고, 검은색의 범위가 넓다. 특히 바깥쪽 첫째날개(P8~P10)에서 검은색을 많이 보이고, P8 바깥 우면 기부가 검은색인 경우가 많은데, 포항 갈매기도 그렇다. ←heuglini 특성
• 날개끝 검은띠는 P3~P10까지 8장 나타나고 있다. 개체에 따라 어느 정도 변이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특성은 아니지만, taimyrensis보다는 heuglini의 평균에 더 가깝다. ←heuglini 특성
• 미러는 P10에 1개 나타나고 있는데, 양쪽 우면에 걸쳐서 작게 나타나고 있다. P9에는 미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taimyrensis는 미러가 2개 나타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에 반해 heuglini는 미러가 P10에 하나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P10의 미러 크기가 작은 것도 heuglini에 좀 더 가까운 특징. 다만 이러한 특성들이 heuglini 서부 그룹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라서 우리나라에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 동부 그룹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heuglini 특성
• P10 미러 아래에 나타나는 검은띠(서브 터미널 밴드)가 폭이 매우 넓다. vegae의 경우 이 검은띠가 폭이 매우 좁거나 잘라져서 나타나고, taimyrensis는 vegae보다 조금 더 두껍게 나타나는데, 포항 갈매기는 확실히 heuglini 만큼 폭이 넓은 검은띠를 보여주고 있다. ←heuglini 특성
• P10의 날개끝 흰반점이 크기가 매우 작다. 역시 vegae에서는 P10의 날개끝 흰반점이 미러랑 연결되어 나타나거나 크기가 꽤 크게 나타난다. 그에 반해 heuglini는 날개끝 흰반점이 매우 작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포항 갈매기도 그런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heuglini 특성
• P8에 화이트 문이 나타나지 않고, P6~P7에 매우 가늘게 화이트 문이 나타나고 있다. vegae는 P5~P8에 화이트 문이 먀우 강해서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를 형성하고, taimyrensis는 새로 깃갈이한 첫째날개 P5~P8에서 vegae만큼은 아니지만 꽤 명확한 화이트 문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heuglini는 새로 깃갈이한 깃에서도 폭이 매우 좁은 화이트 문을 보여준다. 포항 갈매기의 P6~P7의 화이트 문은 heuglini의 전형적인 패턴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1월에 동해에서 만난 줄무늬노랑발갈매기들(taimyrensis)은 깃갈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깃에서 꽤 폭이 넓고 선명한 화이트 문을 보여주고 있었다. ←heuglini 특성
※ 이글의 날개 특성 비교는 heuglini 동부 그룹(우리나라 도래 예상 그룹)의 날개 특성에 관한 정보가 없어서 아라비아만에 도래하는 서부 그룹의 정보를 사용하여 비교를 진행하였다. 이후 동부 그룹의 특성들을 알게 된다면, 내용을 일부 수정할 예정이다.
포항 갈매기의 외부 형태와 깃갈이를 분석한 결과, 많은 부분에서 heuglini의 특성들이 잘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첫째날개의 패턴은 전형적인 heuglini 패턴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깃갈이의 진행 정도도 합격!
포항 갈매기가 전형적인 Heuglin's Gull(Larus fuscus heuglini)와 달라 보이는 점들
• 다리의 색: 포항 갈매기의 다리가 좀 더 진한 노란색이었다면, 전형적인 heuglini의 형태와 조금 더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래 개체가 heuglini의 동쪽 그룹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정도의 범위라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 홍채의 색: 포항 갈매기는 홍채에 반점이 많아 어두운 인상을 준다. 그런데 heuglini의 경우, 반점이 적고 연한 홍채를 보여주는 개체가 더 많은 편이다. Gibbins(2004)의 자료를 살펴보면, heuglini 개체 중 갈색 홍채를 보이는 개체는 약 10% 정도. 이렇게 어두운 홍채를 보여주는 개체는 소수. 포항 갈매기는 소수파일까? 아니면 heuglini와 taimyrensis의 하이브리드? 그러나 어두운 홍채를 제외하면, 하이브리드를 의심해 볼만한 다른 특징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닮은 종과의 비교
포항 갈매기(heuglini type)의 전체적인 형태를 닮은 종인 taimyrensis, vegae 개체와 비교해 보자.
•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포항 갈매기의 날렵한 몸매. 포항 갈매기가 쉬고 있는 자세가 아닌 경계의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앞가슴이 덜 육중하고, 전체적으로 길쭉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 빛의 상태와 각도를 고려하더라도, 포항갈매기의 등판 회색이 매우 어둡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포항갈매기의 부리는 비율적으로 제일 길고, 아랫부리 각이 덜 발달되어 있다.
• 날개 돌출부(wing projection)에서 3 개체는 꽤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포항 갈매기의 첫째날개는 P7이 꼬리 바깥으로 꽤 많이 돌출되어 있어서 3 개체 중 제일 길어 보인다. taimyrensis 개체는 첫째날개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살펴보아야 하는데, P7이 꼬리 바깥쪽으로 살짝 돌출되어 있어서 포항 갈매기보다는 날개 돌출이 적어 보인다. vegae 개체는 첫째날개 깃갈이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날개 돌출부가 짧아 보이는데 P7이 꼬리 안쪽에 위치해 있다(이 개체가 vegae 평균보다 더 짧아 보이긴 함).
• 다리의 색은 taimyrensis 개체가 제일 밝고 노랗게 보인다. 포항 갈매기는 분홍이 섞인 노란색을 보여 주고 있고, vegae 개체는 분홍색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 갈매기와 taimyrensis 개체의 날개를 비교해 보자.
두 개체의 날개 각도차가 다르기 때문에 엄밀한 형태 비교는 어려울 것이지만, 첫째날개 패턴을 대략적으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두 개체의 깃갈이 진행 정도. 포항 갈매기는 P9까지 거의 자라 있고, P10이 5/6 정도 자라 있는 데 반해, taimyrensis 개체는 P8까지 자라 있고, P10은 1/3 정도 자라 있다.
• 날개끝 검은띠는 포항갈매기는 P3까지 8장, taimyrensis 개체는 P5까지 6장 나타나고 있다.
• 미러는 양쪽 모두에서 P10에 1개. 포항갈매기의 미러는 작고, taimyrensis 개체의 미러는 제법 커다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 포항 갈매기의 P10 미러 아래 검은띠는 폭이 넓은데 반해 taimyrensis 개체의 검은띠는 폭이 좁다.
• P10의 날개끝 흰반점의 크기도 다른데, taimyrensis 개체의 반점이 훨씬 크다.
• P8 바깥 우면 기부를 보면, 포항 갈매기는 기부에 작은 범위의 회색이 보이고, 대부분 검은색을 보여주고 있다. taimyrensis 개체의 기부는 회색이 P8 길이의 1/4 정도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 P6과 P7에서 보이는 화이트 문의 형태는 두 개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포항 갈매기는 아주 얇은 화이트 문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taimyrensis 개체는 꽤 폭이 넓은 화이트 문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 갈매기와 vegae 개체의 날개를 비교해 보자.
• 포항 갈매기는 P9까지 거의 자라 있고, P10이 5/6 정도 자라 있다. vegae 개체는 P10까지 완전히 자라 있다.
• 날개끝 검은띠는 포항갈매기는 P3까지 8장, vegae 개체는 P5까지 6장 나타나고 있는데, P5의 검은 띠는 주로 바깥 우면에 잘린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 포항갈매기의 미러는 P10에 1개 나타나는데 크기가 작다. vegae 개체는 P9과 P10에 2개의 미러가 나타나고 있다. P10의 미러는 날개끝 흰반점과 연결되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 포항 갈매기의 P10 미러 아래 검은띠는 폭이 넓은데 반해 vegae 개체는 검은띠가 없다.
• 포항 갈매기의 P10의 날개끝 흰반점은 매우 작다. vegae 개체는 날개끝 흰반점이 미러와 연결되어 나타나고 있다.
• P8 바깥 우면 기부를 보면, 포항 갈매기는 기부에 작은 범위의 회색이 보이고, 대부분 검은색을 보여주고 있다. vegae 개체의 기부는 회색이 P8 길이의 1/3 이상 매우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 P6과 P7에서 보이는 화이트 문의 형태는 두 개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포항 갈매기는 아주 얇은 화이트 문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vegae 개체는 P5~P7에 폭이 매우 넓은 화이트 문을 보여주고 있다. P5~P7에 이렇게 크게 나타나는 화이트 문을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라고 부르는데, vegae 종의 첫째날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성 중 하나이다.
포항 갈매기의 첫째날개는 heuglini의 패턴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지만, 날개끝 흰반점의 크기가 다소 큰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heuglini의 첫째날개 흰반점은 taimyrensis보다 평균적으로 작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평균일 뿐이며, 이스라엘에서 월동하는 heuglini 개체들을 살펴본 결과 포항 갈매기와 비슷한 정도의 개체들을 찾을 수 있었다.(개체-01, 개체-02, 개체-03, 개체-04)
3 개체의 첫째날개를 분석할 결과, 포항 갈매기의 첫째날개는 taimyrensis, vegae 개체와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포항 갈매기의 첫째날개는 날개끝 흰 반점의 크기가 조금 크다는 점을 제외하면, heuglini의 첫째날개 특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항 갈매기 사진 분석하기
쉬고 있는 자세에서 어떤 몸매를 보여주는지 확인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부리 끝부분에 나타나는 검은 반점으로 미루어 볼 때 포항 갈매기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4주기(fourth-cycle)의 아성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Buzun(2002)의 논문을 보면, 부리 끝 검은 반점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이 사진에선 부리가 유난히 길어 보인다. 이 각도에서는 아랫부리 각이 실제보다 더 커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포항 갈매기는 이 각도에서도 아랫부리 각이 매우 작아서 평행한 부리를 보여주고 있다. 다리의 색 패턴은 Buzun이 설명한 것처럼 부위에 따라 꽤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사진에서 첫째날개의 안쪽 면이 보이는데, P10이 P8 길이만큼 자라 있음을 알 수 있다. taimyrensis(줄무늬노랑발갈매기)와 다르게 포항 갈매기는 첫째날개의 깃갈이가 1달 이내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고마운 지!! 첫째날개의 패턴을 살펴보지 못한다면, heuglini 동정은 물 건너가는 거였는데. 이 사진에서 포항 갈매기는 매우 어두운 첫째날개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P8의 기부까지 어두운 검은색, P6과 P7에 화이트 문이 매우 얇아서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 날개끝 검은띠는 P3까지 8장. 얼마나 황홀한 날개인지!!!
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에 내가 나에게 감사한다. 현장에서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거겠지! 어쨌든 포항 갈매기는 위의 날개 분석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heuglini에 가까운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에서 거슬리는 점은 단 하나, 둘째날개가 내 예상보다 더 볼록하다는 점.
이 사진에서 P6과 P7의 화이트 문 패턴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유럽에서는 heuglini의 P6와 P7의 화이트 문 패턴을 Lesser Black-backed Gull 동정에 매우 중요한 식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Lesser Black-backed Gull은 화이트 문이 전혀 보이지 않고, heuglini는 화이트 문이 명확하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heuglini를 taimyrensis나 vegae와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heuglini의 화이트 문은 아주 얇거나 잘 보이지 않는 점이 중요한 식별 기준이 되는 것이다.
포항갈매기의 정체
이번 겨울 갈매기 탐조 중 포항에서 만난 heuglini 타입의 갈매기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살펴 보았다. 결론을 미리 정해두지 못하고 시작한 두 번째 동정글(첫 번째는 아메리카홍머리오리 암컷 동정)인데 글을 써내려 가면서 마음이 수시로 변하곤 했다.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 그 때보다 더 수월할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글이었지만 Chris Gibbins의 34쪽에 달하는 글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갈매기류의 동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던 시간들.
포항 갈매기는 현재로는 시베리아 서쪽의 Heuglin's Gull(Larus fuscus heuglini) 4주기(fourth-cycle) 개체로 판단된다. 전체적인 형태가 heuglini와 일치하고, 첫째날개의 패턴도 일치하며, 무엇보다 깃갈이 진행 정도 또한 heuglini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항 갈매기의 형태에서 heuglini의 평균적인 모습과 다른 부분이 일부 존재하고, 우리나라에 도래할 거라 예상되는 heuglini 동쪽 그룹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 이 동정 결과는 잠정적인 것이 된다.
※ 이후에 heuglini 동부 그룹에 대한 정보가 추가된다면, 동정 결과가 수정될 수 있습니다.
감사의 말
갈매기 여행에 함께 하고, 갈매기 탐구에 많은 열정을 보여 주신 동료 권찬수선생님, 강지혜선생님, 오승준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Heuglin's Gull 문헌 정보
West Siberian Gull [Larus heuglini antelius]의 깃갈이
• 깃갈이 시기는 성조와 미성숙 개체들 간에 차이가 있으며, 번식지역(섬과 툰드라 지대) 사이에도 차이가 있음
• 미성숙 개체의 경우 성조보다 깃갈이가 빠른데 번식지에서 많은 양의 깃갈이가 진행됨
• 일반적으로 번식지를 떠나기 전 20-40%의 깃을 겨울깃으로 깃갈이를 마친 상태
• 6월 초순에 깃갈이 시작
• 7월의 끝무렵에 P6 교체됨
• 성조는 6월 20일 ~ 7월 20일 사이에 P1이 빠지고 깃갈이가 시작됨
• 개체들 사이에 깃갈이 시기에 약 한 달의 변이(variation)가 나타남
• 7월 중순에 섬에서 번식하는 개체의 25%는 P3의 깃갈이 마침
• 툰드라 번식 개체는 P4 깃갈이 마침(더 많이 진행된 개체도 있음)
Source: Buzun 2002
다리의 색
• 필드에서 볼 때 92%의 개체가 노란색(pale yellow, lemon-yellow, ochre)
• 8%의 개체가 회색-노란색부터 회색
• 해양의 섬에 둥지를 트는 개체가 툰드라의 개체보다 다리가 더 회색
• 부척(tarsus)은 다리의 나머지 부분보다 더 연하고 더 회색 기운이 강함 (특히 다리 앞쪽에 있는 비늘에서)
• 물갈퀴는 언제나 노란색
부리의 색
• 전체 개체(미성숙 개체 포함)의 22%가 부리에 검은색 번짐이나 반점 3~8mm
• 전체(성조)의 8%만 부리에 검은 영역. 검은 영역의 크기는 1-5mm로 작음
• 4살 갈매기의 5%만 부리에 검은 영역이 없었음. 그러나 윗부리에 붉은 색소가 나타남
• 연구자는 윗부리의 붉은 영역은 갓 성체가 된 젊은 성체를 나타낸다고 믿음. armenicus에서 전에 부리가 검었던 영역에서 붉은 영역이 나타나기 때문
Source: Buzun 2002
참고문헌
• Buzun, V. A. 2002. Descriptive update on gull taxonomy: ‘West Siberian Gull’. British Birds 95: 216–232.
• Collinson, J.M., Parkin, D.T., Knox, A.G., Sangster, G. & Svensson, L. 2008. Species boundaries in the Herring and Lesser Black-backed Gull complex. Brit. Birds 101(7): 340–363.
• Gibbins, C. 2004. Is it possible to identify Baltic and Heuglin’s Gulls? Birding Scotland 7: 153–186.
• Gill F, D Donsker & P Rasmussen (Eds). 2023. IOC World Bird List (v13.1). doi : 10.14344/IOC.ML.13.1. [Accessed February 05, 2023].
• Moores, N. & Ha, J. M. 2022. The Birds Korea Checklist (2022). Published by Birds Korea, Busan, Republic of Korea. [Accessed February 05, 2023].
• Olsen, K.M., and H. Larsson. 2003. Gulls of North America, Europe, and Asia. Princeton University Press.
• Osao and Michiaki Ujihara. 2010. A Gull Identification Handbook Revised edition. Bun-Ichi Sogo Shuppan Co.
• Osao and Michiaki Ujihara. 2019. An Identification Guide to the Gulls of Japan. Seibundo-shinko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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