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 동정하기: Part 2.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first-cycle)

 

지금부터 작성하는 글은 부족한 자료들과 경험과 공부로 인해 부족하고 오류투성이인 글이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6부에 걸쳐 글을 작성해가는 도중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 동정하기' 글 싣는 순서
Part 1. 어린 갈매기는 너무 어렵다?
Part 2.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 (first-cycle)
Part 3.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 동정하기
Part 4.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 개체 분석
Part 5. 재갈매기 x 큰재갈매기 1주기 하이브리드
Part 6. 1주기 미동정 갈매기

 

 

이 글에서 다루는 갈매기의 범위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건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의 새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실제로 다루게 되는 대상은 1주기 전체 범위가 아닌 1월 중순에 관찰된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의 새들이 될 것이다.

 

1주기 (first cycle)의 새란 무엇인가?

1주기의 새는 태어난 다음해 봄에 완전 깃갈이가 진행되기 전의 새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1주기의 새에는 새끼, 유조, 유조후깃갈이 개체(전통 체계에서 1회 겨울깃이라 부르는 개체)가 포함된다.

갈매기는 주로 5~6월에 태어나고, 이 때 갓 태어나 솜털로 뒤덮인 녀석들을 새끼(chick)라고 부른다. 태어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솜털을 온전한 깃(정우)으로 깃갈이하게 되는데 이렇게 첫 번째 깃을 얻은 개체를 유조(juvenile)라 부른다. 이후 가을이 되면 몸깃, 등판, 어깨깃 정도를 깃갈이하는 '부분 깃갈이(partial moult)'가 발생하는데 종에 따라 다음해 3월까지 깃갈이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리고 봄(대체로 4월~6월)이 되면 모든 깃을 교체하는 '완전 깃갈이(complete moult)'가 시작된다. 완전 깃갈이가 시작될 때 깃 교체를 위해 첫째날개 P1이 빠지게 되는데, 이 때를 기준으로 1주기와 2주기가 갈라진다. 즉 첫째날개 P1이 빠지기 전까지가 1주기가 되고, P1이 빠진 이후는 2주기로 부르게 된다.

 

※ '갈매기의 나이를 표현하는 3가지 방법'에 대한 설명은 아래 접은글 참조.

더보기

갈매기 나이를 표현하는 3가지 방법

갈매기의 나이를 표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진 3가지 나이 체계가 사용되고 있다. 도감이나 논문에서 갈매기에 대해 다룰 때 지역에 따라 또는 철학에 따라 다른 체계를 사용하여 갈매기의 나이를 표현하고, 갈매기를 처음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서로 다른 표현들 때문에 혼란을 느끼곤 한다. 

 

1회 겨울깃, 1회 여름깃, 1년생, 2년생, 1주기, 2주기 등등. 어떤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일까? 새들의 나이를 나타내는 각각의 체계들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고, 그 쓰임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성을 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각각의 나이 체계가 아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보완하여 사용해야 하고, 이러한 이유로 각각의 나이 체계를 모두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갈매기 나이 체계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따로 다루도록 하고,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한다.


1. 전통적인 체계

유조 - 1회 겨울깃 - 1회 여름깃과 같은 용어를 사용.

새의 나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오래된 체계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조류 도감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 북반구에 사는 새들의 나이를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새들과 적도 부근에서 살고 있는 새들의 나이를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또한 일 년 중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깃갈이가 이루어지는 대형 갈매기의 나이를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열정적인 갈매기 탐구자들은 이 나이 체계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2. 역년 체계(Calendar Year system)

1년생 - 2년생 - 3년생과 같은 용어를 사용.

이 체계는 깃차림에 대한 설명 없이 새가 몇 살인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체계로 비교적 사용이 수월한 편이다. 예를 들면 2022년 여름에 태어난 갈매기는 2022월 12월 31일까지 1년생이고, 2023년 1월 1일이 되면 2년생이 된다. 이 나이 체계를 사용하면 2023년 1월에 만난 어린 갈매기들(2022년에 태어난 개체들)은 '2년생 1월'이 된다. 

1년생은 전통 체계에서 표현하는 새끼, 유조, 1회 겨울깃을 포함하고, 2년생은 1회 겨울깃, (존재할 경우에)1회 여름깃, 2회 겨울깃을 포함한다. 유럽의 갈매기 탐구자들은 어린 시절의 갈매기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이 체계를 주로 사용하는데, 세계 최대의 갈매기 연구 모임인 Gull Research Organisation도 역년 체계를 사용하여 갈매기의 나이 변화에 따른 다양한 모습들을 정리하고 있다. 

 

3. 깃갈이 주기 체계(Moult cycle system)

유조 - 첫 번째 기본깃 - 첫 번째 대체깃 - 두 번째 기본깃 / 1주기, 2주기와 같은 용어를 사용.

새의 깃갈이를 기반으로 새의 나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Humphrey & Parkes의 깃갈이 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이를 개선한 체계가 사용되고 있다. 1주기는 부화와 함께 시작하여 첫째날개가 교체를 위해 떨어질 때(대체로 늦봄이나 초여름) 끝난다. 깃갈이 시기는 종마다 조금씩 다른데, 더 북쪽 지역에서 번식하는 종은 대체로 2주기가 더 늦게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더 북쪽에서 번식하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는 초원에서 번식하는 한국재갈매기에 비해 2주기가 2달 정도 늦어지곤 한다. 또한 어린 새들은 나이 든 새들보다 더 일찍 첫째날개 깃갈이를 시작한다.

 

깃갈이 주기 체계는 깃갈이에 기반한 가장 과학적인 나이 체계로 평가받고 있으나 종 간에 서로 다른 깃갈이 시기와 복잡한 깃갈이 전략으로 인해 이해가 쉽지 않은 편이다. 또한 나이 표현을 위해 새가 현재 보여주는 깃갈이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려운 일이라서 기피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국의 갈매기 탐구자들은 전통적인 체계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으나, 유럽의 갈매기 탐구자들은 역년 체계를 기반으로 갈매기의 나이를 표현하고 있다. 반면 북미의 갈매기 탐조자들은 깃갈이 주기 체계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왜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인가?

겨울 동해안에서 갈매기를 관찰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종이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이다. 그리고 두 종이 보여주는 명확한 특징들로 인해 두 종의 성조를 식별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렇다면 1주기의 어린 갈매기는 어떨까? 갈매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기 시작한 지 십년이 되어 가는 지금, 나는 이 두 종의 어린 새들을 식별할 수 있는 걸까? 당연히 그렇다고 믿었었다, 이번 갈매기 여행 전까지는. 그러나 이번 겨울에 만난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어린 새들 앞에서 나의 이런 자만은 산산이 무너졌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번 갈매기 여행 중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1주기의 어린 갈매기들. 수많은 1주기 갈매기들은 대부분 큰재갈매기로 보였고, 재갈매기는 도대체 보이질 않았다. 애초에 재갈매기일 거라 생각했던 녀석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나면, 머리 속이 뒤죽박죽. 도저히 녀석들에게 재갈매기 1주기라는 이름을 붙여줄 수 없었다.

 

내 눈 바로 앞에서 유유히 걸어 다니는 저 녀석들은 도대체 누구인걸까? 난 지금까지 무얼 보고 있던 걸까? 저 녀석은 큰재갈매기? 저 녀석도 큰재갈매기? 그리고 저 녀석도? 도대체 재갈매기는 어디 있는 걸까? 재갈매기 성조들이 이렇게 많은데, 재갈매기 어린 새들이 이렇게 안 보인다고? 이건 말이 안되지 않나? 

 

여행에 함께 한 후배들과 필드에서 또 숙소에서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매일 밤 늦도록 토론을 벌였다. 그렇게 긴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모르겠다는 것. 현재로선 녀석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그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관찰해 보자고. 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1주기를 식별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이들 두 종의 분포는 어떤지,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동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

 

이 글은 그러한 고민과 5일 동안의 관찰, 그리고 밤마다 이어진 동료들과의 치열한 토론 끝에 나온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여전히 많은 것들이 안갯 속.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재갈매기 1주기는 어떤 모습일까?

1월에 만나게 되는 1주기 재갈매기는 유조와 유조후깃갈이가 진행중인 개체들이다. 재갈매기는 북극 바로 아래의 고위도 툰드라 지역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초원종(한국재갈매기, 초원갈매기, 카스피해갈매기)에 비해 깃갈이가 꽤 느리게 진행된다. 또한 고위도 지역 번식종들의 특성 중 하나인 '크리스피 바이킹(매우 선명하고 마모에 강한 깃)' 유형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재갈매기 어린 개체들은 다른 종과 달리 1월까지도 깃갈이가 이루어지지 않고, 유조깃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깃갈이가 진행중인 경우에도 등과 어깨깃 일부만 깃갈이된 개체들이 많다. 따라서 재갈매기 1주기 개체를 동정할 때 늦은 깃갈이 상태는 매우 중요한 식별 기준이 된다.

 

1. 유조

1월 중순에도 등과 어깨의 깃갈이가 진행되지 않고 유조깃을 유지하고 있는 개체. 다른 종 1주기 개체들과 달리 아직까지 유조깃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짱짱하고 선명한 '크리스피 바이킹' 유형의 어깨깃을 보여주고 있다. 

 

2. 유조후깃갈이가 진행 중인 개체

1월 중순에 만날 수 있는 재갈매기 1주기의 전형적인 유형. 따뜻한 갈색의 몸깃과 덮깃들,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짙은 흑갈색의 첫째날개가 이러한 유형의 재갈매기의 특징이다. 등과 어깨깃의 깃갈이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어서 1월말 쯤에는 부분깃갈이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3. 유조후깃갈이가 진행 중인 개체

1월 중순에 매우 많이 보이는 유형의 개체. 대부분의 특성들이 재갈매기 1주기를 가리키지만 미묘하게 맘에 걸리는 녀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 같은 유형을 재갈매기가 아니라고 부정하게 되면 동해안에 재갈매기 1주기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재갈매기가 맞겠지?

 

4. 유조후깃갈이가 진행 중인 개체

재갈매기 1주기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반점 형태의 큰날개덮깃을 제대로 보여주는 개체. 바깥쪽에 비해 연하게 나타나는 안쪽 첫째날개의 패턴 또한 재갈매기 1주기의 특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큰재갈매기 1주기는 어떤 모습일까?

1월에 만나게 되는 1주기 큰재갈매기는 유조후깃갈이가 진행중인 개체들과 깃갈이를 마친 개체들이다. 간혹 북쪽 집단 개체들 중에는 1월에도 유조깃을 유지하고 있는 개체들이 있다.

 

재갈매기와 달리 많은 큰재갈매기 1주기들은 1월 중순에 유조후깃갈이를 마친 모습을 보여준다. 깃갈이를 일찍 마친 일부 개체들은 덮깃과 첫째날개가 많이 닳아 있고, 하얗게 표백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머리와 목 부분의 표백이 특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1. 유조후깃갈이가 막 시작된 개체

머리와 목이 하얗게 표백되어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형의 개체. 표백이 진행되고 있지만 깃갈이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데, 등깃은 깃갈이를 마쳤고, 어깨깃은 깃갈이가 막 시작되어 대부분 유조깃을 유지하고 있다. 이 녀석처럼 깃갈이가 느리고, 깃 상태가 비교적 짱짱한 개체들은 북쪽 집단인 경우가 많다.

 

2. 유조후깃갈이를 마친 개체

큰재갈매기 1주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개체. 유조후깃갈이를 마친 이 상태를 전통 체계에서는 1회 겨울깃이가 부른다. 등깃과 어깨깃의 깃갈이는 이미 완료되었고, 덮깃, 셋째날개, 첫째날개의 마모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몸깃의 표백이 진행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옅은 갈색을 보여주고 있다. 표백이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개체들은 2월말이나 3월에 거의 하얗게 보일 것이다.

 

3. 유조후깃갈이를 마친 개체

큰재갈매기의 전형적인 배불뚝이 몸매를 잘 보여주고 있는 개체. 

 

4. 유조후깃갈이가 진행 중인 개체

큰재갈매기 1주기의 날개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개체. P1~P5의 연한 패턴과 도둑갈매기를 닮은 볼록한 둘째날개는 이 녀석이 큰재갈매기라는 걸 극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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