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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서 만난 큰재갈매기 유조

Slaty-backed Gull Juvenile met in the Yellow Sea

 

Slaty-backed Gull[Larus schistisagus] Juvenile. Daecheon, Chungnam. 9 October 2015. ⓒ Larus Seeker

 

작년 10월 대천항 근처의 해안에서 만난 녀석. 처음엔 큰재갈매기 유조인가 했으나 그렇게 보기엔 마음에 걸리는 게 몇 가지 있었다. 너무 짙은 갈색의 몸과 눈 주위의 뭉개진 줄무늬, 아랫배의 가지런하고 잘 발달된 줄무늬, 다리의 칙칙한 분홍색. 그간 동해안에서 만나던 큰재갈매기 1회 겨울깃 개체들이랑은 많은 점에서 달라 보였다. 또한 서해안에서는 큰재갈매기가 그리 흔한 종도 아니고. 그래서 큰재갈매기는 일단 후보에서 제쳐 놓고, 다른 재갈매기류의 유조가 아닐까 검토해 보있다.

 

 

옅은재갈매기[American Herring Gull]?

이 개체가 보여주는 짙은 갈색의 몸깃은 후보들을 간추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정도로 진한 짙은 갈색을 나타내는 종은 그닥 많이 없으니. 생각해 볼 수 있는 후보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 작은재갈매기, 옅은재갈매기 정도. 그간의 경험(전체적 체형, 등판과 덮깃의 무늬, 첫째날개 윙팁의 패턴 등을 검토하면)으로 인해 줄무늬노랑발갈매기는 후보에서 제일 먼저 제외할 수 있었다. 다음 후보인 작은재갈매기에 대해선 경험이 부족해서 고민이 있었지만, (일본의 Ujihara 도감에서 묘사하고 있는)아무리 어두운 개체라 해도 이 정도로 짙은 갈색을 보여즐 것 같지는 않았다. 하여 작은재갈매기 역시 후보에서 제외. 그래서 옅은재갈매기[American Herring Gull]를 최종 후보로 낙점하고 여러 가지 특징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보았다. 꽤 여러 가지 면에서 대천의 이 녀석은 옅은재갈매기와 일치하는 듯 보였지만 옅은재갈매기 유조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지라 동정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하여 미국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갈매기 블로그[Anything Larus]를 운영하는 Amar Ayyash에게 편지를 보내 이 녀석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 녀석은 옅은재갈매기 유조는 아니며, 옅은재갈매기와 수리갈매기의 잡종[American Herring × Glaucous-winged Gull]이라는 것이었다. 재갈매기와 수리갈매기의 잡종[Vega × Glaucous-winged Gull]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첫째날개 윙팁의 색을 볼 때 수리갈매기와의 잡종이라는 의견은 수용하기 어려웠다. 수리갈매기와의 잡종이라면 첫째날개의 윙팁이 좀 더 옅은 갈색이면서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대천의 녀석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곤 해도 옅은재갈매기에 대한 경험이 무척 많은 그의 답변을 통해 이 녀석이 옅은재갈매기가 아니라는 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누구라는 걸까?

 

큰재갈매기[Slaty-backed Gull]?

다시 고민을 하기 한참. Bird Forum에 녀석의 사진을 올리고, 갈매기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유럽의 갈매기 전문가 중 한 사람인 Janj(Janj는 동아시아의 갈매기에 대해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 녀석이 큰재갈매기로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Gull Research Organisation(이하GRO)의 링크[GRO의 큰재갈매기 페이지]를 올려 주었다.

GRO 페이지에 있는 일본에서 관찰한 큰재갈매기 유조들을 살펴보니 대천항에서 만난 녀석과 많은 특징들이 일치하고 있었다. (특히 페이지의 맨 위쪽 왼쪽에서 3번째 개체를 살펴보라) 그동안 겨울에 동해에서 큰재갈매기 1회 겨울깃들을 주로 관찰하다 보니 유조들을 관찰하지 못해 그들의 생김새가 낯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올해 태어난 큰재갈매기 유조. 아~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다시 돌아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을 큰재갈매기 유조(아마도 1회 겨울깃으로 곧 깃갈이가 진행되겠지)로 본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푹 놓이는 건 아니다. 아랫배에서 꼬리덮깃까지 나타나는 잘 발달된 줄무늬는 큰재갈매기의 평균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 그 외에도 칙칙한 분홍색의 다리도 맘에 걸리고. 이런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는 건 재갈매기의 유전자가 섞여 있는 경우이리라. 현재로선 무리지만 언젠가 이 녀석의 정체를 좀 더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다면 좋겠다.

 

 

1. 

Daecheon, Chungnam. 9 October 2015. ⓒ Larus Seeker

몸 전체가 짙은 갈색의 깃으로 둘어쌓여 있다. 특히 얼굴과 꼬리, 첫째날개는 짙고 어두운 갈색을 보여준다. 부리는 잘 발달되어 있으며 짙은 검은색. 눈은 작고 동그랗고 홍채는 매우 어둡다. 다리는 채도가 낮은 분홍색. 많은 특징들이 큰재갈매기를 나타내고 있다.

 

2. 

Daecheon, Chungnam. 9 October 2015. ⓒ Larus Seeker

큰재갈매기 유조가 얼굴 주변에 뭉쳐진 패턴을 나타낸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3. 

Daecheon, Chungnam. 9 October 2015. ⓒ Larus Seeker

앞쪽으로 지나가는 괭이갈매기에 비해 크기가 꽤 크다. 다리의 색은 빛이 잘 드는 이 각도에서 봐도 큰재갈매기의 다리색과는 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아직 어린 유조여서 그런 거겠지?

 

4. 

Daecheon, Chungnam. 9 October 2015. ⓒ Larus Seeker

정수리에서 부리까지 경사가 완만하게 뻗어 내려오는 라인은 큰재갈매기에서 자주 보여지는 두상의 패턴.

 

5. 

Daecheon, Chungnam. 9 October 2015. ⓒ Larus Seeker

 

서해에서 만나는 큰재갈매기는 언제나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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