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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에서 만난 초콜릿 갈매기

Chocolate Gull at Bukseong Port

 

Chocolate Gull. Bukseong Port, Incheon. 2 January 2016. ⓒ Larus Seeker

 

 

오후부터 눈이 온다는 예보처럼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갈매기 찍기엔 좋지 않은 날씨지만 올해의 마지막 갈매기 탐조가 될 듯하여 북성포구에 다녀왔다. 북성포구의 하늘 또한 잔뜩 흐리고 빛도 좋지 않았지만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멋진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갈매기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회색을 띠는 등판이 아니라 연한 초콜릿색을 띠는 갈매기, 일명 '초콜릿 갈매기'를 만났다. 지난 달에 새하얀 루시즘 괭이갈매기를 만난 후 녀석을 다시 보지 못해서 안타까웠었는데, 오늘 만난 녀석은 또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한 해의 마무리로 좋지 않은가? 

 

 

초콜릿 갈매기는 알비노? 황화? 루시즘?

초콜릿같은 등판과 날개를 보여주는 이 녀석은 어떻게 이런 깃색을 나타나게 된걸까? 이 개체의 눈을 보면 정상적인 색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이 개체가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 알비노 개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황화[Xanthochromism]는 동물의 몸에서 붉은색 색소가 부족해지고, 이를 노란색 색소가 대체하면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다. 주로 사육하는 동물들에게서 특정한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붉은색 색소의 결핍이 일어나서 발생하곤 한다. 북성포구에서 만난 이 개체는 방금 설명한 황화와는 여러 모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개체는 루시즘 개체라는 이야기. 하지만 연한 초콜릿색을 보여주는 날개는 지난 달 포구에서 만났던 새하얀 루시즘 괭이갈매기와는 분명 달라 보인다. 하여 이런 연한 갈색을 나타내는 루시즘 사례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이런 패턴을 나타내는 루시즘 개체의 사진을 몇 장 발견할 수 있었다. 알비노와 루시즘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북성포구에서 만난 눈처럼 하얀 괭이갈매기]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Leucistic Black-tailed Gull(L. crassirostris) 2nd-winter. Bukseong Port.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11월에 만났던 온통 하얀 괭이갈매기와 초콜릿 갈매기를 비교해 보라. 같은 루시즘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표현형에 있어서 차이가 나고 있다. 11월에 만났던 이 개체가 성장해서 초콜릿 갈매기처럼 변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아주 잠깐 생각해 보았으나 시간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1월에 만났던 이 녀석은 그 날 이후로 전혀 보이질 않던데 어디로 간 거지?

 

 

초콜릿 갈매기의 동정

등판과 날개는 초콜릿색이지만 그 외의 것들(홍채, 부리, 다리)은 모두 제대로 된 색을 가지고 있어서 동정이 어렵지 않다. 크기는 딱 괭이갈매기, 형태도 딱 괭이갈매기. 이 녀석은 동정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이는? 11월에 만난 녀석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2회 겨울깃이었던 것과 달리 이 녀석에게서는 다 자란 성조의 특징을 네 가지 찾을 수 있다. 우선, 홍채를 보면 연한 노란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다 자란 성조에서 나타나는 특징. 두 번째, 부리는 샛노랗고, 부리끝에 붉은점과 검은반점이 나타나 있는데 이 또한 성조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세 번째, 다리의 색도 성조에서 나타나는 진한 노란색. 마지막으로 미성숙 개체의 뾰족한 형태와는 달리 이 개체의 첫째날개는 가장자리가 둥그스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성조의 날개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녀석의 첫째날개는 P1-9까지 깃갈이가 모두 완료되었고, P10도 새깃으로 깃갈이가 끝나고 자라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자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사진 3에서 P9와 P10의 길이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초콜릿 갈매기의 에이징

01. 홍채의 색: 홍채가 연한 노란색

02. 부리의 특징: 부리가 샛노랗고 부리 끝에 붉은점과 검은점이 명확하게 나타남

03. 다리의 색: 진한 노란색

04. 첫째날개의 형태: 깃 가장자리가 둥그스름한 형태

결론: 네 가지 모두 성조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므로 초콜릿 갈매기는 성조

 

이 개체의 부리색은 여름깃의 샛노란색과는 달리 조금 흐릿한 노란색이다(사진 5에서 두 개체를 비교해 보라). 그것은 이 개체가 현재 겨울깃 형태라는 이야기. 이상의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오늘 북성포구에서 만난 '초콜릿 갈매기'의 정체는 괭이갈매기 성조 겨울깃이라는 거다. 반갑다, 초콜릿 괭이갈매기!  

 

 

1.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등판과 날개의 색은 참 오묘한데, 첫째날개의 색은 연한 초콜릿색으로 보이고, 등판의 색은 커피에 우유를 넣고 저을 때 나타나는 색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오묘한 색이라니, 멋지다! 

 

2.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등판과 날개의 색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들-이를 테면 홍채, 부리, 다리-의 색은 모두 정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녀석이 알비노가 아니라는 이갸기.

 

3.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앉아 있을 때도 멋지지만 하늘을 날 때 더 멋져 보인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 지 잘은 모르겠지만

 

4.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꼬리끝 검은띠의 색은 첫째날개 바깥쪽과 같은 초콜릿색. 첫째날개 바깥쪽에서 날개끝 흰반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5.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오른쪽 아래에 있는 괭이갈매기 성조와 홍채, 부리, 다리의 색을 비교해 보라.

 

6.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7.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8.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30 December 2015. ⓒ Larus Seeker

 

 

 

오늘은 눈이 오려는지 날이 너무 흐려서 이 녀석의 매력적인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새해에 좀 더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그 때까지 아프지 말고 어디 다치지 말고 무사히 잘 살아가기를.

 

 

1월 2일에 다시 만나다

1월 2일에 녀석을 다시 만났다. 무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단독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9.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0.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1.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2.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3.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4.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5.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6.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17.

Leucistic Black-tailed Gull(Larus crassirostris) adult-winter. Bukseong Port, Incheon. 02 January 2016. ⓒ Larus Seeker

 

 

 

초콜릿 까치의 정체는?

올 여름에 진한 초콜릿색을 가진 까치를 만났었는데, 이 녀석도 루시즘이려나?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색이 참 애매모호해서 잘 모르겠다. 부리와 날개의 형태로 봐선 올해 봄에 태어난 어린 개체로 보이는데, 올해 태어난 같은 또래들의 검은색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이 녀석은 왜 이런 색인걸까? 자라는 모습을 좀 더 관찰해 보려 했는데, 다시 찾으려니 너무 힘들어서 ^^;

 

Eurasian Magpie(Pica pica). Goyang, Gyeonggi. 20 July 2015. ⓒ Larus Seeker

 

Eurasian Magpie(Pica pica). Goyang, Gyeonggi. 20 July 2015. ⓒ Larus Seeker

 

Eurasian Magpie(Pica pica). Goyang, Gyeonggi. 20 July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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