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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에서 만난 스노우 갈매기

Leucistic Black-tailed Gull at Bukseong Port

 

Leucistic Black-tailed Gull(L. crassirostris) 2nd-winter. Bukseong Port.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물때가 좋지 않아 갈매기 촬영이 신통치 않았던 날, 녀석을 만났다. 처음 녀석을 본 건 뻘 건너편에서 괭이갈매기 두 마리와 함께 먹이를 먹고 있던 모습. 잠시 모습을 보여주곤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후 한참을 지나서 해질 무렵 나타난 녀석은 사람을 그닥 경계하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갈매기들 사이에서 먹이 찾기에도 열심이었고, 포구에 놀러나온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도 곧잘 받아먹었다. 빛이 좋을 때 나타났으면 좋았을텐데.

 

녀석은 루시즘(Leucism)현상으로 인해 온몸의 색이 하얗게 된 녀석으로 보인다. 루시즘은 색소세포가 유전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정상색에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우리가 흔히 알비노(Albino)나 백화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발생 메카니즘은 다르다.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 형성이 감소되어 나타나는 알비니즘(Albinism)현상으로 인해 나타나게 된다. 루시즘과 알비니즘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건 눈(홍채)의 색이다. 루시즘 개체의 눈은 정상적인 개체와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알비니즘 개체의 눈은 멜라닌 색소 부족으로 인해 빨갛게 보인다. 알비니즘 개체의 눈이 빨갛게 보이는 것은 홍채에 멜라닌 색소가 없기 때문에 망막의 혈관이 밖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하여 야외에서 이처럼 하얀 녀석들을 만났을 경우 피부가 하얗고 눈이 빨간 개체들은 대개 알비노로 판단하면 된다. 

   

알비니즘(Albinism)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멜라닌 색소형성이 되지 않거나 부족해지는 현상. 홍채에 멜라닌 색소가 없고 망막의 혈관이 밖으로 비쳐보여서 눈이 빨갛게 보인다.

루시즘(Leucism)

피부, 깃털 등의 피부세포가 색소세포로 제대로 분화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 알비니즘과 비슷하게 하얀색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 홍채는 멜라닌 색소를 형성하기 때문에(메카니즘이 다름) 홍채가 붉은색을 띠지 않는다.


녀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온몸의 깃은 하얗게 보이지만 눈과 부리, 다리의 색은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로 보아 녀석은 알비니즘이 아닌 루시즘 현상으로 인해 깃이 하얗게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알비노 개체의 경우 시력이 약하거나 피부암 등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기 때문에 야생에서 수명이 매우 짧은 편이다. 질병 외에도 사냥을 할 경우나 은신을 할 경우에 눈에 확 띄는 하얀색 때문에 사냥에 실패할 확률도 높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확률도 정상 개체에 비해 확실히 높다. 루시즘 개체의 경우 사냥이나 은신 면에선 확실히 불리하겠지만 질병에 관해서는 알비노와 달리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녀석은 개방된 장소에서 먹이를 찾거나 사냥을 하는 갈매기니까 깃이 온통 하얀 것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 이런 경우 녀석이 조심해야 할 건 사람들일 것이다. 사람들은 하얀색을 가지는 동물들을 상서롭다고 생각해서 열광하곤 했고(백호나 하얀 고릴라, 분홍 돌고래 등을 생각해 보라), 그 심리를 이용하는 장사꾼들이 그들을 잡아 동물원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돈을 벌곤 했다. 지금도 세계 각지의 동물원과 수족관에는 많은 수의 (알비노든 루시즘이든)하얀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키워지고 있다.

 

 

루시즘 갈매기의 동정

이렇게 루시즘을 보여주는 갈매기들은 동정이 참 까다롭다. 동정에 활용할 수 있는 등판의 회색 정도, 첫째날개의 패턴 등이 모두 하얗게 나타나서 수많은 단서들을 모조리 쓸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필드 마크는 크기와 형태 정도인데, 이 부분에서 특성이 중복되는 개체가 있다면 동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다행히도 이 녀석은 크기와 형태에서 다른 종과 중복되지 않는 명확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괭이갈매기와 겹치는 크기

 둥그스름한 머리

 가늘고 길게 뻗은 부리와 부리끝 검은띠의 패턴

 괭이갈매기와 유사한 날개짓 

 괭이갈매기와 비슷한 먹이 습성

 

 

이상의 단서들을 조합해 보면 이 녀석은 괭이갈매기(Black-tailed Gull)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이는? 몇 살이나 먹은거지? 

등판과 첫째날개가 온통 하얗게 보여서 연령을 알아볼 수 있는 단서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다행히도 부리와 다리가 남아 있다. 부리는 기부에서 2/3 정도까지 살색. 부리끝에 1/3 정도 약간 바랜듯한 검은띠가 나타나고 있고, 검은띠의 바깥쪽(즉, 부리의 제일 끝단)에 노란색이 살짝 나타나고 있다. 이 정도의 부리 패턴과 색이라면 1회 겨울깃이라기 보다는 2회 겨울깃 초기의 상태로 보인다. 발가락은 분홍에 가까운 살색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리의 색은 노란 기운이 강하게 나타나는 연한 살색으로 보인다. 괭이갈매기 1회 겨울깃의 다리는 분홍 기운을 띠는 살색을 나타내며, 2회 겨울깃의 다리는 초록색 기운을 띠는 연한 노란색을 나타낸다. 이 개체의 다리색은 그 중간 정도. 어쩌면 1회 여름깃에서 2회 겨울깃으로 이행하고 있는 다리색일 지도 모르겠다. 바깥쪽 첫째날개(P6-10)는 끝이 뾰쪽해서 아직 성조의 깃으로 깃갈이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안쪽 첫째날개(P1-5)는 깃끝이 둥그렇고 깃 마모가 비교적 덜한 새깃으로 보인다. P5까지 깃갈이가 끝난 후 깃갈이가 일시 중지된 상황(suspended moult)일지도 모르겠다. 홍채는 어두운 검은색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정도의 어두운 홍채는 1회 겨울깃에서 주로 나타나며, 2회 겨울깃에서는 주로 연한 색의 홍채가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지만 2회 겨울깃에서도 이런 정도의 어두운 홍채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뭐라 말하긴 어려운 듯하다. 부리, 홍채, 날개, 다리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조합해 볼 때 이 녀석은 1회 여름깃에서 2회 겨울깃으로 이행중인 개체로 생각된다. 다만 등판과 첫째날개의 깃갈이 진행 정도를 알기가 어려워 에이징(ageing)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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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맨처음 녀석을 만났을 땐 뻘 건너편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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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줄무늬노랑발갈매기를 찍고 있는데로 옆 건어물 가게 지붕에 내려 앉은 녀석. 뒤 편으로 재갈매기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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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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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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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왼편의 괭이갈매기와 크기가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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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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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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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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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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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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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몸윗면과 첫째날개, 그리고 꼬리에 어떠한 검은색이나 회색도 보이지 않는다. 첫째날갯 바깥쪽(P6-10)은 많이 헤져 있다. 안쪽 첫째날개(P1-5)는 새깃이며, 날개의 모양이 보다 둥그스름한 것을 보면 이미 깃갈이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간에 빠진 깃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이 개체의 깃갈이가 P5까지 진행된 후 일시 중단된 상태(suspended moult)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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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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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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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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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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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괭이갈매기 미성숙 개체의 부리 패턴이 잘 나타나고 있다. 부리의 패턴만으로 본다면 녀석은 1회 겨울깃 보다는 2회 겨울깃으로 이제 막 넘어가는 단계로 보인다(나이대별로 나타나는 부리의 패턴은 맨 아래쪽 괭이갈매기 사진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홍채와 동공은 까맣게 보인다. 주로 유조와 1회 겨울깃의 개체들에서 나타나는 홍채의 색이다. 눈 위와 아래쪽으로 하얀 눈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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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이 사진에선 첫째날개와 꼬리에 검은색이 조금이지만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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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이 사진에선 오른쪽 첫째날개를 살펴보면 P6-10는 낡은깃, P1-5는 새깃으로 보이는 데 중간에 빠진 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번식지에서 깃갈이가 진행되다가 일시적으로 멈춰있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괭이갈매기의 깃갈이 전략은 아직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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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해질녘의 빛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다리와 발가락의 색은 차이를 보여준다. 다리에 노란색 기운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노란 기운은 1회 겨울깃 초기에선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나이대별로 나타나는 다리색의 패턴은 맨 아래쪽 괭이갈매기 사진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는 건 이 개체가 1회 겨울깃이라기보다는 1회 여름깃에서 2회 겨울깃 초기 상태로 이행하는 중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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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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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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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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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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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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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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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seong Port, Incheon. 21 November 2015. ⓒ Larus Seeker

 

 

백화 개체들의 경우 무리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를 꽤 봤었는데, 녀석은 워낙 씩씩하고 활발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녀석이 아프지 말고 완전한 성조가 될 때까지 잘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해마다 북성포구에 찾아 온다면 완연한 성조가 된 모습도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 갈 때는 먹을 거라도 좀 던져줘야겠다.

 

 

괭이갈매기 성장에 따른 부리와 다리의 색 변화

괭이갈매기는 3년생 갈매기이다. 따라서 태어나서 성조가 되는 데 대략 3년이 걸리고, 그 사이 다양한 깃 변화와 부리와 다리의 색 변화를 보여준다. 북성포구에서 만난 하얀 괭이갈매기 나이의 판별(ageing)을 위해 성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괭이갈매기 사진을 몇 장 올려 본다.

 

1회 겨울깃 후기 1st-winter late  

Gungpyeong Port, Hwaseong, Gyeonggi. 26 April 2014. ⓒ Larus Seeker

 

2회 겨울깃  2nd-winter   

Gangmun Port, Gangneung, Gangwon. 6 January 2014. ⓒ Larus Seeker

 

2회 겨울깃 후기  2nd-winter late  

Gungpyeong Port, Hwaseong, Gyeonggi. 26 April 2014. ⓒ Larus Seeker

 

3회 여름깃 초기  3rd-summer early  

Gungpyeong Port, Hwaseong, Gyeonggi. 26 April 2014. ⓒ Larus Seeker

 

성조 여름깃  Adult summer  

Gungpyeong Port, Hwaseong, Gyeonggi. 26 April 2014. ⓒ Larus Seeker

 

백화현상이 나타나는 동물들이 사람들에 의해서 어떤 취급을 당하는 지 잘 설명한 기사가 있어 링크한다.

 

"몸이 하얗기 때문에 슬픈 '알비노'를 아시나요?"

동물보호운동가 이형주. 2015. 5. 20. The Huffington Post Korea.

 

 

이 글에 대한 이견이나 좋은 의견이 있을 경우 알려 주시면 보다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s://wanderers.tistory.com BlogIcon plover at 2015.11.24 11:28 신고 [edit/del]

    수고 하셨어요.
    덕분에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루시즘과 알비니즘의 차이도 명확하게 알게 되네요.
    모든 생명들이 존중 받는 때가 빨리 오기를!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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