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진의 작은재갈매기[Larus theyeri]는 정말 작은재갈매기일까?

아야진의 작은재갈매기는 정말 작은재갈매기일까?

Unidentified Hybrid Gull at Ayajin

 

Unidentified Gull.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최근 동해에 갈매기 탐조를 다녀오면서 작은재갈매기를 몇 개체 관찰하게 되었다. 그 개체들을 정리하던 중 동정하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아야진 개체(2013년 2월에 관찰되었던 유명한 작은재갈매기)가 떠올랐다. 이제 녀석을 창고에서 끄집어 내어 먼지도 좀 털어내고, 다시 한 번 살펴 보려고 한다.

 

2013년 겨울. 아야진에 작은재갈매기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동해안에서 탐조를 하던 중이어서 아야진에 들러 녀석을 찾아 보았다. 청간정으로 가는 길 해변에서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둥그스름한 머리와 짧은 분홍색의 다리, 진한 회색의 첫째날개. 작은재갈매기의 특징을 꽤 많이 가진 녀석이었다. 하지만 작은재갈매기로 동정하기엔 몇 가지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녀석이었다. 2013년 2월에 처음 발견된 후 아야진의 유명 인사가 되어버린 이 녀석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복잡한 내용 다 필요 없고, 아야진의 녀석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맨 아래쪽 결론부터 읽으면 된다. ^^;

 

 

작은재갈매기인 것 같은데?

처음 이 녀석을 봤을 때 받은 인상은 그렇게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딱 작은재갈매기였다. 특히 첫째날개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꽤 강력했다. 첫째날개의 검은띠는 다른 재갈매기류와 달리 회색 기운이 묻어나는 검은색이었는데, 이는 작은재갈매기에서 종종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 또한 날개를 펼쳤을 때 드러나는 첫째날개의 검은띠 패턴(특히 P9의 thayeri 패턴)도 작은재갈매기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외에 다른 몇 가지 특징들도 이 녀석이 작은재갈매기라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작은재갈매기와 일치하는 특징

 둥그스름한 머리

 부척이 짧고 짙은 분홍색의 다리

 매우 어두운 홍채(작은재갈매기의 약 80% 정도가 홍채가 어두움)

 회색 기운이 살짝 묻어나는 첫째날개 검은띠

 첫째날개 검은띠의 패턴(특히 P9의 thayeri pattern)

 

 

글쎄, 정말 작은재갈매기일까?

그러나 이 녀석을 작은재갈매기로 동정하고 돌아서기에는 거슬리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

 

지나치게 커다란 덩치

제일 거슬리는 건 재갈매기만큼 커다란 덩치. 일반적으로 작은재갈매기는 재갈매기에 비해 덩치가 작다. 경험에 의하면 괭이갈매기보다 조금 큰 정도. 그러나 아야진의 이 녀석은 괭이갈매기보다는 확실히 크며, 심지어 주변에 있는 재갈매기를 작아 보이게 만들 만큼 커 보인다. 작은재갈매기가 이렇게 큰 게 가능할까? 갈매기들은 대체로 성별에 따라서 암수간에 약 10~20% 정도의 크기 차를 보이며, 개체에 따라서 양극단에서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 이 개체가 작은재갈매기 수컷이고, 그 중에서도 덩치가 매우 큰 개체라면? 어쨌든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작은재갈매기와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재갈매기의 크기에 대해 문헌에서 기술하고 있는 부분들을 살펴 보자.

 

 

 Gulls of the Americas

Gulls of Europe,

Asia and America 

Birds of East Asia 

야생조류 필드가이드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

thayeri

50~63.5cm

57~64cm

56~64cm

56~63cm

59cm

vegae

55~67cm

55~67cm

55~67cm

55~67cm

62cm

작은재갈매기와 재갈매기의 몸 길이 비교 ⓒ Larus Seeker 

 

자료를 살펴보면 작은재갈매기가 재갈매기보다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범위에서 크기가 겹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작은재갈매기가 가장 많이 관찰되는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발간된 도감에 기술된 작은재갈매기의 크기가 제일 작은데, 이를 받아들인다 해도 작은재갈매기가 50~63.5cm, 재갈매기가 55~67cm. 그럴 경우 55~63.5cm까지 꽤 넓은 범위에서 두 종의 크기가 겹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재갈매기보다 훨씬 크지만 않다면 크기가 조금 큰 작은재갈매기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아야진의 이 녀석은 커도 너무 크다. 4번과 6번 사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옆에 있는 재갈매기보다 훨씬 육중하게 보이는데 마치 수리갈매기나 조금 작은 흰갈매기 정도의 크기로 보인다. 이 정도 크기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커다란 머리

작은재갈매기의 머리는 재갈매기에 비해서 작고 동그란 형태를 보여준다. 아야진의 녀석은 재갈매기와 달리 동그란 머리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 작은재갈매기와 어느 정도 일치하지만 머리의 크기는 지나치게 커보인다. 머리가 지나치게 크고 둔탁해서 마치 수리갈매기의 두상처럼 보인다. 어떻게 봐도 작고 아담한 작은재갈매기의 머리 크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몸 전체의 비율로 볼 때 머리 크기가 지나치게 큰 점은 이 녀석이 작은재갈매기와는 다른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은재갈매기의 머리 형태와 크기에 관해서는 Gull Research Organisation의 글 [PART 2: Field Identification Similar Species - Adult]을 참고하기 바란다. 

 

작은재갈매기보다 어두운 등판 회색

작은재갈매기의 등판 회색(Kodak Grey Scale 5~6)은 옅은재갈매기(Kodak Grey Scale 4~4.5)보다 진하고, 재갈매기(Kodak Grey Scale (5)6~7(8))보다 연하다. 아야진의 녀석은 재갈매기와 비슷한 정도의 등판 회색을 보여주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조금 더 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등판의 회색이 작은재갈매기만큼 충분히 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녁 무렵에 찍은 몇 장의 사진들 만으로 등판의 회색을 판단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이 아야진 개체를 촬영한 웹상의 사진들을 검토해 보았는데, 거의 모든 사진에서 아야진의 이 녀석은 재갈매기와 거의 같거나 살짝 연한 정도의 등판 회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번식 집단에 따라 작은재갈매기와 재갈매기의 등판 회색 진하기가 겹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 등판 회색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로 보인다.   

 

굵은 부리와 발달된 아랫부리각(Gonydeal angle)

작은재갈매기는 재갈매기에 비해 매우 가늘고 곧게 뻗은 부리를 가진다. 수컷의 경우에도 재갈매기처럼 굵은 부리를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아야진의 이 녀석은 오히려 주변에 있는 재갈매기들보다 더 굵은 부리를 가지고 있다. 6번 사진을 보면 앞에 서 있는 재갈매기 1회 겨울깃 개체에 비해 부리가 더 굵고 아랫부리각이 더 발달해 있다. 4번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부리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이처럼 굵은 부리와 발달된 아랫부리각은 확실히 작은재갈매기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작은재갈매기의 전형적인 부리 형태에 대해서는 [Identification and Variation of Winter Adult Thayer’s Gulls with Comments on Taxonomy] 를 참고하기 바란다. 

 

짧은 날개 돌출부(Wing Projection)

작은재갈매기는 첫째날개가 길고 다리는 짧아서 첫째날개가 땅에 끌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작은재갈매기를 필드에서 찾아낼 때 매우 중요한 필드 마크 중의 하나이다. 또한 접혀 있는 첫째날개에서 바깥쪽 첫째날개 끝의 하얀 반점은 작은재갈매기의 경우 P7까지 꼬리 뒤로 돌출되어 나타나며, P9과 P10의 하얀 반점이 겹쳐져서 보이므로 이럴 경우 꼬리 뒤쪽으로 3개의 하얀 반점(P9과 P10을 합쳐서 1개, P8 1개, P7 1개)이 보이게 된다. 아야진 개체의 경우 꼬리 뒤로 나온 첫째날개가 짧아서 땅에 끌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첫째날개의 하얀 반점은 꼬리 뒤로 P8까지 2장이 보이며, P7의 하얀 반점은 꼬리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 1 참조). 아야진 개체의 첫째날개가 그만큼 짧다는 이야기. 작은재갈매기에서 이 정도로 짧은 날개 돌출부(Wing Projection)가 나타나는 예는 거의 없으며, 이 정도로 짧은 날개 돌출부를 가지는 종은 수리갈매기, 흰갈매기, Olympic Gull 정도일 것이다. 짧은 날개 돌출부를 가지고 있는 아야진의 개체가 작은재갈매기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첫째날개의 thayeri pattern에 대한 반론

아야진의 개체는 확실히 재갈매기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첫째날개 검은띠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P9의 thayeri 패턴. 그러나 이러한 thayeri 패턴만 가지고 이 개체를 작은재갈매기로 동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극단적인 작은흰갈매기(그 중에서도 Larus glaucoides kumlieni)나 옅은재갈매기나 잡종들(이를테면  L. glaucescens x L. smithsonianus, L. glaucescens x L. occidentalis) 같은 경우에도 thayeri 패턴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작은재갈매기가 아닌 다른 종에서 thayeri 패턴이 나타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 그림과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Adult primary patterns of presumed Thayer's Gulls Larus thayeri (a-o, I) and selected Nearctic congeners (II-V)]

 

 thayeri pattern 

작은재갈매기에서 나타나는 첫째날개 P9의 특징. P9 안쪽 우면의 검은띠가 열려 있어 화이트 텅과 미러가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작은재갈매기의 첫째날개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다른 재갈매기류에서도 이런 형태가 간혹 나타나는데 이 때 'thayeri pattern' 또는 'thayeri type'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Primary wing pattern of Thayer's Gull ⓒ Martin T Elliot

 

작은재갈매기와 일치하지 않는 특징

 재갈매기와 비슷한 정도의 커다란 덩치

 지나치게 커다란 머리

 재갈매기와 비슷한 정도의 등판 회색

 굵은 부리와 발달된 아랫부리각

 짧은 날개 돌출부(P7의 하얀 반점이 꼬리 바깥으로 나가지 않음)  

 

 

작은재갈매기는 아니다!!

위에서 검토한 사항들을 종합해 보면, 아야진의 이 녀석은 2013년에 많은 탐조인들을 불러 모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과는 달리 작은재갈매기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지나치게 커다란 덩치와 짧은 첫째날개로 볼 때 작은재갈매기 잡종도 아닌 듯하고.

 

 

그렇다면 이 녀석은 누구일까? 가능한 후보의 조합

작은재갈매기가 아니라면 이 녀석은 누구일까? 이 개체는 다양한 특징들이 섞여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순종은 후보에서 제외가 가능할 것 같다. 잡종이라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첫째날개의 진한 회색과 thayeri 패턴이 나올 수 있는 조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선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후보는 수리갈매기, 흰갈매기, 작은흰갈매기 정도일 것이다. 이 3개의 종이 다른 재갈매기류(재갈매기, 큰재갈매기, 옅은재갈매기, European Herring Gull, Western Gull)와 교배하여 잡종이 발생한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조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갈매기와 유사한 정도의 등판 회색을 보일 수 있는 조합이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과 동아시아 북부와 알래스카의 번식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잡종을 고려하면 아야진 개체의 후보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아래와 같은 정도가 아닐까?

 

  • Olympic Gull(Glaucous-winged Gull X Western Gull)   북아메리카 서부 지역에서 흔하게 발생함

  • Glaucous-winged Gull X Slaty-backed Gull   일본 쪽에서 관찰기록이 다수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됨

  • Glaucous-winged Gull X Vega Gull   발생 기록을 찾지 못함. 번식지역이 거의 겹치지 않음

  • Glaucous-winged Gull X American Herring Gull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꽤 흔하게 발생함

  • Glaucous Gull X Vega Gull  일본 쪽에서 관찰 기록이 다수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몇 회의 기록이 있음

 

Olympic Gull(Glaucous-winged Gull X Western Gull)

수리갈매기와 Western Gull의 잡종. 북아메리카 서부 지역에서 흔하게 발생하며 'Olympic Gull'이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이 종의 특징은 수리갈매기처럼 보이는데 첫째날개가 등판보다 더 진한 회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야진 개체를 검토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렸던 종이 바로 Olympic Gull이다. 아야진 개체의 크고 둔탁한 형태의 머리, 짧고 진한 분홍색의 다리는 확실히 수리갈매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진한 회색의 첫째날개와 thayeri 패턴은 Olympic Gull에서 나타날 수 있는 패턴이기도 하고. 아야진 개체의 눈테를 보면 노란색과 분홍색이 섞여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 또한 Olympic Gull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 아야진 개체의 많은 특징들이 Olympic Gull을 가리키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부리의 형태. 수리갈매기와 Western Gull의 잡종이라면 부리가 더 굵고 길며 아랫부리각이 더 발달해 있어야 하는데 아야진 개체의 부리는 재갈매기보다는 굵어 보이지만 Olympic Gull로 보기엔 가늘어 보인다. 등판의 회색이 전형적인 Olympic Gull에 비해 더 어두워 보이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Olympic Gull에 대한 멋진 사진들은 다음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Glaucous-winged Gull x Western Gull]  

 

Glaucous-winged Gull X Slaty-backed Gull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잡종. 동아시아 북동부지역에서 번식지역이 광범위하게 겹쳐 잡종이 꽤 많이 발생하는 듯하다. 일본에서는 꽤 많은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불확실하지만 2~3차례의 기록이 있다. 관찰 지역을 생각한다면 Olympic Gull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은 아야진 개체의 강력한 후보 중 하나.  

 

Glaucous-winged Gull X Vega Gull

수리갈매기와 재갈매기의 잡종. 아야진 개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가능한 조합이라 생각되지만 번식 지역이 거의 겹치지 않아 잡종 발생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혹시라도 있다면 자료를 꼭 보고 싶다). 따라서 이번 후보에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Glaucous-winged Gull X American Herring Gull

수리갈매기와 옅은재갈매기의 잡종. 북아메리카에서 꽤 많이 발생하는 잡종이다. 최근 옅은 재갈매기가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다수 관찰되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조합이지만 이 조합에서 저렇게 진한 등판 회색이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 같다. 따라서 이 조합은 후보에서 제외.

 

Glaucous Gull X Vega Gull

흰갈매기와 재갈매기의 잡종. 번식지역이 광범위하게 겹쳐 잡종이 자주 발생하는 듯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관찰 기록이 다수 있다. 가능한 조합이긴 하지만 아야진 개체의 특성과는 조금 다른 조합.

 

아야진 개체의 크고 둔탁한 형태의 머리, 짧고 진한 분홍색의 다리는 확실히 수리갈매기를 떠올리게 한다. 하여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Olympic Gull(Glaucous-winged Gull X Western Gull)과 Glaucous-winged Gull X Slaty-backed Gull로 보인다. 아야진 개체의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 보면서 이에 대한 검토를 해보자.

 

1.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둥그스름한 머리와 진한 회색의 첫째날개가 눈에 띈다. 머리는 작고 귀엽다기 보다는 크고 둔탁한 인상을 준다. 부리는 굵고 아랫부리각은 작은재갈매기에 비해서는 발달해 있다. 눈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분홍색과 노란색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채는 작은 반점이 많은 어두운 갈색. 머리는 줄무늬가 거의 없으며, 눈 주위와 뒷목에 연한 갈색이 조금 남아 있는데 뭉개진듯한 느낌을 준다. 등판의 회색은 이 사진에선 비교하기 어렵지만 2번 사진을 참고하면 재갈매기와 비슷하며 조금 더 연한 회색. 다리는 짙은 분홍색. 셋째날개 흰점이 발달해 있다. 첫째날개는 진한 회색이며, P1-9까지 새깃, P10이 거의 다 자랐지만 P9보다 조금 짧은 것으로 보아 깃갈이가 거의 완료되어 가는 시점으로 보인다. 

 

2.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왼쪽의 재갈매기와 비교해보면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 크기도 더 크고. 등판의 회색은 재갈매기보다 조금 더 연하다. 왼쪽에 있는 재갈매기의 다리색은 좀 더 연한 분홍색을 보여준다. 

 

3.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이 사진에선 특히 덩치가 더 커 보인다. 부리도 더 굵어 보이고 아랫부리각도 오른쪽 재갈매기에 비해 더 발달해 있다. 머리와 뒷목에 남아 있는 줄무늬는 뭉개져 있어 수리갈매기의 특징을 보여준다.

 

4.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오른쪽에 있는 재갈매기와 비교할 때 아야진 개체가 첫째날개의 하얀 반점이 훨씬 크다.

 

5.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오른쪽 하단에 있는 괭이갈매기와 크기를 비교해 보라. 작은재갈매기가 괭이갈매기와 조금 큰 정도의 크기를 보이는 것을 감안할 때 아야진 개체는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날개의 날개 돌출부는 매우 짧아서 날개의 하얀 반점은 P8까지만 꼬리 뒤로 돌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작은재갈매기에선 P7까지 하얀 반점이 돌출된다.

 

6.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앞에 있는 재갈매기 1회 겨울깃 개체와 크기를 비교해 보라. 압도적인 크기와 커다란 머리가 눈에 띈다. 부리의 굵기도 남다르고.

 

7.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날개 아랫면은 연한 회색이며, 첫째날개 끝단의 검은색이 연하게 비쳐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주로 작은재갈매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서, 2013년 발견 당시 아야진의 이 녀석을 작은재갈매기로 오동정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날개 아랫면의 이러한 특징은 윗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잡종들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작은재갈매기를 동정하는 보증수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사진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점은 둘째날개의 넓은 트레일링 엣지(a broad white trailing edge)와 첫째날개의 진주 목걸이(the string of pearls). 이것은 큰재갈매기를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 아야진 개체의 날개에서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는 것은 이 개체가 큰재갈매기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매우 강력한 증거로 보인다. 첫째날개의 진한 회색과 P9의 thayeri 패턴에 집중하다 보니 중요한 단서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8.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날개의 폭이 꽤 넓은 점이 눈에 띈다. 첫째날개 검은띠는 P5까지 6장 나타나며, P5의 검은 띠는 깃축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 제일 바깥쪽 첫째날개 P10은 P9보다 작아 보이는데, 이는 P10이 현재 성장 중이며 깃갈이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9. 

Ayajin, Gangwon. 1 March 2013. ⓒ Larus Seeker

P10과 P9의 안쪽 우면에 검은색이 꽤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작은재갈매기 젊은 성조인 경우 P9-10의 안쪽 우면에 검은색이 꽤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나타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아야진 개체의 날개는 아무래도 작은재갈매기 첫째날개의 패턴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둘째날개의 트레일링 엣지는 큰재갈매기만큼 충분히 넓지는 않지만 다른 재갈매기류에 비해서는 확실히 넓어 보인다. P5~7에서 나타나는 진주 목걸이는 이 녀석이 큰재갈매기의 피를 물려받았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Slaty-backed Gull. Jumunjin, Gangwon. 11 January 2016. ⓒ Larus Seeker

아야진 개체의 날개에서 나타나는 넓은 트레일링 엣지와 진주 목걸이를 위 사진 속 큰재갈매기의 날개와 비교해 보라. 둘째날개의 넓은 화이트 트레일링 엣지와 P5~7의 진주 목걸이가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결 론
"2013년 아야진의 작은재갈매기라고 알려졌던 개체는 수리갈매기 X 큰재갈매기의 잡종 
[Glaucous-winged X Slaty-backed Gull]이다"

2013년 2월 아야진에 나타났던 작은재갈매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 보았다. 살펴 본 바로는 아야진의 개체는 그 당시 논의되던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작은재갈매기로 보기에는 많은 점(특히 크기와 첫째날개의 길이)에서 어긋나 있었고, 작은재갈매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작은재갈매기가 아니라면 이 녀석은 누구라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아야진 개체에서 드러나는 진한 회색의 첫째날개와 thayeri 패턴이 나타날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 본 후 특징들을 하나하나 검토하였고, 사진들을 검토해 보았다. 이를 통해 아야진의 개체는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특징을 두루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아야진 개체의 전체적인 형태(크기, 머리 모양, 첫째날개의 길이 등)는 수리갈매기에 가까웠고, 첫째날개의 진주 목걸이와 넓은 화이트 트레일링 엣지는 큰재갈매기의 특징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었다. 만일 아야진의 개체를 두 종 간에 발생한 잡종으로 본다면 그동안 이 녀석을 작은재갈매기로 보면서 해결되지 않았던 골치 아팠던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이 된다. 하여 아야진의 개체에 대해 현재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판단은 이 녀석이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잡종[Glaucous-winged X Slaty-backed Gull]이라는 것이다.

 

아야진 개체에서 드러나는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특징

 크기 - 재갈매기보다 조금 더 큰 크기

 머리 - 몸에 비해 머리가 매우 큰데 이는 수리갈매기의 특성이며, 머리의 형태도 수리갈매기와 유사함

 머리와 가슴의 줄무늬 - 머리와 가슴에 줄무늬가 없는 여름깃으로 이미 변환되었는데, 이는 여름깃으로의 변환이 빠른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특성

 부리 - 부리가 조금 굵고 아랫부리각이 약간 발달했는데, 이는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중간 형태

 등판의 회색 -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회색을 나타냄

 짧은 날개 돌출부 -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특성

 P9의 thayeri 패턴 - 두 종의 잡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패턴

 넓은 화이트 트레일링 엣지 - 큰재갈매기에서 나타나는 특성

 진주 목걸이 - P5~7에서 나타나는 진주 목걸이는 큰재갈매기의 매우 중요한 특성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는 동아시아 북동부의 끝단에서 번식하며, 번식지역이 광범위하게 겹치기 때문에 잡종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접한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기록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새와 생명의 터' 블로그에서 이 종(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의 잡종)으로 보이는 개체들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새와 생명의 터 블로그의 수리갈매기와 큰재갈매기 잡종에 관한 글 [Slaty-backed Gulls and a GWGU Hybrid?]

수리갈매기의 동정과 잡종에 관한 멋진 글 [Identification and ageing of Glaucous-winged Gull and hybrids]

 

 

2013년 아야진에 나타났던 개체의 동정에 대한 반론이나 새로운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또한 아야진 개체의 더 좋은 사진들이 있다면 아래의 메일 주소로 보내주면 무척 고맙겠습니다.

 

 


이 글에 대한 이견이나 좋은 의견이 있을 경우 알려 주시면 보다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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