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갈매기 X 흰갈매기 하이브리드 - 옅은재갈매기로 착각했었던 녀석

재갈매기 × 흰갈매기 하이브리드 - 옅은재갈매기로 착각했었던 녀석

Vega × Glaucous Gull Hybrid

 

Vega × Glaucous Gull. Adult winter.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언제나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어달항에 가면 언제나 옅은재갈매기가 없는지 제일 먼저 두리번거리게 된다. 2013년 아주 예쁘게 생긴 옅은재갈매기를 어달항에서 만나면서부터 생긴 버릇이다. 올해도 1월에 어달항에 두 번이나 가서 녀석을 찾았는 데 만날 수가 없었다. 대신 새로운 옅은재갈매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어달항에서 만나던 녀석보다 더 덩치가 큰 녀석. 그래서 이 녀석은 옅은재갈매기 수컷인가 보다 하며 블로그에 글도 올렸었다. 그러나 그동안 찍은 옅은재갈매기들의 사진을 살펴 보다가 녀석의 사진을 다시 보니 녀석은 옅은재갈매기가 아니었다. 어쩌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어달에서 옅은재갈매기를 보려는 마음이 지나쳐서 였던건가? 이러면 안되는데...언제나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어달항에서 만난 녀석은 옅은재갈매기가 아니다

이번에 어달항에서 만난 녀석은 얼핏보면 옅은재갈매기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옅은재갈매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물론 보고 싶어서 그랬겠지만 녀석이 가진 특징들이 얼핏 보고 넘어가면 옅은재갈매기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어달의 개체가 옅은재갈매기처럼 보이는 이유

 옅은재갈매기를 보고 싶어서

 하필 어달항에 살아서

 진한 노란색 눈테

 연한 노란색의 홍채

 옅은 회색의 등판

 

어달의 개체가 옅은재갈매기가 아닌 이유

 첫째날개가 지나치게 짧다(P8이 꼬리 뒤로 살짝 돌출됨)

 다리의 색이 짙은 분홍색이다

 눈테가 굵지 않으며 두께가 균일하지 않다

 홍채에 어두운 반점이 많다

 머리가 크고 각이 져 있다

 몸이 육중하며 전체적인 체형이 흰갈매기를 떠오르게 한다

 

 

어달의 개체는 재갈매기×흰갈매기 하이브리드

어달의 개체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만족할 수 있는 조합은 재갈매기와 흰갈매기의 잡종. 어달의 개체가 두 종의 잡종이라고 가정하면 모든 특징들이 맞아 떨어진다. 현재로선 어달에 새로 나타난 녀석은 옅은재갈매기가 아니라 재갈매기와 흰갈매기의 잡종으로 판단된다. 또 모르지, 나중에 다시 살펴보면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될 지도.

 

 

이 글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글들

 어달항에서 만난 옅은재갈매기 성조

 도대체 왜 이 녀석은 옅은재갈매기가 아닌걸까?

 

 

1.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그간 어달에서 관찰된던 옅은재갈매기가 재갈매기보다 크기가 조금 작아보였떤 개체였던 반면, 이 개체는 주위의 재갈매기에 비해 덩치가 더 커보였다. 큰 덩치와 조금 더 굵어 보이는 부리. 머리는 크고 정수리가 평평하며 사각형으로 각이 져 있다. 흰갈매기의 두상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육중한 덩치도 옅은재갈매기보다는 흰갈매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눈에 띄는 특징들이 많은데...필드에선 왜 이걸 못봤지? ^^;

 

2.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옅은재갈매기의 특징 중 하나인 진한 노란색 눈테와 연한 노란색 홍채가 보인다. 하지만 눈테는 두껍고 균일하지 않으며, 홍채는 어두운 반점이 지나치게 많다.

 

3.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머리의 줄무늬는 빽빽한 갈색 줄무늬로 덮인 상태에서 많이 완화되어 있다. 벌써 여름깃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이야기. 날개끝 검은띠는 P6까지 드러나고 있으며, P5의 검은띠는 사진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날개끝 흰점은 꽤 커다랗게 보이는데, 이는 옅은재갈매기 서부 해안 개체의 특성과는 거리가 있다.

 

4.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주변의 재갈매기들에 비해 확실히 덩치가 크다. 등판의 회색은 좀 더 연해 보인다. 두상은 다시 보니 딱 흰갈매기다. 이걸 모르다니.  

 

5.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정수리가 평평하고 각진 두상은 흰갈매기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두상을 흰갈매기로 가정하고 나면, 이 녀석은 흰갈매기의 머리와 몸톰에 재갈매기의 검은색 첫째날개를 가진 전형적인 개체가 된다. 이 녀석이 Ujihara도감에서 설명하고 있는 재갈매기와 흰갈매기의 잡종 특성에 제일 가까워 보인다.

 

Glaucous Gull × Vega Gull ⓒ Ujihara

   

6.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7.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8.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주변의 재갈매기들에 비해 등판의 회색이 좀 더 옅어 보인다.

 

9.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10.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이 사진에서도 등판의 옅은 회색이 눈에 띤다. 덩치는 상당히 커 보이고.

 

11.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12.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13.  

Eodal Port, Gangwon. 17 January 2016. ⓒ Larus Seeker

이번에 관찰한 녀석의 첫째날개. 딱 봐도 날개돌출부가 짧다. 옅은재갈매기라면 P7의 날개끝 하얀 반점이 꼬리 바깥으로 돌출되고, 꼬리 뒤로 돌출된 부분이 훨씬 더 길어야 하는데 이 녀석은 그렇지 않다. 재갈매기(날개돌출부가 길다)와 흰갈매기(날개돌출부가 매우 짧다)의 중간 정도 길이를 보여주고 있다. 아래 사진의 2년 전 어달항에서 관찰했던 옅은재갈매기의 첫째날개와 비교해 보라.

 

American Herring Gull. Adult winter. Eodal Port, Gangwon. 22 February 2014. ⓒ Larus Seeker

2년전 어달항에서 만났던 옅은재갈매기는 P7의 날개 하얀 반점이 꼬리 바깥으로 살짝 돌출해 있고, 날개돌출부도 꽤 길다. 이 녀석은 옅은재갈매기 서부 해안에서 주로 보이는 날개끝 하얀 반점이 매우 작은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녀석을 다시 만나다

며칠 전 어달에 갔을 때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3년 전에 어달항에서 만났던 녀석이 이 녀석이 아니었을까?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14.

Eodal, Gangwon. 16 February 2016. ⓒ Larus Seeker

한달 사이에 녀석의 머리와 가슴을 뒤덮고 있던 줄무늬가 많이 사라지고 더 연해졌다. 부리 기부의 노란색도 더 진해진 듯하다. 여름깃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중일테지. 아마도 3월에 다시 만난다면 완전한 여름깃을 보여줄 지도 모르겠다.

 

15.

Eodal, Gangwon. 16 February 2016. ⓒ Larus Seeker

녀석의 노란색 눈테는 옅은재갈매기의 주황 기운이 있는 진한 노란색에 비해 좀 더 밝은 노란색으로 보인다. 미묘한 차이. 홍채에 있는 어두운 반점은 재갈매기의 영향이리라.

 

16.

Eodal, Gangwon. 16 February 2016. ⓒ Larus Seeker

주변에 있는 재갈매기들에 비해 확실히 덩치도 크고, 머리의 크기도 크다.

 

 

잘못된 동정이라는 건

갈매기를 보면서 전형적이지 않은 개체를 볼 때면 언제나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참 골치 아프다' 하는 난감한 감정과 '재미있겠는데?'하는 즐거운 감정. 전형적이지 않은 개체들의 정체를 파헤치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고 도전이지만 언제나 잘못된 동정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갈매기 동정을 하면서 이런 위험들을 완전히 피해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고, 현재의 내 실력과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갈매기들에 대한 빈약한 정보들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들이 무서워 피하고, 전형적이고 안전한 동정만을 하려 한다면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갈매기들의 비밀에 대해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잘못된 동정이라는 건 갈매기를 보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일이며,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전진하는 것만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氏原巨雄・氏原道昭,2004.シギ・チドリ類ハンドブック.文一総合出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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